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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너지’ 전문가가 말하는 녹색당
[탈핵과 녹색당]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에게 듣다
‘더 이상 개발의 정치, 토건의 정치는 안 된다’는 절실함 속에 그 대안으로서 ‘녹색정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나아가 탈핵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에너지와 환경, 농업과 공동체 이슈를 제기해온 사람들과 풀뿌리 지역정치를 가꿔온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 ‘녹색당’을 창당하려고 준비 중이다.
<일다>www.ildaro.com 는 “탈핵과 녹색당”이라는 주제로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 ‘녹색정치’를 내다보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두 번째로 만난 이는, 녹색당 창당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이다.
이유진 팀장은 10년 넘게 미군기지 환경 감시운동, 야생동물 보호, 새만금 간척지 반대운동,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운동을 해왔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주제로 연구하고 활동한 내용을 토대로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기후변화 이야기> 등의 책을 펴냈으며, 옮긴 책으로는 <생태 발자국>, <공기를 팝니다> 등이 있다.
“책임을 지는 어른들이라면” 지금 당장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진 팀장. 그가 말하는 녹색당의 필요성과 그 역할에 대해 들어보자.
- 환경운동가로서, 녹색당 창당에 힘을 싣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가 환경운동을 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거다’ 라고 희망을 안고 활동해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많은 일들이 터져 나오고 환경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만 봐도 울진에 폭설이 내리고, 구제역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고, 미군기지 고엽제 문제, 4대강 사업이 계속되고…. 이걸 한 건 한 건 막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겠구나 싶습니다. 보호구역 하나 규정된다고 뭔가를 이뤘다고 할 수가 없다는 거죠.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출장을 간 곳이 새만금이었어요.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새만금 갯벌 지키려 했는데, 너무나 허무하게도 2006년 4월에 새만금 가물막이 공사가 끝났죠. 그 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설마 새만금보다 더한 개발계획이 나오겠어?’ 했는데 정말 순진했던 거예요. 4대강 사업이 나온 거죠. 다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진행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토건 기반으로 만들어진 나라인데, 다음 정권이라고 해서 더 이상 강을 파괴하지 않을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려워요. 건건이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흐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거죠. 정당이 물론 정권을 잡는 역할도 있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가치’를 계속 이야기하는 역할이 있잖아요. 녹색당이 만들어져서 국민들에게 정치적 의미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을 화두로 던졌다.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녹색 이미지를 활용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한 껍질만 벗겨도 다 들통나는 그런 식이죠. 여름철에 에어컨을 팡팡 돌려놓으면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는 식의 모순이랄까. 녹색성장이라고 하는 산업을 토대부터 키울 생각은 않고, 양적인 목표 달성 아니면 원자력을 녹색이라고 우기는 것이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중요해요.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개인들이 ‘나도 태양광을 해야겠다’ 하고 투자하고 수익도 얻는 구조가 가능하죠. 마을에서 하게 되면 ‘에너지 농사’도 지을 수 있는 거예요. 이런 걸 살리는 게 중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발전소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할당량 채워라, 오더를 때리는 것입니다. 발전회사들이 가장 값싼 가격에 주어진 목표량을 달성하려다 보니 환경에 치명적인 조력발전소에 투자를 하고, 지역공동체와는 아무 상관도 없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녹색디자인’도 마찬가지에요. 체육장 건물에 페인트를 칠해 알록달록하게 하고, 인공시냇물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 발이 빠지고. 그 공간에 늘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절대 그런 디자인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너무 얄팍한 녹색포장의 단면을 우리가 본 거죠. 이 정권이 ‘녹색’이란 화두를 던진 건 사실이에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을 던졌기 때문에, 다음엔 아무도 안 던지게 되어 영원히 녹색을 잃게 될까 걱정입니다.”
- 녹색당이 당장 정권을 잡으려고 태동하는 것은 아닐 텐데, 녹색당의 중요한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 이유진씨는 에너지 자립마을을 다니고 네트워킹하며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를 펴냈다.
