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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평등’하게 양육될 권리가 있다
제5회 싱글맘의 날 기념 컨퍼런스에 다녀와 

 

 

▲ 5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회 싱글맘의 날 기념 컨퍼런스  ©안미선 
 

케이크가 행사장 앞자리에 층층이 놓여 있다. 제5회 싱글맘의 날 기념 컨퍼런스 자리였다.

 

5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 행사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협회’ 인트리가 주관했고, 입양인 원가족모임 민들레회,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뿌리의 집 등 미혼모 인권에 목소리 내온 여러 단체들이 공동주최했다.

 

올해 컨퍼런스의 주제는 ‘아동 양육의 사각지대’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양육할 수 없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곧 주거와 직업, 여성의 경력단절, 건강, 복지 체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힘내라 엄마들아! 웃어라 아이들아!”라는 표어는 양육을 평등하게 할 수 없는, 가시화되지 못한 현실의 자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엄마, 일 안 하면 안 돼? 내가 밥 안 먹을게”

 

발표자 연이(가명) 씨는 촬영을 거부했는데, 그건 지금 새로 구한 직장에서 자신이 미혼모라는 걸 들키면 또 해고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가 미혼모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전 회사에서 바로 ‘실업급여 줄 테니 나가라’고 했습니다. ‘가치관이 바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전에 면접을 볼 때에도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말을 하자마자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야근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같이 일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바로 그 자리에서 들었다. 그래서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고 일하면서 늘 칼날을 딛고 사는 듯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유치원에 갈 수 없게 되자 며칠 휴가를 써야 했고, 그러는 사이 ‘근무태만’으로 퇴사 조치를 당한 적도 있다.

 

일을 구하지 못한 동안 생계비 지원을 문의하러 간 동사무소에서도 상처를 주었다.

“결혼을 안 했는데 왜 아이를 낳으셨어요? 나랏돈으로 애 키우시게요?”

“아니요, 아이는 제 힘으로 키울 건데 지금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서요. 입학할 때까지만 좀 도와주세요.”

“다들 첨에는 그렇게 말해요. 하지만 나중에도 일 안하고 나랏돈으로 아이를 키우더라구요”

연이 씨는 일할 수도, 아이를 돌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비참함에 눈물이 흘렀다.

 

지금 연이 씨는 야근이 많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야근 때문에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돌봄 선생님을 구하려 했으나, 가능한 선생님이 없다고 해서 신청하고도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야근은 있으나 야근수당은 없는 직장에서, 연이 씨는 아이를 사무실에 데리고 와서 밤에 일했다. 다른 유치원 학부모에게 아이를 부탁하기도 했다. 어떨 때 아이는 밤마다 남의 집 눈치를 보며 떠돌아야 했다.

 

아이는 지쳤다. 빨리 가자고 밤에 회사에서 엄마에게 떼를 써도 안 되고, 친구 집으로 빨리 데리러 오라고 보채어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이가 문득 말했다.

“엄마, 일 안 하면 안 돼? 나 밥 안 먹을게.”

밥도 안 먹고 장난감도 안 사줘도 되니 회사에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곁에 없는 엄마가 너무너무 그리운 것이었다.

 

일시적으로 시간이 되는 임시 돌봄 선생님이 배정되자 아이가 그랬다.

“엄마, 낯선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엄마는 왜 나보고 모르는 사람이랑 집에 가래?”

낯선 선생님이 무서운 아이는 밤 9시까지 선생님과 놀이터에만 있으면서 엄마를 기다렸다. 아이가 돌봄 선생님에게 익숙해질 겨를도 없이 또 새로운 선생님으로 바뀌게 되었다.

 

“저는 당당하게 제가 일한 돈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말합니다. 나는 너무 불행한 아이야.”

 

연이 씨는 이야기하면서 울었다. 미혼모라는 것이 다시 알려지면 회사에서 해고될까 봐 두려운 연이 씨가 ‘촬영거부’라고 쓰인 종이를 몸에 붙이고, 자신이 버둥거리며 일할수록 불행하다고 하는 아이를 떠올리며 울었다.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합니다. 최고로 좋은 걸 줄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빠의 빈자리로 인해 아이가 바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미혼모의 자녀라 엄마도, 아이도 불행할 것이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힘들고 부족하지만 남들처럼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애아 키우는 싱글맘에게 주30시간 일하라고? 

 

▲  제4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 홍보 이미지 중에서 
 

또다른 발표자 은희 님은 장애아동을 양육하면서 경험한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장애통합유치원이나 특수학교가 근처에 없어서 아이를 업고 출근 시간에 전철과 버스를 타며 등하교를 시킨다. 출산을 하고 아이가 아파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내왔는데, 자신의 집이 필요했지만 수급자로 장애 아이를 키우며 청약저축을 든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은희 님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청약을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임대주택에 선정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가산점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된다 해도 몇 천만 원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을 했다. 그래서 그녀가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미혼모여서 출산 후 지금까지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파트타임이라도 수입이 생기면 지금보다 조금 여유로워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날 무렵 구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고용센터에서 교육 지원과 취업 지원을 해준다 했습니다.

