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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도시 농업, 게릴라 가드닝 外 

현대문명과 거리를 둔 채, 산골에서 자급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도은님이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연재를 시작합니다. 도은님은 두 딸과 함께 쓴 “세 모녀 에코페미니스트의 좌충우돌 성장기”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의 저자입니다. www.ildaro.com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 일이 그러하듯 시골 마을에서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면 편하게 지내던 동네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일을 해결해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한테는 부당하고 골치 아픈 일인데, 이 일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는 게 문제이다.
 
이득을 얻으리라 생각하는 측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그게 ‘마을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선전술을 펼친다. 지금 우리 마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경우는 엄청난 정부보조금이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산골짜기에 대형 축산 분뇨 처리 시설이 들어오려고 외부 사업자들이 들락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투기되던 축산분뇨, 이제 시골마을로? 

▲ 미국의 공장식 축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푸드 주식회사(Food, Inc)>(로버트 컨너 감독, 2008) 중.     
 
노골적인 회유, 향응 제공, 선물 공세, 은근한 협박 등 시골 노인들을 겨냥한 진부한 수법들이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하게 이루어진 후 늘 그래왔듯이 오염 시설, 위험 시설, 기피 시설이 ‘농촌 마을 발전’이란 명분으로 시골 한적한 곳에 자리잡으려하는 것이다. 돈 버는 것밖에 인생의 목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환경이나 생태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 작은 나라에 대체 얼마나 많은 대규모 양돈장과 비육우사육장들이 있는지를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으리라. 냄새나는 그 시설들 대부분이 시골에 있으니까.
 
‘삼겹살과 한우 갈비와 양념 치킨으로 흥겨운 파티를 벌이는 일과 시골 으슥한 곳에 흉물스럽게 지어진 축산시설의 역겨운 똥냄새가 심각한 관련이 있다고요? 대기 오염, 땅 오염, 물 오염이 내가 맛있게 고기 먹고 햄버거 먹는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요? 그런 소리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요.’
 
그러니 지금 어떤 끔찍한 환경에서 가축들이 수입산 사료와 무분별한 항생제 처치들을 받으며 대량 사육되는가를 말하려고 하면, 아마 나를 째려보면서 눈을 흘길 것 같다. 고기 맛 떨어지게 왜 그러세요?
 
그런데 작년까지는 우리나라 축산시설에서 나오는 가축 똥들을 처리하지 못해서 해양투기를 해왔다고 한다. 나도 올해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바다에 축산분뇨를 갖다 버린 것이다. 바다 생물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데 올해 1월부터 국제법이 적용되면서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었다. 반면 우리나라 축산시설들은 갈수록 공장 식으로 대형화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 고기를 많이 먹긴 먹나보다. 하지만 사료는 꾸역꾸역 먹이면서 동물들더러 똥은 싸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처리되지 못한 똥들이 쌓여갈 수밖에 없다. 축산업자들과 정부도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든 분뇨 처리 시설을 많이 지어야 한다. 정부는 엄청난 농업보조금을 지원한다고 하고, 큰돈을 벌 기회를 잡은 관련 업자들은 신이 나서 값싼 시골 땅들을 물색하러 다닌다. 내가 보기에는 이 업자들이 거의 대기업 체인점 수준인데, 이득이 많은 모양이다.
 
시골은 도시의 ‘식민지’가 아니다
 
이런 사정이라서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작은 주민 단체를 하나 만들었다. “향토환경감시단”이란 촌스런 이름을 붙인 단체인데, 대규모축산을 반대하고 주민 스스로가 여러 가지 환경감시를 하려는 목적으로 모인 것이다. 소규모 압력단체랄까.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은 대규모축산문제 해결을 위한 고심어린 방안들, 환경과 생태 문제, 핵발전소 문제, 도시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제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대규모축산시설은 농업이 아니다. 산업이고 기업이고 공장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을 고쳐야 한다.’ ‘고기를 사먹는 사람에게 가축분뇨 의무 할당제를 실시하면 어떨까.’ ‘도시의 백화점과 대형 마트 지하에다가 축산업자들이 주장하는 무공해(!) 유기농(!) 최신식 축산시설을 의무적으로 만들게 하자. 거기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최첨단 설비로 즉시 퇴비화해서 백화점 옥상 텃밭이나 도시 텃밭에 공급해서 신선한 채소를 기르게 하자. 유통비가 거의 안 들고 도시 먹거리자급율도 높아지고 일자리까지 생긴다.’ ‘그토록 안전하다고 주장하니까 삼척 같은 시골 바닷가 말고 청와대 앞이나 한강 둔치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게 하자.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언뜻 황당해 보이는 이런 주장들 밑에는 기업화되는 축산업을 반대하고, 시골이 도시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깔려있다. 모두에게 재앙일 뿐인 핵 발전을 당장 그만 두시라. 또 정부가 대규모 축산업을 보조하는 일도 그만두시라는 목소리를 이런 식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시골이든 도시든 대규모로 뭘 하기에는 참으로 작은 땅덩이다.
 