“저는 에너지 자립마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은 주민들이 열심히 해나갈 거라 생각했어요. 녹색당은 지역에 기반하여 풀뿌리 정치를 통해, 거기에서 이야기를 생산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조력하는 역할을 하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수도권이에요. 수도권은 사람이든 에너지든, 정말 많은 편익을 취하고 있어요. 특히 에너지 부분은. 그런데 서울사람들은 정말 감이 없거든요. 수도권에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서울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쓰면,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으라 할 거예요. 하지만 수도권엔 원자력발전소 절대 안 짓거든요. 지역에 발전소를 만드는데, 그에 따른 위험 부담과 송전탑 문제까지 지역이 감당하게 되거든요. 그리고는 쥐똥 만한 지원금을 던져줘요. 이런 이야기를 천천히 듣는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이 움직여요. 제대로 된 정보가 안 주어졌을 뿐이지, 서울사람들이 날 때부터 부도덕해서 전기를 펑펑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합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방적이죠. ‘청정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초등학교 애들이 이렇게 배우고 컸는데, ‘핵발전소 폐기 비용 내라’ 하면 얼마나 황당해요. 적어도 어떤 일들이 있다고 정보와 내용을 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우린 원전이야, 나를 따르라’ 하면서 2040년까지 전력 59%, 원자력 수출 산업화를 제시하는데, 이건 너무나 폭력적이라는 거죠. 더 많은 대안들, 안 해봤던 도전들을 소개하고 ‘발전소 하나 더 지을래, 수요 관리 할래’ 선택할 수 있게 해야죠.
저는 녹색당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면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어볼 수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핵을 반대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조금 더 찬찬히 우리 원자력 문제, 에너지 문제가 이렇습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녹색당이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큰 비중을 두길 바란다는 의미인가.
“저도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를 다니거든요. 한때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강의를 안 나간 적도 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럼 내가 누구랑 함께해서, 뭘 어떻게 바꾸겠다고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환경문제 토론회, 집회 많이 하지만 가면 다 아는 사람들인 거예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혀 얘길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실제로 그렇게 만난 분들이 정말 생각이 바뀌고,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게 보이는 거예요. 시민과 만나는 게 중요하고, 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우리는 거기에 투자하지 않아요. 녹색당이 출범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않을까 해요.
비전을 보여주어야죠. 개인들이 ‘원자력 문제인 것 아는데 내가 뭐하면 되요?’ 물으면, ‘저처럼 환경운동가 되세요’ 라고 할 순 없잖아요. ‘이렇게 하면 탈핵 사회로 갈 수 있습니다’ 하는 비전을 보여줘야죠. 탈핵 시나리오, 탈핵 기본법 이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초안을 마련하고, 어떻게 해나갈지 더 당길 순 없는지 합의가 필요하죠. 저의 경우라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대기업이 아니라 분산화하여 투자할 건지, 에너지 효율 높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거기에 여성들이 더 고용되게 할 건지 고민하고 요구를 하겠죠.
‘탈핵 정치’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고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국회의원 찾아가서, 그 사람이 골프 치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도 ‘골프장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며 (골프장 부지 선정 철회를) 부탁하는 것보단, 준비가 되어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그들이 먼저 정보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다>에서 ‘귀촌’이나 ‘귀농’ 이슈를 다룬 기사와 만화 등을 연재하고 있다.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고,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녹색당이 귀촌, 귀농의 물결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보는데.
▲올해 초 이유진 팀장은 영국의 에너지 전환마을 토트네스를 방문했다. 사진은 유기농 채소농장, 리버포드 농장의 펌프킨데이 © 이유진
“사실 농촌은 고령화가 너무 심해서 더 지탱해나갈 수가 없어요. 서울에서 귀농, 귀촌을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삶 터’로서 농촌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일구는 일에 함께해야 하는데, 새로 귀농하는 사람과 원주민이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영국 토트네스 마을을 보면, 자립마을 전환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 있어요. 우리는 관계는 개개인이 풀어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걸 도와주는 상담, 심리 치료 등이 전환마을에 필요하다고 되어있더라고요. 일하고 활동하는데 있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많이 받기도 하죠. 이 상처를 잘 회복하고 이해하면서 변화를 위해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늘 마음의 치유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가 우리의 경우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얼만큼 변화가 있었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힘을 믿게 되는 것 같아요. 지역에 다닐수록 열정과 변화를 느끼고, 우리가 좋은 사례들 보러 해외도 많이 갔지만 우리 안에도 헌신적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안의 현장들이 많아요. 에너지 자립마을이나 마을 만들기가 물리적 토대, 건물 하나 짓는 것, 시설 설치하는 것보다는 관계 회복이나 사람에 대한 투자, 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걸 배운 것이, 등용마을의 사례를 보면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이 5년을 주민들과 이야기하면서 교육만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빨리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태양광을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더라고요. 당장 뚝딱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마음 준비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렇게 시작해야 허무하지 않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죠. 우리 정치는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앞 단계 다 생략해버리잖아요.
