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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동체의 대안
전환마을 토트네스에서 답을 찾다 

 
[필자 이유진님은 일다 편집위원이며,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영국의 작은 마을 토트네스 전경   ©이유진 

2011년 상반기,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이다. 텔레비전을 켜면 국제 뉴스가 먼저 나온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전쟁. 국민들을 향한 카디피의 학살은 광기 자체이다. 그러나 연합군은 그 어떤 때보다 발 빠르게 전쟁을 결정했으니, 리비아가 가진 석유 때문이 아닐까? 계속되는 중동지역의 정국 불안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원자력 안전 신화가 무너졌다. 한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원자력발전소는 계속해서 방사능 물질을 내뿜고 있다. 일본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바다도, 공기도, 물도 죽음의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모두 에너지와 관련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상상치도 못한 이 두 가지 사건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점이 있다.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석유를 수입해 소비하고 있고, 1차 에너지의 원자력 의존도가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에너지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만약 석유 가격이 지금의 5~10배로 상승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물류비용이 급상승한다. 그때는 우리가 수입해서 값싸게 들여오던 식량, 에너지, 상품의 흐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석유가격 상승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내가 방문한 영국의 작은 마을 토트네스 사람들은 이렇게 답한다. “국가가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마을이, 공동체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자.” 그리고 “석유나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마을로 시스템을 전환하자”라고.
 
석유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다시 지역으로!
 

▲ 지역 먹을 거리 로컬푸드 숍   ©이유진

산업화 이후 지역의 발전 방식은 세계화, 전문화, 특성화로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그러나 피크오일 시대에는 다시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먹을 거리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지역에서 자립적인 경제구조를 형성하는 재지역화(relocalization)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석유가격 급상승으로부터 발생하는 충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미래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모든 생산과 소비활동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토트네스 사람들은 스스로 “석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토트네스는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고 있다. 그들이 찾은 대답은 식량과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자생적인 마을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 먹을 거리 ‘로컬푸드’와 일자리 창출
  

▲ 유기농 채소농장, 리버포드 농장의 펌프킨데이    © 이유진

 
토트네스는 목축이 유명한 데본주에 있다. 인구는 2만5천명이다. 1986년 광우병의 혹독한 시련을 경험한 뒤, 이곳에서는 유기농 친환경 농업과 전통적인 목축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제일 큰 유기농 채소농장인 리버포드가 그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다섯 남매가 운영하는 이 농장은 유기농 채소 박스를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농장에서 아침에 직접 수확한 유기농 식품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것이다. 더불어 이 농장은 지역민을 200명을 넘게 고용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정원 가꾸기가 활발한 곳이다. 대신 토트네스에서는 정원에 꽃과 나무 대신 먹을 것을 심는다. 점심 샐러드를 만들 때 집 바로 뒤 정원에서 구한다.
 
‘가든 쉐어링’도 활발하다. 가든 쉐어링은 땅은 있는데 시간이나 의지가 없어서 땅을 방치하는 사람과, 땅이 없지만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서로의 가든을 돌아가며 방문하고, 경험을 이야기하고, 수확물을 나눈다.
 
마을 곳곳에는 먹을 수 있는 너트나무를 심고 있다. 마을 공동체가 함께 나무를 심고 너트나무 하나하나에 돌보는 사람을 정해 가꾸기도 한다. 여성들은 ‘씨디 시스터즈 모임’을 통해 토종 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 야생초를 활용해 먹을 거리와 약을 얻는 지혜도 서로 나눈다.
 
토트네스 ‘로컬푸드 가이드북’은 지역 농민과 판매 가게에 관한 정보를 담아 마을 곳곳에 비치해 두었는데,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주민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 책은 생산자와 로컬푸드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소비자들이 지역 음식을 먹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 에너지 ‘전환거리 운동’
  

▲ '전환거리'로 태양광을 설치한 집 © 이유진

 
토트네스 사람들이 만든 2030년까지의 ‘석유에너지 독립 계획’을 살펴보면,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량의 절반을 줄이고 그 절반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이 지역의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토트네스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년여 간의 준비를 통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고 업체도 선정했다. 지금은 협동조합에 투자할 주민들의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석유보다 태양광 발전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비싸다. 그렇다면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어떻게 하면 태양광 발전기를 지붕 위에 올릴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것이 바로 ‘전환거리 운동’이다. 내용은 이렇다.
 
