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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 
 

 

 

영화 <마이 플레이스>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문칠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작품인 이 영화는 여성인권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서 이미 선보였고, 많은 상을 받기도 하였다.
 
영화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어릴 때 캐나다에서 살았던 감독의 여동생이 한국으로 왔다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녀가 ‘비혼모’(非婚母, Single Mothers)로 살아가겠다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가족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꽤 많은 사회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현대사가 자연스럽게 각각 가족들의 경험과 역사에 녹아있고, 이것은 개인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비혼모라는 선택, 옳고 그름의 문제, 정상과 비정상의 규범, 그리고 ‘열린 사고’라고 불리는 관념들에 대한 적응의 문제,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꽤 많은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전혀 복잡함이나 극적인 과장을 추가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극대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전개함과 동시에, 각 인물이 지니고 있는 생각과 경험의 맥락이 뚜렷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포커스가 가족 전체로 확장되었다가 다시 여동생에게 집중되는 흐름 역시 뛰어나다. 시간의 순서대로 화면을 배치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인물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를 오히려 더 극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홈 비디오를 통해서 인상적인 구간들을 보여준다. 이는 시각적으로도 큰 효과를 지닐 뿐 아니라 ‘모두의 과거’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빠르게 동질감을 가져다 준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지닌 ‘감수성’,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 다른 생각을 포용하려 할 때 얼마나 많이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도 처음에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내고, 그 간격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 (박문칠, 2014) 한 장면.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제기된 ‘비혼’과 관련한 개념을 배우고 익히지 않았더라도, 또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변해가는 과정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 영화를 보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은 항상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소통의 어려움, ‘내 편이 없는 세상’이라는 느낌은 비단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영화는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형태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가지는 고민과, ‘정상’의 규범 밖에 있는 사람들의 고민을 조금씩 대변한다.
 
여성주의 감수성과 세상과의 마찰은, 외국서 살다 온 사람의 개방적인 사고 방식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권력 관계를 통해 발생하고 있으며, 따라서 많은 이들이 살아가며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영화 <마이 플레이스>. 많은 이들이 봤으면 한다. 1월 29일 개봉. 배급 및 제공 상상마당. 
▣ 블럭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사이트> http://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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