사람들과 건물로 꽉 찬 대도시는 밖에서 들여온 에너지와 먹거리를 집어삼키고 쓰레기만 쏟아내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사는 도시인들도 힘들어 한다. 이런 오명을 벗고 사람들이 어울려 살만한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도시가 지속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서울시장도 공무원도 도시인도 아닌 우리 촌부들까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도시문제와 농촌문제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콘크리트 장벽을 넘어, 도시를 경작하다

▲ 귀농운동을 주도해온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가 도시의 콘크리트 장벽을 넘어서 생명이 순환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기획한 책이다.    
 
그러던 차에 <도시 농업>(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엮음, 들녘, 2011)이란 책을 찾아 읽었다. 희망찬 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94%가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데, 도시는 먹거리나 에너지를 외국이나 시골에서 들여와야만 한다. 식량 위기나 석유 위기가 전혀 내 문제가 아니라는 사람이야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이 퍽 반가울 것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직접 기른 먹거리를 먹겠다는 운동은 이 불확실한 시대에 꼭 필요한 중요한 운동이니까.
 
이 책은 귀농운동을 주도해온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가 도시의 콘크리트 장벽을 넘어서 흙과 이웃과 생명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손수 길러 먹고, 음식물 등의 자원 재활용을 통해 생명이 순환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기획한 책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끈기 있고 즐겁게 도시에서 텃밭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의 경험담, 도시 농부학교와 도시텃밭을 위한 제안들, 해외 사례들, 서울시 강동구, 경기도 광명시와 수원시에서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만들고 있는 도시 텃밭 사례들, 학교 텃밭, 요양병원 옥상 텃밭, 발코니 텃밭 등의 소개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음식물 찌꺼기 퇴비화 방법이나 도시 농업 조례를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모두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내용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손수 얻을 수 있고, 게다가 이 일이 상당히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는 데 반갑지 않은 도시인이 있을까. 도시 농업을 통해서 살만한 도시 환경과 공동체 사회를 되살려서 도시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안심이 될 것이다.
 
도시 농업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경작본능을 일깨우고, 제 손으로 채소를 기른 아이가 채소를 잘 먹듯이 산업 생산에 오염된 먹거리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혁명이자 도시 자급을 위한 대안이라는 <도시 농업> 저자들의 주장에 나도 적극 동의한다.
 
“‘자급’이라면 언제나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의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우선 가능한 자신의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려고 노력한다. 배추 세 포기를 가꾸더라도 상관없다. 자급은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먹을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다. (중략) 국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국가나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먹을거리에 책임을 지는 것이 자급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더라도 돈의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관계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해법을 찾는다.”(박용범)
 
“도시 농업이 식량자급률을 높여주는 운동으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이 운동이 크게 발전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농산물 생산, 유통, 가공까지만 해도 많아질 수 있지만 그와 관련해서 파급되는 일자리도 상당합니다. 음식물이나 낙엽퇴비를 만드는 일자리, 농사교육을 시키는 일자리, 텃밭을 만들어주는 일자리, 각종 모종을 길러주는 일자리, 토종 종자를 증식시키는 일자리 등등. 이렇게 먹을거리 자급, 일자리 창출 등으로 발전하면 도시농업은 분명 도시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푸는 소중한 해법이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안철환)
 