에너지 자립마을을 이야기하지만, 그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판단할 건지,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면 다 성공한 거라고 볼 수 없다는 거죠. 그 과정에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고 좋아지면 성공한 건데, 자립도는 높여졌지만 사람들이 싸우고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면 그건 성공한 게 아니에요.”
- 10월 30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있는 녹색당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달라.
“사람은 한 해 살이 동물이 아니잖아요. 근데 정치인들은 임기 동물처럼 살잖아요. 임기 기간만 생각하죠. 원자력 문제는 장기로 갈 것이기 때문에 이 기나긴 문제를 긴 호흡으로 준비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녹색당에 바라는 건, 시간의 스펙트럼을 길게 내다보고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원칙이나 가치에 맞게 실행해나가는 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속도를 내려고 하니까 여성 목소리도 치고, 소수자들 목소리도 치고, 어디 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 하며 다 치고 가는 거거든요.
대안도 너무 빨리 내놓으라고 해요. 핵발전 안 하면 전기 못 쓴다, 원시시대로 돌아간다고 하죠. 거짓말쟁이들이에요. 지금 당장 탈핵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독일도 1975년도에 최초의 엄청난 반핵 시위가 열렸대요. 독일 녹색당의 출현, 그리고 기복을 겪으면서 이번 후쿠시마까지 경험하면서 나온 (탈핵) 연도가 2021년이잖아요. 그 사회는 4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준비하고 밟아왔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뒤면 탈핵 사회가 되죠.
책임을 지는 어른들이라면, 지금 우리도 그 이야기를 시작해서 앞으로 20년 뒤엔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회의 사례도 있고, 우리가 가진 풀뿌리 경험들이 있으니, 천천히 계획을 짜서 비전을 가지고 시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녹색당이 해야 할 역할일 거라고 생각해요.” (조이여울 기자)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대안언론 <일다> 바로가기
[탈핵과 녹색당]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에게 듣다
‘더 이상 개발의 정치, 토건의 정치는 안 된다’는 절실함 속에 그 대안으로서 ‘녹색정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나아가 탈핵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에너지와 환경, 농업과 공동체 이슈를 제기해온 사람들과 풀뿌리 지역정치를 가꿔온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 ‘녹색당’을 창당하려고 준비 중이다.
▲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를 만나 녹색당 창당을 지지하는 이유와 그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일다>www.ildaro.com 는 “탈핵과 녹색당”이라는 주제로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 ‘녹색정치’를 내다보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두 번째로 만난 이는, 녹색당 창당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이다.
이유진 팀장은 10년 넘게 미군기지 환경 감시운동, 야생동물 보호, 새만금 간척지 반대운동,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운동을 해왔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주제로 연구하고 활동한 내용을 토대로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기후변화 이야기> 등의 책을 펴냈으며, 옮긴 책으로는 <생태 발자국>, <공기를 팝니다> 등이 있다.
“책임을 지는 어른들이라면” 지금 당장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진 팀장. 그가 말하는 녹색당의 필요성과 그 역할에 대해 들어보자.
