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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8. 바다를 넘어, 뛰다 
 
※ 뛰다는 2001년 ‘열린 연극’, ‘자연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20여 명 단원들이 폐교를 재활 공사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뛰다>의 친구극단인 <새 극단>에서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배우 김승준이 전하는 일본에서의 소식입니다.  <일다> www.ildaro.com
 
뛰다의 일본 친구 <새 극단>을 소개합니다
 

▲ 돗토리 현 시카노에 자리 잡은 <새 극단> 전경     © 뛰다 
 
저는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여기는 일본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다는 돗토리 현 시카노입니다. 언젠가 TV에서 일본의 시골 풍경을 본 적이 있었는데 소박하고 아늑한 느낌이 제 기억 깊숙한 곳을 차지했었습니다. 어렴풋이 그곳을 상상해 보곤 했는데 우연찮게 기회가 닿았습니다.
 
<새 극단>(
http://www.birdtheatre.org)은 2006년 돗토리 현 시카노에 자리 잡은 연극단체입니다. 배우, 연출, 기획팀으로 이루어져 있고 총 15명의 인원이 돗토리 현 근방에 상주하며 극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돗토리 현은 한국의 강원도와 비슷한 지역입니다. 실제로 강원도와 돗토리 현은 자매결연 하였습니다.) <새 극단>의 주요 업무는 공연 창작과 일본과 해외에서의 공연, 돗토리연극축제 진행, 지역 주민과의 연극 만들기, 청소년의 연극교육의 프로그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뛰다>와의 인연은 2009년 도쿄아트마켓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고 2010년 <새 극단>이 돗토리연극축제에 <뛰다>를 초청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텃밭연극축제에서 <뛰다>가 <새 극단>을 초청하면서 서로를 더욱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와서 공연에 참가한다라는 것 속에는 단순히 서로를 불러주는 사이에 그치지 않고 두 극단 간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로써, 제가 새 극단이 진행하는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전쟁 속의 피크닉> 지금도 남아있는 전쟁의 상처
 
▲ <새 극단>의 단원들과 연극에 대해 토론 중인 승준     © 뛰다 

 
공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전쟁의 체험기 낭독과 동시에 연극이 진행됩니다. 산골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 돗토리 현에서도 전쟁이 있었고 피해자가 있었답니다. 진행되는 연극은 스페인 극작가 아라발의 <전쟁 속의 피크닉>이라는 희곡이 공연됩니다.
 
이 공연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전쟁이 일어났고 나라를 위해 죽었기 때문에 가족이 죽어도 슬퍼할 수 없었던 당시 일본 민중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사과합니다. 저는 일본전쟁의 피해국가인 한국인으로써 이 공연에 참여합니다. 실제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저희 친할머니의 기억을 이 공연에서 낭독하고 윤동주의 시를 읊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전쟁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도 유감스러운 감정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공연에서는 서로가 용기를 가지고 한 걸음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간 할머니의 기억과 일본이 한국에게 했던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새 극단> 팀원들은 진지하게 들어주고 아파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일본인 받았던 전쟁의 피해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진심으로 동정해 주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상처로 남아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지 못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의 상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할 수 없었던 이들
 
▲ 공연 중 한 장면     © 뛰다
 

 
이 공연의 마지막에 낭독되는 쿠리 씨(97)의 사연은 일본의 제국주의 정신으로 인해 피해를 말해줍니다. 얼마 전에 일본 연출님은 저를 쿠리 씨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쿠리 씨는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정신은 건강했습니다. 사람들과 많은 수다를 떨고 싶어 하던 작은 할머니였습니다.
 
쿠리 씨는 전쟁에서 남편과 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국주의 정신에서 전쟁에서의 죽음은 영광스러운 것이라 여겨야했던 분위기였기에 슬픔도 참아야만 했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른 사람들도 슬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합니다.

쿠리 씨는 일본인은 굉장히 속이 좁은 민족이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그건 사방이 막힌 섬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대륙에 사는 중국인들보다 너무 크게 비교가 된다며 저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일본인의 속이 좁은 행동 때문에 전쟁에 질 수밖에 없었고 일본인이 고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리 씨는 재혼을 하고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작년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슬프고 집에 가면 아들의 흔적을 보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이렇게 요양소에 있다고 합니다. 쿠리 씨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너무 많이 겪었습니다. 쿠리 씨의 작은 손을 잡아주니 따뜻하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 공연은 돗토리 현의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새 극단>은 이 공연을 위해 아직도 생존해있는 노병들과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하고 당시의 기록을 모았습니다. 이것이 <새 극단>이 지역에서 공연 단체로써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비록 일본에서 가장 발달이 덜 된 지역이지만 자신들의 역사를 다시 기록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가볍게 바라볼 수 없는 일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관객으로는 실제 전쟁에 참여하신 분,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으신 분, 어쩌면 한국인들에게 나쁜 짓을 한 일본군인 조상을 둔 후손도 올 수 있습니다. 이 공연은 비록 작은 극장에서 공연되어지지만 한국과 일본에게 큰 의미로 남을 것입니다.
 
작은 극단을 지켜가는 힘의 근원은 ‘도덕성’
 

▲ 눈 내린 돗토리 모습 © 뛰다 
 
일본에는 연극학교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극전공자가 극소수인데다가 연극을 직업으로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 <새 극단>도 할 수 있는 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경제적 여건을 해결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 배우들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는 저에게 ‘스고이’라며 대단하다고 칭찬해줍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제도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지만 저는 오히려 일본배우들에게 ‘스고이’란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들의 도덕성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공연에서도 드러납니다. 작은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고 누구하나 뒤에서 지켜보는 이 없이 일에 달려듭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단체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소양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의 날씨는 겨울이라 하지만 영상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평균 3~6도에서 머물죠. 우리나라의 제주도 날씨와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쪽 지방 사람들은 해가 잘 보이지 않고 하루에 시도 때도 없이 비와 눈이 오는 겨울날씨가 힘들다합니다. 하지만 저는 건조하지 않고 매서운 화천의 추위를 잠시나마 피해 가벼운 옷을 입을 수 있으니 기분 또한 가벼워짐을 느껴봅니다. 
 
※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카페 cafe.naver.com/tuida

김승준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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