문득 쿠바가 생각난다. 1990년대에 쿠바는 아주 심각한 경제 붕괴에 직면했다. 소련 붕괴와 1959년 혁명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에 석유부터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해외에서 물자를 공급받지 못했고, 당시 식량 자급률도 40%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쿠바 시민은 도시를 '경작'하기 시작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조차 없이 맨손으로 시작한 도시농업은 220만 명이 넘는 도시 아바나가 채소를 완전히 자급하는 데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들이 그런 자급 도시로 거듭날 날을 희망차게 고대해본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밖에 안 되고, 그나마 쌀을 빼면 5%밖에 안 된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로컬푸드’ 씨뿌리기 

▲ 이 책은 석유 없는 세상에 대비하여 우리의 생활방식을 전환하자는 운동 중의 하나인 ‘로컬 푸드’ 운동에 관한 책이다. 
 
이런 도시 농업 운동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로컬푸드 씨뿌리기>(탐진 핑거턴, 롭 홉킨스, 따비, 2012)를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석유 없는 세상에 대비하여 우리의 생활방식을 전환하자는 운동 중의 하나인 ‘로컬 푸드’ 운동에 관한 책이다.
 
가정 텃밭, 시민 할당텃밭, 시민 과수원, 농민장터, 생활협동조합, 지역공동체 지원 농업, 학교 프로젝트, 로컬 푸드 행사 등 여러 가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로컬 푸드 운동과 실천적인 가이드들이 실려 있다. 실용적인 지침들이 많으며 창의성이 번득이는 아이디어들과 관련단체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주로 영국의 사례들이 많지만, 세계 30여 개국의 400여 도시들에서 진행 중인 로컬 푸드 네트워크 집단들의 생생한 사례들도 나와 있다.
 
석유와 글로벌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자기가 사는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크고 작은 방법들을 배우는 일은 지금 시기에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경제위기, 석유위기, 식량위기, 기후변화의 조짐들이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정부는 다가올 식량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국내 생산은 줄여가며 세계 먹거리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스스로 길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면 더욱 힘이 날 것이다.
 
“전환 운동이란 지역 공동체가 값싼 석유 시대 너머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를 모색하고, 그 실현 방안들을 설계하며 가장 효과적으로 그것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도록 촉매 역할을 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 운동을 지금 세계에서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사회 프로젝트의 하나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 소개된 프로젝트들 모두가 임박한 파국에 대한 불안한 대응책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상과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같이 일하는 것을 진정으로 즐거워 한다는 것, 혹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의 모험처럼 보였다. 원래 좋은 것을 뽑아서 만드는 게 책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는 치졸하고 꼴사나운 내부 갈등 이야기들은 별로 없는 대신 희망차고 긍정적인 면이 아주 많았다.
 
“먹거리와 다시 연결되는 일의 경이로움은 자기 아이들이 처음으로 음식에 열정적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더 건강해지고, 지역공동체 및 땅과 더 많이 연결되는 느낌을 알아가는 것이다.”
 
네 것, 내 것을 넘어 ‘함께 나누는’ 길을 찾다
 
나한테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많은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는 구성원들 간의 소유권 공유 의식이었다. 현대인은 지금 재산권이니 지적 소유권이니 하면서 모든 것을 개인이 소유하려는 집착어린 의식에 붙들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소개된 로컬 푸드 운동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며, 다른 집단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 도구, 수단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려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참 보기 좋은 장면들이었다.
 
영어의 시민 할당텃밭(allotment)이란 어원은 ‘함께 나누다’라는 뜻이다. 이와 정반대되는 말이 그 악명 높은 인클로저(enclosure), 즉 소작인의 땅이나 마을 공유지를 지주가 몰수하여 ‘담으로 둘러치다’란 단어이다.
 
또 돈 버는 일과 소득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사치성 식품을 줄이고, 손쉬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생활양식 대신 품이 많이 드는 생활양식으로의 변화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억지로 고통스럽게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기쁘게 하는 모습들이다. 왠지 사는 게 시들한 청년들이 의욕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도전이 아닐 런지. 대학생들이라면 대학구내에서 공동텃밭 운동을 벌여보는 일도 신나지 않을까 싶다.
 
작년인가 어느 대학생들이 학교 안에다 채소밭을 일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유지에서 자기들이 먹을 채소를 함께 기른다면 개인화되고 고립된 마음도 열리고, 불안한 경쟁의식으로부터도 많이 자유로워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억눌린 자기 안의 경작본능을 일깨우면 분명 힘이 날 것이다.
 
