우리집 현관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와, 책이 많네요!”하며 감탄을 터트리곤 한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책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려도 책장들이 줄을 서 벽을 만들고 있다. 또, 열린 방문 사이로 책 가득한 책꽂이가 시선을 잡으니, 책이 많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늘어만 가는 책 어린 시절 난 가끔, 내 방 가득 책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그 책더미 속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을 하곤 했다. 또 사방 벽이 책꽂이인 서재가 있는 친구 집이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이나 서점의 한 구석에 박혀 책에 꽉 둘러싸인 채 그 속에서 책들을 하나하나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으로 만족스럽고 좋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책이 많은 공간을 욕망했는지 ..
자립적 삶을 위한 ‘필요노동’, 집안일 아침나절부터 집안 곳곳에 널려 있는 ‘할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현관에 흩어져 있는 신발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 청소를 하고 걸레로 훔치는 일, 빨래를 분류하고 세탁기를 돌리거나 손 세탁을 하거나 삶는 일, 빨래를 널고 걷고 정돈하는 일,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고 남은 음식물을 정돈하는 일, 음식물 쓰레기, 폐지, 플라스틱, 유리병 등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는 일 등. 정말 쉴새 없이 일해도 별로 표 나지 않는 일들이다. 누가 “오전에 뭘 했어?”하고 물어보면 “집안일 했지”하고 대답할 뿐, 세세하게 한 일을 열거하기조차 쉽지 않다. 놀고 있다? 그런데 그 말로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집안일’이 흔히 ‘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