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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메콩-크리에이션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 메콩-크리에이션(Mekong Creations) 소개
 
2010년 8월 창립한 메콩-크리에이션은 프랑스의 NGO ‘베트남 플러스’와 벨기에의 NGO ‘메콩 플러스’가 함께 운영하는 비영리 매장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농촌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전문으로 생산 판매하며, 수익금은 가난한 농촌 마을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인다.

▲ 호치민시 여행자 거리에 위치한 메콩-크리에이션 매장. 상품마다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다.  © 아맙 
 
가사와 농사 병행하는 여성들 삶에 주목하다
 
베트남에도 사회적 기업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간 베트남 사회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면 충분히 ‘바람’이라 할 만하다. 호치민시 여행자 거리에서도 이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공정무역’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 거리에 이제는 두 개의 공정무역 티셔츠 매장과 한 개의 공정무역 수공예품 매장이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공예품 공정무역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메콩-크리에이션’. 10여년 간의 오랜 준비 끝에 2010년 드디어 ‘메콩-크리에이션’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매장을 연 이들은, 거리의 여행자들을 공정무역의 착한 소비로 초대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또 어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아맙>이 찾아가보았다.
 
구수정 (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소비자들에게 ‘메콩-크리에이션’이란 이름이 꽤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제가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메콩 강과 크리에이션(창조)이 만나 사회적 기업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 종이죽 공예품 열쇠고리용 도마뱀 인형을 들고 있는 응웬 티 이엔 응언.   © 아맙 

응웬 티 이엔 응언 (메콩-크리에이션 마케팅 담당자. 이하 ‘응언’): 저희는 베트남 남부와 캄보디아의 변방 농촌마을에서 여성들과 함께 수공예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메콩 강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지역의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상징이죠. 농촌여성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창의적인 상상력과 자연환경을 반영한 이름이에요.
 
수정: 메콩 강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긴 강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방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나요?
 
응언: 베트남에서는 호치민시 북동쪽에 위치한 빈투언성의 득린현, 딴린현, 함투언남현, 그리고 메콩델타에 속하는 허우장성의 롱미현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캄보디아는 룸돌 지방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만 100여 명의 농촌여성이 메콩-크리에이션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현재 베트남 호치민시, 캄보디아 프놈펜과 씨엠립, 세 곳에 매장을 운영하고요.
 
수정: 메콩-크리에이션은 NGO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응언: 네, 프랑스 NGO ‘베트남 플러스’와 벨기에 NGO ‘메콩 플러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에요. 1993년부터 베트남 플러스가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메콩 플러스의 대표인 버나드씨 혼자 베트남 각 지방 오지를 돌아다니며 가난한 농촌의 실태와 농민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조사하고 그 해결 방안을 고민했지요.
 
외국인이 베트남 농촌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몇몇 지방에서는 오해를 받고 쫓겨 나기도 했고요. 베트남의 이런 저런 허가니 절차니 그 복잡한 수속들을 밟으며 각 지방정부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어쨌든 우리는 농촌에서도 가장 극빈층인 농가들, 그 중에서도 가사와 농사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가난을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업을 모색했죠. 결국 각 마을에 수공예품 생산 조직을 꾸리게 되었어요.
 
종이죽, 부레옥잠의 무한변신…재활용 아이템

▲ 종이죽을 활용해서 거울을 제작하고 있는 농촌여성들    ©아맙  
 
수정: 매장을 둘러보니 상품들마다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던데요, 메콩-크리에이션의 상품만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요?
 
응언: 상품 개발 단계부터 지속가능성과 환경을 생각합니다. 농촌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그곳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상품을 고민해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상품 1호가 바로 ‘종이죽 공예품’입니다. 신문지나 종이가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는 베트남의 현실을 감안한 기획이죠.
 
저희가 생활폐지를 모아 마을에 갖다 주면 여성들이 직접 종이죽을 반죽해 인형, 장식품, 거울 등의 멋진 수공예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또 메콩 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레옥잠을 활용해서 상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기 보이는 책꽂이, 바구니, 가방이 모두 부레옥잠으로 만든 것들이에요.
 
수정: 부레옥잠이요? 저 가방이 부레옥잠으로 만든 거란 말씀이세요?
 
응언: 놀랍죠? (웃음)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부레옥잠은 많이 보셨지요? 그런데 이 부레옥잠이 너무 많이 늘어나 강을 뒤덮고 빛을 차단하게 되면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해요. 그러한 점에 착안해서 부레옥잠으로 수공예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강의 생태에 기여하면서 제품 원료도 손쉽게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죠.
 
하지만 부레옥잠으로 상품을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았어요. 예전부터 부레옥잠으로 바구니나 가방을 만드는 기술이 있긴 했는데, 다른 원료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드는 데다 겉모양도 거칠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었죠. 우리도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지금의 부레옥잠 상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 부레옥잠이 여성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바구니. 가방과 책꽂이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 아맙  

수정: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옆에 있는 부레옥잠 바구니가 더 예뻐 보이네요. 다른 상품들도 궁금한데요?
 
