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6.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 소개
 
2008년 하노이에 설립된 베트남 사회적기업지원센터(CSIP, Center for Social Initiatives Promotion)는 베트남의 사회적기업 창업과 운영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창업 및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기업 관련 세미나, 포럼, 연대 행사를 조직하며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기업 홍보에도 앞장서 베트남에서 사회적기업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9년부터 3년간 총 29개 사회적기업, 42명의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했다.
 
극심한 빈부격차, 극빈층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베트남 사회적기업들과의 인터뷰 때마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한 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사회적기업지원센터(이하 CSIP)였다. CSIP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사람, 창업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사람, 기업 창업과 운영에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는 사람, 다른 사회적기업들과의 네트워킹에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 등 그들 모두가 하노이에 가면 꼭 CSIP를 만나보라 당부하곤 했다.
 
베트남 사회적기업들의 등대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그들. 베트남 사회적 기업가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는 CSIP의 센터장 팜 끼에우 오안 씨를 <아맙 인터뷰>가 만났다.

▲ 하노이의 CSIP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사장 팜 끼에우 오안     © 아맙 
 
구수정(이하 수정): 1년 전, <아맙>이 베트남에 사회적기업 창업을 고민할 때였어요. 베트남에도 사회적기업이 있을까 하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미 CSIP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지요.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주변의 <아맙> 회원들에게 CSIP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납니다. “와우! 베트남에도 사회적기업들이 있어” 이렇게 말하고 다니곤 했죠.(웃음)
 
팜 끼에우 오안(이하 오안): 저희도 <아맙>과 같이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외국 사회적기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CSIP가 설립된 것이 2008년이고 이듬해 200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CSIP를 중심으로 베트남 사회적기업 네트워크가 생긴 것은 최근의 일이에요. 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어요. 오늘 <아맙>과 <CSIP>의 만남도 그런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것 같네요(웃음).
 
수정: 각 나라마다 사회적기업이 출현하는 배경과 이유가 다르고 그 성격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바가 크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온 것이 특징입니다. 베트남은 비영리단체인 CSIP의 출현에 힘입어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사회적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최근과 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베트남의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을 위해 CSIP를 설립한 별도의 배경이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오안: 알다시피 베트남은 30년간의 긴 전쟁을 겪었고 전후에도 세계 최빈국으로서 극도의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어요. 당시 세계 각국의 NGO 단체들이 베트남에 들어와 빈곤 탈출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지요. 미국의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이나 영국의 국제개발부(DFID) 등이 대표적이고요.
 
그러나 도이머이('새롭게 한다', '쇄신'을 뜻하는 베트남어로, 전쟁과 미국의 경제봉쇄 등을 이유로 낙후된 베트남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 우선 개방ㆍ개혁 정책을 일컫는다.) 이후 베트남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2009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넘어서면서 공식적으로는 빈민국을 벗어나게 되었지요. 이렇게 되자 과거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해외 NGO 단체들이 다른 나라로 사업장을 옮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베트남의 경제가 발전하긴 했지만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진 측면이 있어요. 2008년 CSIP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2천만 명의 베트남인들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었고, 베트남 인구의 절반인 4천만 명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었어요. 반면 상위 20%의 부유층이 베트남 사회 복지 혜택의 40%를 누리고 있었고, 하위 20%의 빈민층인 노인, 장애인, 여성, 아동들에게 돌아가는 복지 혜택은 고작 7%에 불과했어요.
 
경제 성장과 관계없이 여전히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아주 적었고 오히려 극빈층의 수는 더욱 증가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해외 NGO들의 철수 상황과 맞물려 기존의 빈곤 탈출 운동과는 다른 방식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수정: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을 하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생각하신 거군요? 
 
오안: 네 맞아요. 베트남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 빈부격차, 농촌 해체, 도시 노동자 문제 등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지요.
 
하지만 베트남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내부적인 조직력은 많이 부족해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결 욕구를 갖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조직을 꾸려야 하는지, 혹은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거죠.
 
CSIP의 근본적인 역할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거예요. 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기존의 NGO 사업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을 통해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희 CSIP의 목적이에요.
 
CSIP의 사회적기업 지원활동 들여다보기

▲ 사회적기업 창립 이유를 적은 문구를 들고 있는 사회적기업인들 © 아맙 
 
수정: CSIP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오안: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사업이 있어요. 저희는 매년 '사회적기업인 지원 프로그램'을 공모하여 여러 사회적기업가들의 창업 아이템을 심사‧선발합니다. 사회적기업가로 선정된 기업인들은 '창업' 단계에서 1년간 7,000달러의 지원금을 받고 사업 관련 자문, 기술 지원, 홍보∙마케팅 등의 지원을 받게 돼요.
 