- 환경운동가로서, 녹색당 창당에 힘을 싣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가 환경운동을 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거다’ 라고 희망을 안고 활동해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많은 일들이 터져 나오고 환경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만 봐도 울진에 폭설이 내리고, 구제역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고, 미군기지 고엽제 문제, 4대강 사업이 계속되고…. 이걸 한 건 한 건 막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겠구나 싶습니다. 보호구역 하나 규정된다고 뭔가를 이뤘다고 할 수가 없다는 거죠.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출장을 간 곳이 새만금이었어요.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새만금 갯벌 지키려 했는데, 너무나 허무하게도 2006년 4월에 새만금 가물막이 공사가 끝났죠. 그 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설마 새만금보다 더한 개발계획이 나오겠어?’ 했는데 정말 순진했던 거예요. 4대강 사업이 나온 거죠. 다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진행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토건 기반으로 만들어진 나라인데, 다음 정권이라고 해서 더 이상 강을 파괴하지 않을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려워요. 건건이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흐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거죠. 정당이 물론 정권을 잡는 역할도 있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가치’를 계속 이야기하는 역할이 있잖아요. 녹색당이 만들어져서 국민들에게 정치적 의미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을 화두로 던졌다.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녹색 이미지를 활용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한 껍질만 벗겨도 다 들통나는 그런 식이죠. 여름철에 에어컨을 팡팡 돌려놓으면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는 식의 모순이랄까. 녹색성장이라고 하는 산업을 토대부터 키울 생각은 않고, 양적인 목표 달성 아니면 원자력을 녹색이라고 우기는 것이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중요해요.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개인들이 ‘나도 태양광을 해야겠다’ 하고 투자하고 수익도 얻는 구조가 가능하죠. 마을에서 하게 되면 ‘에너지 농사’도 지을 수 있는 거예요. 이런 걸 살리는 게 중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발전소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할당량 채워라, 오더를 때리는 것입니다. 발전회사들이 가장 값싼 가격에 주어진 목표량을 달성하려다 보니 환경에 치명적인 조력발전소에 투자를 하고, 지역공동체와는 아무 상관도 없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녹색디자인’도 마찬가지에요. 체육장 건물에 페인트를 칠해 알록달록하게 하고, 인공시냇물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 발이 빠지고. 그 공간에 늘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절대 그런 디자인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너무 얄팍한 녹색포장의 단면을 우리가 본 거죠. 이 정권이 ‘녹색’이란 화두를 던진 건 사실이에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을 던졌기 때문에, 다음엔 아무도 안 던지게 되어 영원히 녹색을 잃게 될까 걱정입니다.”
- 녹색당이 당장 정권을 잡으려고 태동하는 것은 아닐 텐데, 녹색당의 중요한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 이유진씨는 에너지 자립마을을 다니고 네트워킹하며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를 펴냈다.
“저는 에너지 자립마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은 주민들이 열심히 해나갈 거라 생각했어요. 녹색당은 지역에 기반하여 풀뿌리 정치를 통해, 거기에서 이야기를 생산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조력하는 역할을 하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수도권이에요. 수도권은 사람이든 에너지든, 정말 많은 편익을 취하고 있어요. 특히 에너지 부분은. 그런데 서울사람들은 정말 감이 없거든요. 수도권에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서울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쓰면,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으라 할 거예요. 하지만 수도권엔 원자력발전소 절대 안 짓거든요. 지역에 발전소를 만드는데, 그에 따른 위험 부담과 송전탑 문제까지 지역이 감당하게 되거든요. 그리고는 쥐똥 만한 지원금을 던져줘요. 이런 이야기를 천천히 듣는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이 움직여요. 제대로 된 정보가 안 주어졌을 뿐이지, 서울사람들이 날 때부터 부도덕해서 전기를 펑펑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합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방적이죠. ‘청정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초등학교 애들이 이렇게 배우고 컸는데, ‘핵발전소 폐기 비용 내라’ 하면 얼마나 황당해요. 적어도 어떤 일들이 있다고 정보와 내용을 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우린 원전이야, 나를 따르라’ 하면서 2040년까지 전력 59%, 원자력 수출 산업화를 제시하는데, 이건 너무나 폭력적이라는 거죠. 더 많은 대안들, 안 해봤던 도전들을 소개하고 ‘발전소 하나 더 지을래, 수요 관리 할래’ 선택할 수 있게 해야죠.
저는 녹색당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면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어볼 수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핵을 반대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조금 더 찬찬히 우리 원자력 문제, 에너지 문제가 이렇습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녹색당이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큰 비중을 두길 바란다는 의미인가.
“저도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를 다니거든요. 한때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강의를 안 나간 적도 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럼 내가 누구랑 함께해서, 뭘 어떻게 바꾸겠다고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환경문제 토론회, 집회 많이 하지만 가면 다 아는 사람들인 거예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혀 얘길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실제로 그렇게 만난 분들이 정말 생각이 바뀌고,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게 보이는 거예요. 시민과 만나는 게 중요하고, 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우리는 거기에 투자하지 않아요. 녹색당이 출범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않을까 해요.