응언: 대나무 상품이 있어요. 대나무는 농촌 인근에서 구하기도 쉽고 성장 속도가 아주 빨라서 환경 파괴의 부담이 적은 재료 중 하나에요. 또, 등나무 제품도 있고 퀼트 제품도 있어요. 원료 채집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농촌여성들이 손수 만들 수 있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들이죠.
 
그러나 이 재료들을 이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 가능한 상품을 만들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메콩-크리에이션 매장을 열기까지 대략 10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우리가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는
 
수정: 아무리 NGO단체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도 그 긴 시간 동안 아무 수익 없이 제품 연구와 상품 개발에만 매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다른 지원이 있었나요?
 
응언: 제품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고 디자인이 투박해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메콩 강 유역의 농촌여성들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우리 물건들을 사준 단체 회원들과 소비자들이 있었지요. 프랑스의 한 회사는 저희 가방을 도매로 1만 개 이상 사들여 국내에 납품하기도 했고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늘의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윤리적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가 있었기 때문이죠.
 
수정: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데 농촌여성들이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게 되나요?
 
응언: 제품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6~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상품은 1년이 걸리기도 해요. 대부분 수공예품 제작에 아무 기술이나 경험도 없었던 여성들이기 때문에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죠. 상품 디자인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요. 메콩-크리에이션의 디자이너들 중에는 공정무역에 동참하기 위해 호주에서 건너온 분도 계세요. 

▲ 단아한 멋이 돋보이는 대나무 공예품. 한 제품을 제작하는데 길게는 1년이 걸린다.    © 아맙  

수정: 메콩-크리에이션을 통해 여성들은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나요?
 
응언: 대부분 농사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주부들이에요. 하지만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메콩-크리에이션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훈련을 받고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면 한 달에 약 2백만동(약 1백달러) 부수입을 얻게 됩니다. 이것을 아이들 교육비로 쓰거나 차곡차곡 모아 오토바이나 집을 사기도 하지요.
 
한 가지 중요한 건, 우리는 공장을 짓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공장을 만들면 더 많은 상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농사일에다 집안일, 그리고 아이까지 돌봐야 하죠. 일 때문에 아이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그들은 집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생산의 효율성보다는 농촌여성들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메콩-크리에이션의 원칙입니다.
 
농촌여성에게 큰 호응 얻는 ‘무이자 대출사업’
 
수정: 메콩-크리에이션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NGO 단체의 농촌 지원 사업에 환원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요?
 
응언: 우리와 ‘베트남 퀼트’ 같은 사업적 기업들이 농촌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NGO인 베트남 플러스와 메콩 플러스는 그 수익금을 다시 지역에 환원하는 일을 합니다. 소액 대출 사업, 여성들의 보건 위생 지원사업, 아동을 위한 교육 지원사업, 장학금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죠. 그 중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사업은 소액 대출 사업인데, 무이자로 여성들에게 돈을 대출해주고 있어요.
 
수정: 소액 대출이 여성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나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지 않나요?
 
응언: 소액 대출을 통해 농기구를 사고 돼지, 오리, 닭 등을 사서 조그맣게 축산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과수묘목을 구입하는 등 대부분 생업에 투자합니다. 병원비나 약값 등 위급한 상황에 돈을 쓰기도 하지요. 대출을 받은 후 2~3년이 지나 생활이 안정되면 원금을 갚는데, 이제까지 대출금이 환수되지 않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소액 대출을 비롯한 지원사업을 벌일 때 그 지역에 주체를 세우고 지역사람이 직접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야 마을의 전체 상황은 물론, 주민 개개인의 생활과 처지를 꼼꼼히 파악하고 어떤 지원이 그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소액 대출 사업도 지금까지 무리 없이 진행해 올 수 있었고요.
 
수정: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놀랍습니다. 그만큼 지역 사회와 깊은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응언: 우리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베트남 NGO단체들도 있어요. 메콩-크리에이션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의 베트남사람들이 설립한 단체인데, 빈투언성에는 ‘티엔찌’(Thien Chi), 허우장성에는 ‘안즈엉’(Anh Duong)이란 단체가 활동하고 있죠. 바로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더 깊은 유대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사회적 기업은 느린 발걸음으로 ‘함께’ 성장한다
 

▲  메콩-크리에이션 1호 상품인 물고기 인형(좌)과  메콩-크리에이션의 로고(우)   © 아맙  

수정: 메콩-크리에이션 사업과 마찬가지로 NGO의 지원사업도 사람을 가장 중심에 두고자 하는 운영 철학이 엿보입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 메콩-크리에이션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요?
 
응언: 요즘도 신상품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나오면 이 아이템을 개발해서 농촌여성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실제로 상품이 완성되어 판매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우린 서두르지 않아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10년 넘는 세월이 걸렸지만, 그 기간은 우리가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느린 발걸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사회적 기업의 보폭이 아닐까 싶어요.
 
메콩-크리에이션의 로고를 보면 우리 회사의 상품 1호인 종이죽 공예품 물고기 인형이 들어 있어요. 저 로고 속의 물고기를 볼 때마다 메콩-크리에이션의 초심을 되새기곤 한답니다. 로고 어때요? 귀엽지 않나요? (웃음)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 후원 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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