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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국 송출노동자 339인이 말하는 한국 노동현실
 
건강을 위협받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장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이나 복지 그리고 권리 면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이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평균 11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평균임금은 109만원 정도에 불과하며, 야간이나 주야맞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그에 따른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이주노동계에서 쟁점이 되었던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문제와, 최근 한나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루 평균11시간 ‘주야맞교대’ 열악한 근로조건 

한국이주노동자 대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제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인권연대 회원단체들, 그리고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11월 16일부터 12월 7일까지 각 지역의 이주노동자 339명을 대상(남성 284명, 여성 65명)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국은 2004년부터 한국정부와 국가 간 인력송출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송출하고 있는 15개국 중에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 파키스탄, 몽골, 중국, 버마 등 총 8개국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약 11시간이며 평균 급여는 109만원에 불과했다. 10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는 경우가 전체응답자의 80.1%에 달했으며, 104명은 하루 12시간 근무한다고 답했다.
 
또한 181명(54.8%)만이 ‘주간근무’를 하고 있으며 135명(39.8%)이 ‘주야맞교대’를 한다고 답해, 장시간의 노동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야간 및 주야맞교대를 하는 노동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각각 11.50, 11.56시간으로, 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시간(10.56)보다 오히려 1시간 정도 더 길었다.
 
주간근무 노동자의 임금은 약 106만8천원인데, 야간근무 노동자는 110만3천원, 주야맞교대를 하는 노동자는 평균 111만9천원으로 3만~5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근무시간에 따른 차이 정도이기 때문에,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기초한 잔업수당이나 야간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숙박비, 식대까지 임금에서 공제하겠다?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형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건물에서 주거하는 경우가 50.9%에 달했는데, 사측 입장에서도 이주노동자가 기숙사나 회사사무실, 가건물 등에 거주할 경우 별도의 공간사용료가 지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개선방안’을 통해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숙박비와 식대를 ‘본인 부담’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기업의 임금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숙박비 및 식대 등의 복리후생비를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근무시간 대비 급여액을 산출해보았을 때 최저임금(시간 당 3,770원)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데, 여기에 숙박비와 식대까지 빼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고 항의하고 있다.
 
나아가 신성은 간사는 “기존에 사측에서 기숙사건물이나 가건물을 제공해서 별도의 숙박비용이 지출되지 않는 사업장의 경우에도, 숙박비 및 식대 공제기준에 따라 추가적으로 비용을 공제할 여지가 다분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사업장 옮기고 싶어도 ‘고용주 동의’ 없으면 어려워
 

6.22. 시청앞 '이주노동자도 시민의 권리가 있다' 캠페인


한편, 이주노동자의 63.8%가 회사를 옮기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특별히 나쁘지는 않지만 더 나은 작업환경으로 옮기길 원해서’가 32.8%였으며 ‘사업장 ,기숙사 등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18.5%)’, ‘일이 너무 힘들어서(17.4%)’, ‘본국에서 생각한 업무와 너무 달라서(11.8%)’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사업장 변동을 희망하는 5명 중 1명인 19.5%가 그 이유로 ‘한국동료들의 폭언, 욕설 등이 참기 힘들어서’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도 한국의 사업장에 만연해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사업장을 변경한 사람도 175명(65.7%)이었는데, 그 사유는 낮은 임금(18.8%), 임금체불(14.9%), 열악한 작업환경(12.2%)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사업장을 변경하는 현실적인 이유들 중에,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되는 것은 25.5%에 불과하다는 것.
 
고용허가제에서 사업장변경 사유는 ‘고용주의 고용계약해지 및 갱신 거절’, ‘본인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 ‘회사의 휴폐업’, ‘상해, 산재 등의 이유로 사업장 근로 부적합’ 등이다.
 
또한 사업장을 이동하려 했지만 변경하지 못한 218명의 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없어서’(42.4%), ‘비협조적이고 강압적인 사업주의 태도에 불이익을 염려해서(16.5%)’ 순으로 답했다. 즉,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권한이 사업주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사업주가 계약만료 시 재계약을 이유로 무리한 잔업이나 특근을 요구(27.1%)하거나 산재보험미적용(20.6%), 임금삭감(18.8%)을 하는 등, 사업주의 막강한 권한으로 인해 사업장변경과정과 재계약, 재고용 등의 과정에서 불합리한 면이 두드러져 시급한 개선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이주인권연대, 그리고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사업장 변경 제한을 철폐”하여 사업주와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진 계약관계로 정립시키는 점이 중요하다고 요구했다. 
[일다] 조이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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