 

하지만 고용센터의 취업패키지를 시작하면서 의료수급이 1종에서 2종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주 30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면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이 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육단계 없이 바로 구직활동을 할 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취업 요건이 주 30시간 이상으로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하고 고용보험이 되는 곳에 취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처럼 장애아동을 혼자 키우는 미혼모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6시간 정도 있는데, 어떻게 주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곳에 취업을 할 수 있습니까? 전 취업을 하더라도 재택근무나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고용센터에서는 정해진 플랜에 따라 취업을 하라고 합니다. 취업을 하고 6개월 정도 유예 기간이 지나면 수급자로 혜택을 받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저는 취업 후 의료수급을 받지 못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미혼모의 노동력은 그녀의 양육 상황과 결부되어 있는데, 공공 기관의 판단은 그녀 개인이 몇 시간 동안 일해서 얼마나 버는가에 따라 가난한지, 가난하지 않은지 결정한다. 수급자가 취업을 했으니 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은희 씨는 자신이 일을 해서 이른바 노동자로 자리매김되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줄어들고 그것이 다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잔인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녀에게 양육과 노동은 모두 그녀의 일, 그녀 삶의 일부이므로 분리해서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외부의 판단에서 ‘장애아동의 돌봄’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더욱 고려되지 않는다. 청약저축을 위해 만 원을 넣는 것조차 버거워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자’ 일을 하고 싶어한 은희 씨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멈춰버린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 이주자 싱글맘의 존재를 알아야 합니다’ 

 

▲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대표 제인 정 트렌카 씨의 저서 <피의 언어>(송태평 역. 도마뱀) 
 

제인 정 트렌카 씨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대표이다. 몇 년 동안 싱글맘의 날 행사에서 그녀를 보았는데 올해는 아기를 안고 왔다. 그녀는 딸을 낳았으며, 아이의 아빠 역시 해외입양인이고, 가족 모두 미국시민이다.

 

참고로 2014년 한부모가족지원법 시행령에 따라 이혼한 결혼이주여성도 이 법의 지원 대상이 되었지만, 한국인과 혼인하지 않은 이주여성 미혼모나 아이가 ‘한국 국적의 아이’가 아닌 경우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한국에는 오늘날 이주자 싱글맘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어려워서 다른 임산부들이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지원(산전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저와 아기아빠 모두 한국시민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주자 싱글맘은 결국 남편이 없거나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동사무소에서 외면당하게 될 것입니다.

 

<굿네이버스>의 추산에 의하면 한국에 있는 불법체류자의 자녀 수는 1만7천명입니다. 아이의 부모 비자가 만료된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주자의 자녀들의 출생등록제도는 많이 단순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그들에게 한국시민권 부여 여부와 상관없이, 단순히 그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명시하는 출생등록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인은 자신이 한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딸의 출생등록과 한국 거주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가슴 졸였다고 고백했다.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는 40년 전, 자신의 불법적인 입양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었다. 출생신고 제도는 보호자가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는 시스템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할 수도 있어 아동인권 침해의 우려가 크다.

 

그녀는 입양에서의 문서 조작이 바로 입양인들이 최근 입양특례법을 개정하려고 했던 이유였고, 법의 개정을 통해 진실에 기초한 출생등록에 대한 감독을 이루려고 했다고 상기시켰다.

 

“출생신고제도와 다른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병원 등에서 출생을 등록하는 시스템)를 마련하는 일을 통해, 한국에서 출생한 모든 개별 아동을 보호하는 동시에 모든 사람의 사적 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인의 마지막 말이었다.

 

“싱글맘의 날을 시작한 지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싱글맘의 아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제 딸을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데리고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쁩니다. 해마다 여러분들을 뵙는 것과, 여러분들과 함께 진보를 만들어낸 것과, 아직 이루어내지 못한 진보에 대해서 함께 숙고할 수 있음을 기뻐합니다.”

 

‘가난’이 아이를 부모와 떼놓는 이유가 되어선 안돼

 

2013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입양아 중 93.4%, 국외입양아 중 96.6%가 미혼모의 아이이다. 미혼모가 입양을 결정한 이유 가운데 56.6%가 경제적인 이유였다. 그것은 미혼모가 직접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주거, 보육, 일자리, 건강 시스템 등 체제를 재정비하면 그녀들이 입양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들과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엔총회는 ‘아동의 대안양육에 관한 지침’(2009) 결의안에서 ‘경제적, 물질적 가난이 아동을 부모의 양육에서 분리시켜 대안양육을 받게 하거나, 재결합을 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난은 그 가정에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금 국내외 입양아동수 자체는 지난 10년 사이에 감소하고 있다. 한국인 입양아동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인 미국은 2013년 한국 입양아동이 2006년에 비해 10퍼센트 수준으로 감소(1,373명에서 138명으로)했다고 보고했다. 여전히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있지만, 2007년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혼모(부)의 절대수가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입양자녀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직접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컨퍼런스 토론 자리에서 김영옥 연구위원은 “미혼모와 그 자녀는 기존의 일-가정 양립 지원체제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미혼모는 고용보험의 가입자가 드물고 건강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일-가정 양립제도의 보호 범위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보육료 지원,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사업, 교육부의 방과후 교육 등 다부처 사업에서도 미혼모와 그 자녀가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보고된다”고 지적했다.

 

소라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양육을 하고자 하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 수준이 여전히 양육 현실과 거리가 먼데,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이 아동 양육비 월 10~15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입양기관과 사전 상담기관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지방자치단체에 아동복지 전담 공무원이 없다는 점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목경화 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컨퍼런스에 참석한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장과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에 ‘미혼모를 위한 주거와 건강보험 정책 내용을 확충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싱글맘의 날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미혼모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이주여성 미혼모’와 미혼부(父)의 존재에도 주목했으며,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토대-즉, 보육과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서비스 기반을 확충할 것과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것은 가난한 여성으로서, 또한 여성이기에 가난하게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권과 양육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이루어내지 못한 진보에 대해 숙고하자고, 그리고 우리가 아직 아이의 손을 잡고서 이제 헤어지지 않고, 적어도 이 자리에서 함께 그럴 수 있음을 기뻐하는 자리였다.  안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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