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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것’은 어떻게 읽힐까
다큐멘터리 영화 <이바라키의 여름>을 보고 

 

 

8월에 작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개봉됐다. <이바라키의 여름>(전성호 감독, 2014년)이라는 제목의, 부산MBC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부산국제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에서는 매진을 기록하였으며 소소한 주목을 받는 데에는 성공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이바라키의 여름> 포스터 
 

<이바라키의 여름>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건국고등학교 전통예술부가 전 일본 고등학교 종합예술발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종합예술발표대회는 총 48개 현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열리는 대회이며, 한 고등학교가 그 현의 대표로 선발되어 전통예술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건국고등학교에 다니는 재일동포 학생들이 한국의 전통예술을 가지고 참가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전성호 피디는 <한겨레>에 실린 사진 기사 하나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잠깐의 기간 동안 일본으로 가서 처음에는 조총련계 학교를 찾았는데, 영상 촬영이 힘들다고 하여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곳이 건국학원이었다. 이후 긴 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였고, 가까이서 이들을 지켜보며 종합예술발표대회 준비 과정과 무대에 서기까지를 담아냈다.

 

이 작품은 참가하는 몇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학교, 진학까지 조금 더 깊고 넓은 시야로 재일동포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대회를 준비하는 누군가이기 이전에, 이들은 일본 전국대회에서 한국의 전통예술로 참가하는, 재일한인의 가족인 동시에 일본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이다. 그러한 여러 갈래의 맥락을 다큐멘터리는 억지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일상을 통해 쫓아간다.

 

이들은 대학 진학이나 수상을 목적으로 하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굳이 어떤 순수함을 애써 부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작품은 이들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지만 부담스럽게, 혹은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더불어 일본 사회의 문화나 삶의 풍경까지 비추는 여유를 보여준다.

 

▲ <이바라키의 여름>의 TV 버전은 <열일곱 선화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전성호 피디는 처음 다큐멘터리 촬영을 할 때부터 “영화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TV 버전과 영화 버전은 다르다는 말도 했다. 영화는 그만큼 준비가 많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TV는 매체 영화와 완전히 다르다. TV는 설거지하며 보는 매체다. 그만큼 명쾌할 필요가 있다. 시청률이 책상 위에 올라오고 그것이 고과 반영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열일곱 선화의 도전>이라는 TV 버전의 제목과 영화 제목이 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성호 감독은 영화 제목을 붙이는 데에도 상업적 개봉인 만큼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따로 있었다고도 전했다.

 

일본에는 모든 학교에 전통예술부가 있다고 한다. 종합예술발표대회는 일본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고교대회다. 그러한 자리에서 오사카 현은 재일한인학생들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을 대표하는 전통예술로 인정해준 것이다. 또한 일본 사회에서 ‘한국의 것’이라도 실력이나 예술성이 뛰어나면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다큐멘터리 내에 등장하는 전통공연예술 민간단체는 연 50회씩 일본 초등학교를 다니며 한국의 전통 가면극 등을 공연한다. 한국의 것을 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레퍼토리로 하나의 경험을 선물해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문화적 소통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어릴 때 이 공연을 봤다’고 할 정도로 이들은 꽤 오래 활동을 해왔다. 그만큼 한국의 전통문화를 통한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과연 한국에서라면…’ ‘한국사람들은 비슷한 경우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해보게 되고, 그것은 다른 고민과 과제로 이어진다.

 

▲  다큐멘터리 <이바라키의 여름> 중 한 장면. 
  

최근 <60만 번의 트라이>를 비롯한 몇 다큐멘터리가 일본의 조총련계 학교에 초점을 뒀다면, <이바라키의 여름>은 또 다른 환경을 가진 한인학교의 모습을 보여준다(건국고등학교는 한국 정부 및 오사카의 인가를 받은 학교다). 부산 시사회 당시에는 이들이 직접 공연을 한국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감독인 전성호 피디는 이 작품이 많은 사람과 함께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아낌없이 내비치며,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진심을 나눌 수 있고 한 공간에서 나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의 고민은 작품 전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전통예술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혹은 다큐멘터리 방식 자체로도 작품은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와 별개로, 나는 한국 밖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 한국 안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여겨지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은 ‘자국민들 다수가 좋아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드러나는 한국은 그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재일한인 학생과 가족들의 한국과 내가 사는 한국이 얼마나, 혹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주는 느낌은 굉장히 묘하다. 최근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과 발화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고민은 더욱 커진다.

 

정체성 연구에서 식민지를 거친 분단 국가인 한국은 굉장히 독특한 대상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그것이 ‘나’의 문제로 귀결될 때는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큰 고민이자 숙제로 남는다.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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