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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활성화 이면…아이 포기하는 비혼모
 국내입양 권장 전에 ‘비혼모의 양육’ 지원해야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한국의 해외입양사업에 대해 ‘아기 수출국’이라는 국내외적인 비판이 높아지자,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해외입양을 자제하고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 정책은 효과를 거두어, 2007년에는 처음으로 국내입양이 해외입양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과연 해외입양의 대안은 국내입양일까? 최근 들어 입양제도의 정책적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입양을 권장하는 정책과 제도들이, 정작 아이를 낳은 비혼모의 권리와 입양 보내지는 아동의 권리 양쪽을 다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다.
 
입양은 선전하면서, 비혼모의 양육 지원은 ‘간과’
 
▲ 해외입양인 친가족찾기 전국캠페인, 2007년 11월 광주.
   [해외입양인연대 G.O.A.'L 제공사진]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 집’의 김도현 목사는 지난 55년간 진행된 한국의 국제입양사업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약 20만 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면서 정작 그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게 될 고통과 혼란에 대해서는 간과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국사회의 입양정책과 미혼모” 포럼에서, 김도현 목사는 해외입양뿐 아니라 나아가 국내입양을 활성화시키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 날 국제입양을 주선했던 대표적인 해외입양기관 4곳이 이제 국내입양사업으로 눈을 돌려, 국내입양의 60%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해외입양기관들은 미혼모시설의 운영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미혼모 보호시설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김도현씨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던졌다.

 
국내입양 역시 “아동의 획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데, 입양을 선전하고 지원하는 것에 비해 “미혼모가 양육을 결정하는 일에 대한 후원과 지지”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며, 비혼모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아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신이 출생한 가족 내에서 정당하게 보호 받고 양육 받는 것이 입양 보내지는 것보다 더 우선적이고 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말로 하면 “미혼모부자가 충분히 사회적으로 지원을 받아, 자신들이 낳은 아이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양육할 기회가 먼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양제도에서 미혼모의 부모권 충분히 고려되고 있나”

 
비혼모가 양육을 선택할 권리에 관해서는, 지난 8월 1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개최한 47차 여성정책포럼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이날 김혜영 연구위원은 한국의 입양제도를 “미혼모의 부모권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가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양아동의 80%가 비혼모의 아동으로 충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혼모와 아동의 분리 과정”의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해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혜영 연구위원은 “미혼모의 연령이나 학력이 낮고 경제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기는 쉽지 않다”며 입양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미혼모의 출산이 양육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반문했다.

 
일례로 현행 입양제도에 의거하면 13세 미만 아동을 입양한 국내입양가정에게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원하지만, 저소득층의 한부모나 미혼부모가 6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할 경우에 한해 월 5만원의 양육비가 지원되고 있다.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도 미흡하지만, 비혼부모에 대해선 별도의 지원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혼모자 시설’, 아이를 포기한 경우에만 입소 가능?

 
미혼모생활시설 ‘애란원’의 한상순 원장도 한국사회가 “미혼모 아동의 문제를 입양 위주로 개입”해 온 것에 대해 비판했다.

 
한상순씨에 따르면, 현재 미혼모자시설은 미등록된 시설까지 모두 30개소인데 그 중 17개소가 입양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설들은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의 경우만 입소하게 하여 지원하는 시설들이 다수”라고 한다.

 
아이를 양육하고자 하는 비혼모들은 “아이를 안고 지역사회로 아무 준비 없이” 내동댕이쳐지는 실정이다. 바꾸어 말해,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비혼모가 아이를 양육하기로 선택하기보다는 입양을 선택하기 훨씬 더 쉬운 조건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7년 애란원의 경우 비혼모들의 81.4%가 입양이 아닌 양육을 선택했다. 비혼모들에게 어떤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느냐에 따라서 양육과 입양 사이에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한상순 원장은 정부가 양육을 선택한 비혼모 가정의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한 예로 “주택공사의 매입임대 주택과 임대아파트 입주신청 자격”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아동수당 지급이 필요하고, “미혼부 책임”도 반드시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뿌리의 집’의 김도현 목사도 “해외입양에 대한 답이 국내입양에 있지 않고, 미혼모자 복지체계의 획기적 발전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미혼모자 복지 체계에 두고” 예산을 투입하며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나서서 입양을 위한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것보다는, “TV광고나 대형 입간판의 설치를 통해서 미혼모자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견인해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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