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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피해자 특성 고려한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 마련해야 
 
영화 <도가니>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인화학교 사건을 가능케 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 연재를 마련했습니다. 장애인 생활시설과 관련법의 문제, 그리고 장애인성폭력 관련법과 적용의 문제를 다룬 두 글에 이어,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문제를 짚어봅니다. 필자 조주은씨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가해자 처벌 강화만이 능사인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상영 이후, 장애인 성폭력 및 장애인생활시설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뜨겁다. 당시 성폭력 가해 교사 4명이 여전히 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라는 여론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에 쏠린 관심만큼 인화학교 사건의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당시 사회로부터 작은 지원이라도 받은 것이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목소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피해자지원정책에 대하여 대중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가해자 처벌에 쏠려있는 정책적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대책의 특징은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 최근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와 관련하여 제정 및 개정된 법률의 내용

2011년 10월 7일에 발표된 「장애인 대상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대책」은 여섯 개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은 ▲광주 인화학교․인화원 처리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에 대한 보호 확대 ▲사회복지 법인․시설 투명성 확보 방안 ▲성폭력 범죄 예방 강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다.

 
그러나 이처럼 쏟아지고 있는 대책들은 정작 피해자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에 별다른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가령 2011년 9월 작성된 경찰청 내부 자료에 의하면, 경찰에 신고 된 장애인 대상 성폭력 발생건수는 2007년 199건에서 2010년 기준 320건으로 62% 가까이 증가해 같은 기간 성폭력 사범 증가율(32.6%)을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었고, 전체 성폭력 사범 기소율은 같은 기간 42.3%에서 42.5%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 기소율은 39.1%로, 지난해 42.5%보다 3.4%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성폭력 사건접수에서부터 계속되는 법적 대응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 기소여부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접하는 담당 수사기관/ 담당 판사의 ‘여성’ ‘장애인’에 대한 이해여부에 달려있게 된다.
 
그러나 합리성을 배경으로 일관되고 정확한 진술을 요구하는 경찰․사법체계 내에서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인 여성 지적장애인은 신고를 꺼려하게 된다. 혹여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2차 피해를 경험하고는 세상에 대하여 문을 닫고 고소를 포기하는 사태가 부지기수다.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 설치조차 안 된 곳도 있어
 
그렇다면 현재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 대책의 현황은 어떠할까. 가장 대표적인 지원책은 장애인성폭력상담소의 설치이다.
 
2011년 11월 기준 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전국적으로 21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다음으로,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과 정신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해바라기 아동센터(13개소), 광범위한 폭력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의료․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지원센터(17개 거점병원 내 센터 운영)가 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의사와 임상심리전문가가 상담과 심리치료를 중점으로 제공한다는 점, 원스톱지원체계에는 여성경찰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전담 보호시설이 경북과 경남지역에 2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장애인 대상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대책」에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대한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사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는 2005년 6월 22일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일부 교직원의 성폭력 사실을 제보 받으면서였다.
 
이처럼, 성폭력사건을 최초로 접하고 사건진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성폭력상담소이지만 강원도 지역에는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다. 10월 7일 발표된 피해자 지원대책에서도 설립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강원도에 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설치함은 물론 전국적으로 장애인성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일명 ‘쉼터)을 확충하여 어떠한 지역의 피해자도 상담과 심리적, 의료적, 법률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유사한 목적을 지녔으나 기능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통합지원센터들이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효율성 문제도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적장애인 성폭력피해자는 해바라기 아동센터로 가야하고, 신체적 장애인은 원스톱지원센터로 가야할 뿐 아니라, 해바라기 아동센터를 방문하였다가 다시 여성경찰이 상주하고 있는 원스톱지원센터로 이동하여 같은 진술을 반복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해바라기 아동센터와 원스톱지원센터 공통적으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치료․가족지원까지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의 기능보완이 필요하다. 성폭력 피해자가 어떠한 통합센터를 방문하더라도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능이 통합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지원센터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등에서 규정된 특수교사가 배치되거나 연계서비스가 강화되어 전문성을 보강하는 것도 요구된다.
 
애매한 의료비 지원 기준, 불용(不用)액 상당해 

 
▲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현황       
 
상담 및 법률적인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다.
 
현행 지원대상은 성폭력 피해자와 19세 미만 피해자의 부모 또는 보호자이다. 단, 피해자 가족의 경우 성폭력 피해와 관련성이 입증된 경우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여성가족부 지침에는 “만 19세미만 청소년 피해자의 부모 혹은 보호자도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증상의 강도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의료비 지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기준에 애매한 점이 많아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에서 쓰이지 않고 남은 예산(불용不用액)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성가족부 지침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지원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여 의료비를 필요로 하는 성폭력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적절한 의료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문성 있는 조력인 지원하고 예방대책 수립해야
 
정부의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대책이 현실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한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초동 사건접수에서부터 재판과정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주는 조력인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변호인 조력인과 법무부가 추진 중인 법률 조력인의 경우 단지 수사․재판 시 법적 대리에 그치고 있다.
 
물론 그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조력인 선정 시 현장경험을 존중하고, 조력인에 대한 교육제도도 신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대책에서 중요한 점은 장애인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성폭력 예방교육’에 의거하여 실시되는 성폭력 예방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권교육과 결합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 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조주은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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