‘총 대신 꽃을 들고 도시를 혁명하라’ 

▲ <게릴라 가드닝>은 소유의 경계 같은 것은 따지지 말고 도시 구석의 내버려진 공공의 땅에다 불법일지라도 꽃과 나무를 심자는 운동이다.  
 
<게릴라 가드닝>(리처드 레이놀즈, 들녘, 2012)은 “우리는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라는 한국어 부제가 붙어 있는 재기발랄한 책이다. 도시 농업이나 석유위기 시대의 식량자급 같은 무거운 주제는 이 책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도시에서의 즐거움, 도전, 저항, 자기표현의 방법 등이 주된 테마이다. 즉, 소유의 경계 같은 것은 따지지 말고 도시 구석의 내버려진 공공의 땅에다 불법일지라도 꽃과 나무를 심자는 운동이다. 이들은 자기 소유가 아닌 장소에다가 공격적으로 그리고 열성적으로 꽃과 나무와 채소들을 심는다.
 
“게릴라 가드닝은 자원을 위한 싸움이자 땅 부족과 환경 파괴와 기회의 낭비를 해결하려는 싸움이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이 싸움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 총알 대신 꽃이 무기가 된다.”
 
게릴라와 꽃이라. 청춘들의 가슴을 들뜨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체 게바라처럼 시장성 있는 상품이 되어버린 게릴라는 저항, 용기, 행동하는 정신 같은 원래 의미를 크게 상실해버렸지만, 원래 쿠바에서 체 게바라가 게릴라전에 뛰어든 동기는 땅을 사용할 권리였다. 20세기 초 멕시코의 게릴라 지도자 에밀리아노 사파타가 농토의 균등한 배분을 위해 싸우려고 세력을 규합할 때 내세운 슬로건도 “땅과 자유”였다고 한다. 이런 정신으로 게릴라 가드너들은 도심지의 버려진 땅 곳곳을 공격하고 있다.
 
“게릴라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만의 작은 전쟁을 치른다. 게릴라들은 사령관이면서 동시에 사병이다. 게릴라 전술이 효율적인 것은 바로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내야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거추장스러운 관료주의와 명령체계에서 벗어난 게릴라 전사는 지시에 얽매이거나 조직에 갇히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대의명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어쩌면 도시라는 정글에서는 이런 녹색 전사들, 게릴라 가드너들이 더 민첩하게 활동할 수도 있겠다.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짜증을 내며 한숨 쉬고 있을 때 자전거로 휙휙 달려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투쟁을 통해서 얻는 가외의 소득은 싸우는 가운데 생기는 동지애가 아닌가. 불법 가드닝을 하면 토지 소유권 문제라든가 행정기관과의 마찰이 생길 때가 간혹 있는데, 이럴 때 이 운동을 지지하는 지역민들이 함께 싸우면서 우정과 동지애를 맺고, 많은 경우 공공기관의 허락을 얻어낸다는 이야기들도 읽기 즐거웠다.
 
어쨌든 고정관념에 붙들리거나 고리타분하지 않은 방식이랄까. 활기차고 신선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규율과 규칙에 통제당하기 싫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들을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다. 그런데 도시에는 내 땅이 없으니까 버려진 공유지를 이용하겠노라. 참으로 배짱이 두둑한 젊은 마음들이다. 이때의 젊음은 육체의 나이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 활기차게 꾸려가겠다는 의지가 훨씬 중요하다. 이 책의 작가와 함께 불법 꽃밭 가꾸기라는 게릴라전에 참가한 회원 중에는 91세 할머니도 있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녹색의 공간들과 녹색 공동체들이 생기면 그 도시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고달픈 도시의 청년들이여, 올 겨울에 열심히 힘을 비축하고 은밀한 준비를 한 다음, 내년 봄에 씨앗 봉지와 호미를 들고서 녹색 게릴라 전사로 나서보심이 어떠실지? (도은)

<도시 농업>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엮음, 들녘
<우리가 사는 곳에서 로컬푸드 씨 뿌리기> 탐진 핑커틴, 롭 홉킨스, 따비
<게릴라 가드닝> 리처드 레이놀즈, 들녘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블로그> 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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