이후 심사를 통해 '도약' 단계에 선발이 되면 2년간 2~3만 달러의 추가 지원금을 받게 되고요. 지난 3년간 CSIP에서는 모두 29개의 사회적기업, 42명의 사회적기업인을 지원했어요.
 
이밖에 사회적기업 관련 투자 설명회, 학술회의, 포럼, 연대 행사 등을 조직하여 정부기관, NGO 단체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널리 홍보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아직 베트남에서는 사회적기업이 낯선 개념이기 때문에 이 일도 굉장히 중요하죠.
 
수정: 하나의 비영리단체가 정부 기관에 버금가는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인력과 재정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오안: 현재 저를 포함해 모두 5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인력이야 당연 모자를 수밖에 없죠. 오늘도 바로 내일 진행될 사회적기업 페스티발 준비로 다들 정신이 없네요. (웃음) 5명의 실무 인력 외에 또 7명의 자문위원들이 있어서 CSIP의 중요한 사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저희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재정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와 베트남의 공동체 발전을 지원하는 아일랜드 자선재단 원 파운데이션(One Foundation)과 영국 문화협회(British Council) 등에서 주로 지원을 하고 있어요.
 
수정: 그동안 <아맙>이 베트남의 사회적기업들을 인터뷰하면서 CSIP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CSIP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곤 했는데요, 실질적으로 CSIP의 지원 사업이 각 사회적기업들에게 기여하는 바는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CSIP가 사회적기업 공모에서 선정된 기업들에게 7,000달러 또는 2~3만 달러를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마저도 없었다면 사업을 시작조차 못했을 기업들이 많아요.
 
CSIP를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분도 있고, CSIP가 구축한 사회적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분들도 있죠. CSIP가 사회적기업들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는 못해도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을 제공하는 데는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베트남은 아직 한국처럼 사회적기업이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CSIP의 존재감이 더 크기도 하고요.
 
공동체의 이익이 최우선,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
 

▲ 2011년 베트남 사회적기업 사업 영역 분석 그래프     ©아맙  
 
수정: CSIP로부터 지원을 받는 외국인 사회적기업인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오안: 호치민시에서 자선활동 자문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나씨가 있어요. 베트남에서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선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죠. 또 공정여행 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을 농촌의 어려운 여성들에게 소액 대출(Bloom Microventures) 사업 방식으로 환원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올해 CSIP의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인의 20%가 외국인이에요. 이분들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베트남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또한 이들의 활동이 베트남 사회적기업인들에게도 배움과 교류의 기회가 되고 있고요.
 
수정: 올해 CSI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베트남에는 총 201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는 비영리단체 혹은 자선 단체와 비슷한 성향의 기업도 눈에 띄는데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안: 베트남에서 사회적기업은 아직도 새로운 개념이고 학술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NGO 활동과 겹치는 부분도 많아요.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어 공동체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기업이나 장애인, 여성, 아동과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CSIP는 한 단체나 기업의 사업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거꾸로 말하면 그들을 사회적기업 네트워크에 참여시켜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가적 방식과 기술을 가진 사회적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이 CSIP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수정: 베트남 정부와 사회적기업과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오안: 현재까지 법적으로 사회적기업 등록은 불가능하지만 CSIP는 사회적기업이 하나의 국가 정책으로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현재 정부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고무적이에요. 베트남에서는 오히려 NGO단체 등록이나 활동이 어려운 반면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으로 등록하여 활동이 가능하고 사회적 이익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정부도 환영을 하고 있지요.
 
실제로 몇몇 지방 정부에서는 사회적기업에 사무실을 무료로 임대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해요. 사회적기업의 사업 내용에 따라서 소액의 세금 감면 해택을 주기도 하고요. 사회적기업이 법제화되고 이와 관련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베트남 정부도 사회적기업의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수정: 저희 <아맙>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베트남 사회적기업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공정여행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사회적기업가들의 만남과 교류를 주선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의 사회적기업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베트남에 애정을 갖고 베트남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응원하고 있는 한국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오안: 오늘 <아맙>과의 인터뷰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베트남에서 사회적기업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고 지금도 여러 사회적기업들이 갖가지 난관을 헤쳐가고 있어요. 사회적기업가들은 한목소리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말해요. 그것이 CSIP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여행자로, 유학생으로, 사업가로 베트남에 오시는 한국인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베트남 사회적기업 네트워크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주신다면 그들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쯔엉 콩 안 부우 (아맙 마케팅 팀원)

아맙 카페 주소: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후원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 상업광고 없는 독립언론 <여성주의 저널 일다www.ildaro.com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