비전을 보여주어야죠. 개인들이 ‘원자력 문제인 것 아는데 내가 뭐하면 되요?’ 물으면, ‘저처럼 환경운동가 되세요’ 라고 할 순 없잖아요. ‘이렇게 하면 탈핵 사회로 갈 수 있습니다’ 하는 비전을 보여줘야죠. 탈핵 시나리오, 탈핵 기본법 이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초안을 마련하고, 어떻게 해나갈지 더 당길 순 없는지 합의가 필요하죠. 저의 경우라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대기업이 아니라 분산화하여 투자할 건지, 에너지 효율 높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거기에 여성들이 더 고용되게 할 건지 고민하고 요구를 하겠죠.
‘탈핵 정치’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고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국회의원 찾아가서, 그 사람이 골프 치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도 ‘골프장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며 (골프장 부지 선정 철회를) 부탁하는 것보단, 준비가 되어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그들이 먼저 정보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다>에서 ‘귀촌’이나 ‘귀농’ 이슈를 다룬 기사와 만화 등을 연재하고 있다.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고,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녹색당이 귀촌, 귀농의 물결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보는데.
▲올해 초 이유진 팀장은 영국의 에너지 전환마을 토트네스를 방문했다. 사진은 유기농 채소농장, 리버포드 농장의 펌프킨데이 © 이유진
“사실 농촌은 고령화가 너무 심해서 더 지탱해나갈 수가 없어요. 서울에서 귀농, 귀촌을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삶 터’로서 농촌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일구는 일에 함께해야 하는데, 새로 귀농하는 사람과 원주민이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영국 토트네스 마을을 보면, 자립마을 전환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 있어요. 우리는 관계는 개개인이 풀어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걸 도와주는 상담, 심리 치료 등이 전환마을에 필요하다고 되어있더라고요. 일하고 활동하는데 있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많이 받기도 하죠. 이 상처를 잘 회복하고 이해하면서 변화를 위해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늘 마음의 치유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가 우리의 경우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얼만큼 변화가 있었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힘을 믿게 되는 것 같아요. 지역에 다닐수록 열정과 변화를 느끼고, 우리가 좋은 사례들 보러 해외도 많이 갔지만 우리 안에도 헌신적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안의 현장들이 많아요. 에너지 자립마을이나 마을 만들기가 물리적 토대, 건물 하나 짓는 것, 시설 설치하는 것보다는 관계 회복이나 사람에 대한 투자, 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걸 배운 것이, 등용마을의 사례를 보면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이 5년을 주민들과 이야기하면서 교육만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빨리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태양광을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더라고요. 당장 뚝딱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마음 준비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렇게 시작해야 허무하지 않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죠. 우리 정치는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앞 단계 다 생략해버리잖아요.
에너지 자립마을을 이야기하지만, 그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판단할 건지,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면 다 성공한 거라고 볼 수 없다는 거죠. 그 과정에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고 좋아지면 성공한 건데, 자립도는 높여졌지만 사람들이 싸우고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면 그건 성공한 게 아니에요.”
- 10월 30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있는 녹색당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달라.
“사람은 한 해 살이 동물이 아니잖아요. 근데 정치인들은 임기 동물처럼 살잖아요. 임기 기간만 생각하죠. 원자력 문제는 장기로 갈 것이기 때문에 이 기나긴 문제를 긴 호흡으로 준비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녹색당에 바라는 건, 시간의 스펙트럼을 길게 내다보고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원칙이나 가치에 맞게 실행해나가는 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속도를 내려고 하니까 여성 목소리도 치고, 소수자들 목소리도 치고, 어디 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 하며 다 치고 가는 거거든요.
대안도 너무 빨리 내놓으라고 해요. 핵발전 안 하면 전기 못 쓴다, 원시시대로 돌아간다고 하죠. 거짓말쟁이들이에요. 지금 당장 탈핵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독일도 1975년도에 최초의 엄청난 반핵 시위가 열렸대요. 독일 녹색당의 출현, 그리고 기복을 겪으면서 이번 후쿠시마까지 경험하면서 나온 (탈핵) 연도가 2021년이잖아요. 그 사회는 4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준비하고 밟아왔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뒤면 탈핵 사회가 되죠.
책임을 지는 어른들이라면, 지금 우리도 그 이야기를 시작해서 앞으로 20년 뒤엔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회의 사례도 있고, 우리가 가진 풀뿌리 경험들이 있으니, 천천히 계획을 짜서 비전을 가지고 시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녹색당이 해야 할 역할일 거라고 생각해요.”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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