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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집주인 할아버지와 나의 공유지
우리 집 앞마당은 집주인 할아버지가 요긴하게 쓰는 옥상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할아버지가 놓아둔 60여개 엇비슷한 화분들과 3개의 큰 빨래건조대로 빽빽하다.
도시농부인 할아버지는 한 해 동안 이 화분들에 상추, 토마토, 고추, 배추, 무를 차례로 길러낸다. 늦가을 무를 수확하고 나서, 그나마 겨울동안 이곳은 내 차지가 되었다. 추위가 가시자 화분 흙 사이로 지난 해 거두지 못한 대파 밑단에서 싹이 삐쭉 올라왔다. 아쉽지만 이제 할아버지와 나의 공유지로 바뀌게 되는 시기이다.
요새 할아버지는 옥상에 올라와 볕 좋은 날 빨래를 널기도 하고, 겨우내 눈과 바람을 맞아 지저분해진 화분을 닦아내고, 굳어버린 흙을 갈고, 동네 한약방에서 얻어온 한약찌꺼기와 퇴비를 흙과 보슬보슬 섞으며 바지런히 봄을 맞는다.
아침과 저녁 창문너머 할아버지가 달그락거리며 농사짓는 소리가 앞으로 마냥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요즘은 그 소리가 듣기 좋다.
곧 작년처럼 마당에 온갖 농작물이 풍성하게 차오를 테고, 그 사이를 벌과 나이가 지나다니고, 길고 높게 뻗은 지주에는 새가 날아들 것이다. 올해도 토마토와 고추가 여름 햇살을 가려주어 커튼 역할을 할 만큼 튼실하고 길게 뻗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간혹 나는 그들에 가려 스릴 있고도 달콤한 서리 맛을 보기도 할 테다.
도시 옥탑방의 가난한 월세살림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날들이다. ▣ 박푸른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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