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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기획> 탈핵과 녹색당- 녹색정치,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 ‘녹색정치’를 전망하며 <일다>에서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동국대 교수)이다.

 
박진희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독일의 선례를 통해 한국에서 ‘탈핵’으로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는 본격적으로 ‘녹색정치’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에게 듣다 (하) 
 

-녹색정치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관점의 차이에 따라 ‘무엇이 녹색정치인가’에 대한 견해는 다를 것이다. 기존의 정치와 녹색정치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올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에너지기후정치연구소 주최로 <독일의 탈핵 정책> 관련 월례세미나에서 강의하는 박진희 소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우리의 정치는 산업과 개발에 복속되고, 경제에 복속되는 정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정치란 기본적으로 탈산업, 탈개발,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을 지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정치문화에서 탈산업, 탈물질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얼핏 이명박 정부가 ‘경제와 환경의 상생’으로 ‘녹색’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거기엔 사회의 형평성과 정의가 빠져있다. 녹색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서 ‘사회 정의’ 차원의 형평성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녹색정치는 기존의 정치보다는 사회안전망과 연관되는 복지정책, 생태정책이 중요해진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광풍이 불었던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 기류가 녹색정치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안철수씨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는 것도 탈산업이라고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가 점차적으로 소위 ‘지식 소비 사회’, 지식사회로 접어드는데 여기에 마땅한 정당이 없는 것이다. 정치가 지금 사회에서 무엇을 지향해야 할 건가에 대한 이야기를 안철수씨 같은 사람들이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끌리는 것은 단순한 인기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흐름이 정치판을 한 번 휘둘러놓는 것도 여당이건, 야당이건 밑에서 기존의 정당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해 있었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원한다는 것이 표출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야 쇄신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녹색정치가 사람들의 삶에 주는 구체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제시해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경제와 산업에 ‘노동’, ‘여성’, ‘환경’이 모두 희생 당했다. 녹색정치에서는 이 모든 분야, 모든 이들이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 계획이라든가 주거 환경을 살펴 보자. 지금까지는 환경이 이슈화되면 주거환경 정비 식으로 서울에 녹색공원도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녹색정치에서 탈산업에 대한 논의와 ‘주거’ 문제가 연결되면 삶 자체가 변화한다. 즉 도시 환경에서 위성도시 계획을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녹색정치 안에서는 ‘주거와 직장의 분리’ 문제까지도 재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베드타운’에서 사무실을 출퇴근하면서 피곤하게 생활하는 일상이 변화될 수 있다. 기존 정치에서는 주거와 직장은 따로 노는 문제이다.
 
또 예를 들면, 산업사회에서는 출산이 산업화되면서 ‘병원과 가정이 분리’되었다. 탈산업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탁아, 가정 간호사, 사회복지 영역이 강화된다. 요양보호, 탁아 설비 등 서울시에서도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산업 논리에 밀리면서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녹색정치는 이렇게 돌봄노동에 대해 사회적 노동으로서 가치를 인정하여, 보건 정책에 있어서도 주안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얘기만 되어왔던 ‘국가탁아’ 예산이 훨씬 더 많이 배정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복지의 강화,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녹색정치에서 더 핵심 사안으로 들어오고, 그게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스트레스를 주는 경쟁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가족들의 노후를 혼자 책임 져야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변화하는 것을 추동할 수 있는 것이 녹색정치의 핵심이라고 본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의 정치에서 아주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녹색정치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해달라.
 

▲ 독일 작은 마을 다르데스하임. 풍력발전기 설치 장면. 풍력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은 지역 공동체에 환원된다. ⓒ다르데스하임 홈페이지 

 
“사실상 기존 산업 부문은, 반도체를 포함하여 그 자체의 생산 논리에서 더 이상 고용이 확대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산업의 역사 자체가 계속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발전이지, 고용을 늘리는 방안으로의 발전이 아니었다. 산업의 논리에 따라서 고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사가 가르쳐주는 거짓말이다.
 
점차적으로 금융, 의료 서비스로서의 교육 산업이라든가 변화의 움직임들은 조금씩 있다. 그런데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에서, 지금 현재 정권이나 정당들은 여기에 대처할 만한 능력이나 비전을 별로 갖고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서비스로의 이전이라는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인적 자원을 위한 교육 예산의 확보. 교육 시스템의 변화라고 하는 것을 아주 핵심으로 해서 그 변화를 꾀해야 하는데, 고전적인 1970년대 중화학 산업에 기반한 정당들이 더 이상 우리에게 가져다 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녹색정치는 사회적 기업도 그렇고, 산업 자체가 서비스 산업으로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 것 자체가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다. 또한 복지를 늘리면 거기 필요한 노동이 더 늘어나므로, 복지의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녹색정치란 비단 에너지나 환경 문제에만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실제 독일 녹색당의 활동이 구체적인 선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녹색당은 원전 이슈도 있지만, 여러 가지 환경 이슈와 여성, 어린이들의 이슈도 중요하게 점화했다. 녹색당은 그간 정당 정치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수자 문제’를 같이 안은 데다가, 기존 정당 문화와는 전혀 다른 당의 문화로, 혁신할 만한 새로운 정치의 이미지들을 내세우는데 성공했다. 68세대를 비롯 당시 젊은 세대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당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우리에게 있어서도 녹색당은 ‘정책’ 만이 아니라 ‘정당의 문화’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실 한국의 정치환경 속에서 볼 때, 녹색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어느 만큼 지지와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된 것인지 아직 판단이 잘 안 선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 문화라는 것을 폭넓게 아우르고 간다면, 청년들과 여성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은 있으리라 보여진다.”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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