우선 집 지붕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을 포함한 6가구 이상을 모아 에너지 절약과 단열개선 사업에 참여한다. 참여하는 가구는 서로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우면서 전기와 가스, 수도 요금을 절약한다. 전환거리 프로젝트팀은 저비용 또는 무상으로 참가하는 집들의 단열개선 사업을 지원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함께 전환하는 모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음단계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을 설치하는데, 각 가구는 일정 정도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때에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동체 회의를 통해, 저소득층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차등지급하기로 주민들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하기로는 이렇게 가정에서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는 지금원의 정도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정부가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좀더 비싸게 사주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5년에서 7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도 있다.
 
유기농, 수공예, 지역화폐로 살아나는 지역경제
 

▲ 로스콤 정육점. 토트네스 경제는 건강한 먹거리에 기반한다.  © 이유진

 
토트네스의 경제는 건강한 먹을 거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모든 식료품 가게와 정육점에서는 로컬 푸드를 판매한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도 유기농 먹을 거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스콤 정육점의 주인은 “시내에 오래된 정육점이 4개나 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형할인마트에 슈퍼체인이 정육점이 사라졌지만, 토트네스에서는 지역 먹을 거리를 구매해주는 주민들 덕분에 이렇게 잘 유지가 되고 있다”고 전한다. 물론 신선하고 안전한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축산농가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장인들이 만드는 수공예품은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특히 가죽 구두가 유명하다. 그린슈즈나 콩커에서 만든 구두는 인터넷을 통해 지역에서 세계인들과 만난다. 기타를 만드는 장인들이 있어서 많은 젊은이들이 기타 제작을 배우기 위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공예품을 파는 가게 간판에 “Not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다. 들어가 주인에게 중국 사람들이 보면 항의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더니, 주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중국산 제품을 팔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라 대량생산에 반하는 의미로,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라고.
 
유기농 면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그린파이버와, 유기농 슈퍼마켓 그린라이프, 친환경 그린카페 등 토트네스에서는 녹색상품을 사는 일이 너무나 쉽다.
 

▲ 지역화폐인 '토트네스 파운드' 은행  © 이유진

토트네스 지역 경제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토트네스 지역화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에서 시도하는 ‘한밭레츠’ 같은 것인데, 화폐가 지역사회 안에서 유통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토트네스 상점에는 많은 곳에서 ‘토트네스 파운드’를 취급한다는 마크를 붙이고 있다.

 
토트네스는 피크오일시대 경제적 대안으로, 지역 농산물과 생산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작은 가게들, 지역화폐를 통한 화폐의 지역순환, 지역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교육’과 ‘문화’가 바탕이 되는 전환마을 운동
 

▲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씨디 시스터즈 모임’ © 이유진

시내 중심에 위치한 배럴하우스는 지역의 문화와 교육의 장이다. 이곳에서 토트네스 녹색당 모임이 열리고, 지역가수가 콘서트를 열고, 엠네스티 인권활동 후원의 밤이 열린다. 또 내놓으라 하는 생태사상가들, 슈마허 칼리지의 공동설립자 사티쉬 쿠마르, <물 전쟁>의 저자 반다나 쉬바, <파티는 끝났다>의 저자 리처드 하인버그가 강의를 한다.

 

슈마허 칼리지(Schumacher College)는 토트네스 전환마을에 지적 자양분이 되고 있다. 마을 상점과 도서관, 성당, 박물관, 시장 곳곳에는 토트네스의 전환운동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자료가 붙어있어, 마음만 먹으면 너무나 쉽게 전환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토트네스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의 창립멤버인 알렌씨는 박물관 일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석유가격을 체크한다고 했다. 내게 숙소를 제공했던 캐씨 아주머니는 앞마당에서 기른 야생마늘을 뜯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뒷 정원에서 가지치기한 나무로, 겨울철 난방연료를 준비한다. 전환마을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또 토트네스를 전환마을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롭 홉킨스는 4년 전부터 일체의 비행기 여행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들이 바로 토트네스 주민들이다.
 
그들은 피크오일 이후의 삶도 잘 준비만 하면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면서, 자연에 가한 수탈행위를 반성하고 자연을 지키며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사는 마을을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주의 마을로 전환해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영국 토트네스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이유진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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