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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日 노동자건강 연구해온 텐묘 요시오미 의사 인터뷰 
 
“감정노동은 감정 그자체가 상품이 됩니다. 감정이 상품화되는 것은 (수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만, 그런 노동은 수치로 계산될 수 없습니다.”
 

▲ 노동건강연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노동자건강운동의 산증인 텐묘 요시오미 의사.   <사진제공: 노동건강연대>   

 
오랜 시간 일본에서 민간과 공공부문 산업보건의사로 활동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진료와 연구를 해 온 텐묘 요시오미 씨가 노동건강연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OECD가입국 중 가장 긴 노동시간에 불안정한 노동조건까지 확산되면서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또한 감정노동이 확산되며 많은 노동자들이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개인의 자질이나 의지 부족 때문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대응하고 있는지 요시오미 의사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요시오미 씨는 일본 노동자건강운동의 산증인과 같은 존재로, 현재는 직장 내 따돌림과 괴롭힘 문제를 상담하고 교육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 ‘정신행동장애’ 많아
 
요시오미 씨는 “일본에서 일과 관련해 두려움을 갖거나 마음의 고통을 겪는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현상입니다. 정신행동장애로 한 달 이상 휴직하는 노동자가 전체 휴직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요. 대기업에 한정된 데이터지만 중소영세기업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때 “장애”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말하는 장애가 아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로 의학적으로 진단명이 생기는 경우가 아니다. 따라서 직장 내 건강검진을 통해 파악되기도 어렵다.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정신행동장애에 빠지는 경우를 보면 사람과 대면해서 일하는 사람, 전화상담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비슷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즉, ‘감정노동’을 강요받는 상황이 정신건강에 무리를 주는 경우다.
 
“감정노동은 감정 그자체가 상품이 됩니다. 일본에서 방영중인 한 금융기관의 TV광고를 보면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연인처럼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카피가 나와요. 연인처럼,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의 표현들은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심층연기를 해야 하는 ‘돌봄노동자’에 지원 필요 
 

▲ 텐묘 요시오미(좌) 씨는 '감정노동'을 수치화할 수 없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일다 

 
고객과 대면해 서비스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무리한 요구가 많아도 자기감정을 가라앉히고 대응해야 한다. 이 때 일시적으로 ‘허구의 자신’을 만들어내 감정을 위장한다. 이를 ‘표층연기’(surface acting)라 말한다.
 
이러한 대응은 일시적으로는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는 행동이 계속될 경우 그 피로가 축적되면 반드시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일본 맥도날드사에는 종업원들의 손님응대 매뉴얼이 세세하게 갖추어져 있어요. 그 중 첫 번째는 ‘항상 웃어라’이죠. 손님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도 무조건 ‘손님 말씀이 옳다’고 대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쌓이면 감정이 고갈됩니다.”
 
요시오미 씨는 그 배경에 경제의 세계화, IT기술의 급속한 발전, 서비스산업의 확대가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돌봄 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노동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데 돌봄 노동은 일시적 표층연기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다정함이나 미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관리하고 느낌을 바꿀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상태의 감정노동을 ‘심층연기(Deep acting)’라고 말한다. 보다 깊은 곳에서 ‘마음의 가공’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시오미 씨는 “심층연기를 계속 하며 일하는 것은 무리가 되고, 탈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거짓미소가 계속되면 돌보는 사람도 돌봄을 받는 사람도 힘들어집니다. 심층연기를 요구받는 노동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해야 할 지 요구되는 때이지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이 평가받는 시대로
 
텐묘 요시오미 씨는 ‘사회적 지원이 어떠한가’ 여부가 노동자의 스트레스의 증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단언했다.
 
각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근무 조건과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배려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산업안전보건 팀을 두는 등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요시오미 씨는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은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며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것이 사회적인 평가를 받는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시오미 씨는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문제를 위해 애쓰는 기업들이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쉬는 것, 의사소통을 중요시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서로 인정해주는 사회풍토”를 만들어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희정 기자)
 
*통역 지원: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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