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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상승으로 인해 우리가 겪게될 일들
<기후변화, 어떻게 대응할까>③ 다가오는 “결과의 시대” 
 
기후변화로 인류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공동 기획으로 “기후변화, 어떻게 대응할까” 기사를 연재한다. 세 번째 기사의 필자 이진우님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이다. <일다> www.ildaro.com
 
1천년 간 인류가 겪어본 적이 없는 평균온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一婦含寃 五月飛霜)는 속담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실려 있는 이 속담은 원래 ‘지아비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쓰이던 것이 와전되기 시작한 것인데, 와전된 이유가 남성중심적 사회체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충격적인 건 속담이 고착된 계기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1670년(庚戌)과 1671년(辛亥)년에 이상저온 현상으로 대기근(경신대기근, 庚辛大饑饉)이 들었다. 오뉴월은 물론이고 7월에까지도 서리가 내려 농작이 불가능해졌고, 가뭄, 홍수, 역병까지 돌면서 전체 500만 명 중에 100만 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병자호란이 끝나고 북벌을 준비하는 와중에 당파싸움에 휘둘리며 정부가 구휼기능을 못하자, 백성들은 나무껍질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를 잡아 인육을 먹기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었다. 중세암흑기였던 서양에서도 이상저온으로 인해 대기근이 들었고 때마침 흑사병이 겹쳐서 찾아왔다. 성직자들과 귀족들이 민중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제물을 찾기 시작됐고, 이즈음 극에 달한 것이 그 악명 높은 마녀사냥이다.
 
여러 가지 사회 요인이 있었겠지만 학자들은 이런 혼란이 도래한 결정적인 계기로 ‘이상저온’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시기를 ‘소 빙하기(the little ice age)’라고 부른다. 지난 1천년 간의 평균 온도에 비해 약 0.5℃ 정도 낮아진 지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는 0.8℃나 상승했다. 지금은 과학 기술 등의 발달로 예전과 같이 극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듯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평균 온도가 지난 1천년 간 인류가 겪어본 적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  2000년부터 2100년까지 7월 온도 변화 전망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스멀스멀 올라가는 온도로 인해 그 동안 홍수와 가뭄과 같은 기후 현상은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수많은 생물종이 절멸 상태에 들어섰다. 더 나아가 2005년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작년 태국을 초토화시킨 홍수 등 자연재해의 상당수가 ‘지구온난화’와 연관성을 강하게 의심받고 있다.
 
2010년 광화문을 포함해 서울 강북 일대를 침수시키고, 2011년에는 ‘오세이돈’이란 신조어를 만들며 강남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집중호우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피상적으로는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의 연관성을 이해하지만 연이어 나타나는 피해를 꿰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지구온난화는 착실히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07년에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4차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2100년까지 현재보다 4.0℃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내년에 나올 5차 보고서의 새로운 국제 표준 온실가스 시나리오는 한술 더 뜬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저감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는 경우(RCP 8.5 시나리오) 0.8℃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치로 보면 6.4℃가 상승할 수도 있다.
 
짧게는 2050년경 전 지구 평균기온도 16.4℃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최근 30년(1971~2000년) 평균 기온보다 2.3℃ 높은 것으로, 지난 100년간 상승한 것 보다 3배 이상 높다. 이런 온도 상승은 지구와 인류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쳐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생물 대멸종, 한국의 피해액 연간 30조원 예상
 
그렇다면 이러한 온도 상승으로 인해 어떤 영향이 발생할 것인가? 영화에서처럼 아주 과장된 형태가 아니더라도,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지구의 모습은 끔찍한 수준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강수량’의 극단화다. 아시아 북부와 중부는 연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홍수가 일상다반사처럼 되지만, 아프리카와 호주는 연가수량이 감소하면서 식수와 식량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   최근 기후변화 피해  © 기상청 자료 
 
북극곰을 비롯해 지구 생물종의 30~50% 이상이 멸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구 역사에는 온도 변화로 인해 생물종이 50% 이상 사멸하는 대멸종 사태가 5차례 있었다. 생물종의 90% 이상이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 당시 온도변화가 6℃ 정도 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6.4℃ 상승은 과학자들이 분류한 대멸종 분류한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기후변화는 비단 물리적이고 생물학적인 변화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겪게 될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 파국일지도 모른다. 2006년 영국정부의 의뢰로 발간된 <기후변화의 경제학> 일명 스턴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금세기 말 전세계 GDP의 5~20%에 달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100년까지 기후변화 누적 피해액이 2천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은 기간을 산술적으로 나누어도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매해 30조원을 그냥 버려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머지않아 우리는 어떤 것을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CSIS 보고서 “대량이주, 인종갈등, 핵무장, 전쟁 일어날 것”
 
최악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실현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역시 좋지 않다. 미국 CIA 출신들이 중심이 된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2007년에 <결과의 시대>(The Age of Consequences)라는 보고서를 내고 기후변화에 따른 정치, 사회적 변화상을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번째, 정부 혹은 정부간 기후변화 통제 기능이 약해지면서 부유국이 모인 북반구와 빈곤국 중심인 남반구의 갈등이 더욱 격화된다. 아직 거친 형태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벌이는 치킨 게임으로 이미 증명되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로 이주와 이민이 대거 증가하면서 인종 및 종교, 식량 갈등이 새롭게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최악의 인종청소가 자행됐던 다르푸르 사태를 최초의 “기후 전쟁”으로 꼽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셋째,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조건들이 열악해지면서 자원 부족사태가 일어나고, 이는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대응책으로 핵발전이 증가하게 되면 전세계적으로 핵무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구 안녕에 최대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년, 산업화 이후 최대 온실가스 배출량 기록
 
사실 지구온도가 4~6℃ 정도 상승했을 때를 예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은 점쟁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게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것이라는 충고를 듣게 되기도 한다. 물론 동의한다.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동인은 공포보다는 희망이고, 막연한 상상보다는 실체가 있는 현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겪을 기후변화는 지난 수십만 년간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두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다.
 
게다가 학자들이 경고한 사태를 과연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자적 분석에 의한 것이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즉 개연성에 기반을 둔 예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은 과학기술이 있잖아’, ‘합리적이고 집단적인 지성이 있는데’라며 위기를 침소봉대한다고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부조리를 예방할 수 있는 이성도 있다는 얘기가 일리 있기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2년 연속 서울이 잠겨도 무관심하고, 기후변화 피해를 막기 위해 전국 하천을 도로마냥 직강화한 것인가?
 
이런 구전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학살 당시 가스실로 끌려가는 긴 줄에 서 있던 한 사람이 울부짖었다.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난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왜 죽어야 하는 거야?” 한 청년이 그를 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에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있다는 걸 왜 모르는가?”
 
내가 착하게 사는 것은 쉬워도 사회를 착하게 만드는 데는 훨씬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대응에 매양 시간이 부족한 까닭도 거기에 있다. 작년 지구촌은 산업화 이후 최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했다.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증가속도였다. “결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진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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