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엔젤 카시디(Angel Cassidy)는 14살에 성매매를 시작했다. 모델 에이전시를 가지고 있다던 남자는 핌프(포주)였고, 폭력과 학대가 이어졌다.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그녀는 술과 마약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팔에는 온통 주사바늘 투성이었지요. 나는, 나를 증오했어요.”
7년 후, 스물 두 살의 그녀는 법정에서 6개월의 징역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녀의 삶이 바뀐 것은 감옥에서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세이지(SAGE)의 아웃리치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난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게 희망을 주었어요.”
카시디는 재활 프로그램을 마친 후 대학에서 사회복지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세이지에서 현재 매일같이 다른 여성들이 힘과 자신감을 가지고 폭력과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기적이 일어나는 공간 세이지 (SAGE)
카시디가 감옥에서 만났던 ‘아주 특별한 그녀’의 이름은 노마 호탤링(Norma Hotaling)이다. 21년 동안 마약 중독자였고 성매매 된 여성이었던 그녀는 1993년 폭력과 착취를 겪은 여성과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위해 세이지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노마는 말한다. “사람들은 성매매가 피해자 없는 화려한 직업쯤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내 삶은 그것과는 달랐어요.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아동 성매매의 피해자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결코 피해자로 보아 주지 않았어요. 나는 언제나 대상화되거나, 아니면 남자를 유혹하는 사람으로 취급 받았지요. 마약 중독과 길거리에서의 삶에 지쳐 나는 죽고만 싶었습니다.”
스스로의 경험으로부터 노마는 기존의 사법체계와 의료 시스템이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산업의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와 착취에 눈감은 채로는 어떠한 변화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 분노로 세이지가 만들어졌다.
노마는 말한다. “우리의 사명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녀들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무엇이든 돕는 것이지요.”
세이지를 찾는 여성들은 건강진료와 에이즈·성병 검사, 침술 치료, 마사지, 상담, 직업 훈련, 직업소개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다. 성매매 현장에 있는 사람과 벗어나려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 상담 프로그램(peer counseling program)이다. 그 곳에서 여성들은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된다.
성구매 남성 교육프로그램 존 스쿨(John School)
또한 세이지는 관할 검찰청과 경찰과 함께 ‘존 스쿨 John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성매매 남성 초범자 프로그램(FOPP)을 운영한다. 샌프란시스코 검찰청 검사인 테렌스 할리난은 “성매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성을 사는 남성들”이라고 지적한다.
성을 구매하다 처음 적발된 남성들은 감옥에 가는 대신 벌금을 내고 교육과정을 이수할 단 한 번의 기회를 제공 받게 된다. 그 벌금은 성매매 된 여성들의 치료와 재활사업에 쓰여지게 된다. ‘존 스쿨’의 교육을 받은 남성들의 재범률은 극히 낮아, 그 효과를 인정 받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노마가 아쉬워하는 점은, 많은 나라에서 ‘존 스쿨’을 통해 사업을 위한 기금을 확보한 후 탈성매매 여성들을 활동가로 교육시키는 대신 기존의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는 “성매매의 생존자들이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세이지의 믿음에 어긋나는 일이다.
노마는 말한다. “‘당신들이 뭘 알아요?’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활동가 중에는 그녀들과 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꼭 있기 때문이지요.”
세이지에는 22명의 활동가가 있다. 그 중 18명이 성매매 생존자이다. 그 중 대부분은 감옥과 거리를 오가며 마약 중독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곤 했다. 그들은 어느 전문가보다도 성매매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성매매 된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알고 있다.
1년 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현재 세이지에서 동료상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옷이나 벗고, 돈을 받고, 더러운 기분으로 관계를 갖고, 그걸 잊으려고 마약을 하는 게 다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여기 왔을 때 세이지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어요. 상처 받고, 다치고, 아픈 사람들이 이곳에 올 때, 나는 내가 여기서 받은 것을 이제 그녀들과 나눌 수 있어요.”
노마의 말에 따르면 세이지는 매일같이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이 내린 기적이 아니라, 노마를 포함한 용감한 생존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기적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일다] 조혜신
[참고자료] The Sage Project - www.sageprojectinc.org
Endangered Species - The Women of SAGE Documentary
'저널리즘 새지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의 성은 남편의 소유가 아니다 (0) | 2009.01.20 |
---|---|
학대받는 아이들 “가족과 분리만 시켜줬어도…” (2) | 2009.01.15 |
‘썩은 사과 한 개’의 문제가 아니다 (2) | 2009.01.12 |
코스콤 투쟁…정규직노조 해체위기까지 겪었다 (2) | 2009.01.07 |
사생활침해, 선정성…언론의 미래인가 (3) | 2009.01.06 |
‘노인의 性’ 인정해야할 이유가 성범죄 때문? (1) | 2009.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