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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농민들이 공정무역을 선택한 이유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꺼우덧 그룹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꺼우덧 지속 가능한 공정무역 커피 그룹

 

평균 해발 고도 1천6백미터의 베트남 서부 고원지대 럼동 성에 위치한 <꺼우덧 지속 가능한 공정무역 커피 그룹>(이하 ‘꺼우덧 그룹’)은 2012년에 창립되어 현재 14가구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인근 닥농 성의 <투언안 공정무역 커피 합작사>의 한 그룹으로, 공정무역 커피농장의 면적은 약 17헥타르이며 생산량은 약 60톤에 달한다. 현재 베트남 유일의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이며, 하노이의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인 ‘그린페어 트레이드’의 도움을 받아 커피를 수출하는데 성공했고 한국의 ‘아시아 공정무역 네트워크’와도 거래하고 있다.
 

           ▲  베트남에서 커피와 차 생산지로 유명한 꺼우덧.    © 아맙 
 

베트남 유일의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에서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대를 그리워하네.”

 

한 조합원 아주머니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베트남의 커피 노래 한 소절을 자그맣게 불러주었다. 노래 제목은 “쓰디쓴 커피”. 커피에 담긴 사랑과 이별에 관한 노래라고 했다. 베트남 커피 재배 농부들의 아픈 역사 이야기를 듣고 난 뒤였기 때문일까, 노래가 구슬프게 들렸다.

 

베트남은 전세계 커피 수출 2위국이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고 있는 커피의 24%가 베트남산이며, 베트남 커피의 95%는 로부스타 커피다. <꺼우덧 그룹>은 현재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한다. 2014년부터 <꺼우덧 그룹>의 커피를 수입해온 한국의 ‘아시아 공정무역 네트워크’는 올해 고소한 견과류의 향과 부드러운 쓴맛이 일품인 꺼우덧 지방의 G1등급 아라비카 커피를 블랜딩 해서 “페어데이 5.3.2 블렌드” 커피를 출시했다.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하던 농부들이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무역과 더불어 그들의 살림살이는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된 것일까. 커피 맛은 몰라도 좋은 커피 생두는 냄새만 맡아도 안다는 그들, 커피 열매 한 알 한 알에 정성을 기울이며 공정무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를 <아맙> 인터뷰가 전한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베트남에서 달랏은 고품질의 커피, 차, 과일, 채소 등의 생산지로 유명하죠. 달랏 지역 중에서도 꺼우덧은 오래 전부터 커피와 차 산지로 유명한 곳이라 들었습니다.

 

보 칸(꺼우덧 그룹 조합장, 이하 ‘칸’): 꺼우덧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 지어진 이곳의 오래된 지명입니다. 지금의 달랏 지방의 쑤언쯔엉, 쑤언터, 짬한 등 3개 사(xa, 한국의 읍면 단위)를 아우르는 지명이죠. 예로부터 꺼우덧이 커피와 차로 명성이 자자해 세월이 흘러도 그 이름은 남아 있어요.

 

꺼우덧 역사는 식민지를 거친 베트남 커피의 역사

 

수정: 꺼우덧의 명성에 걸맞게 현재 <꺼우덧 그룹>은 베트남 유일의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꺼우덧 지방의 커피 맛은 어떤가요? 꺼우덧 커피 자랑을 좀 해주세요.(웃음)

 

칸: 사실 저 같은 농민이 커피 맛을 어찌 알겠어요. 커피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죠.(웃음) 꺼우덧은 평균 해발 1천6백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로 1년 중 아홉 달 동안 안개가 낍니다. 땅은 적토 또는 황토의 현무암 토양으로 유기질 함량이 높고 배수가 잘 돼 커피나무의 생장에 좋지요. 연평균 기온도 14~23°C로 다른 열대 지역에 비해 연중 시원한 날씨를 유지하고, 안개가 많은 밤 날씨는 커피나무에 습기를 제공해 나무가 안정적으로 꽃과 커피 체리를 맺도록 도와줍니다.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기후와 지형을 가지고 있어서, 1세기 전부터 프랑스인들이 이곳에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던 거죠. 그때부터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이 지역에서 적극 개발되었고, 지역민들의 생활을 유지하는 중요한 작물이 되어왔어요. 커피 전문가들에 의하면 꺼우덧 커피는 천연의 단맛과 함께 부드러운 쓴맛, 그리고 고소한 견과류의 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  <꺼우덧 그룹> (꺼우덧 지속 가능한 공정무역 커피 그룹)  조합장  보 칸.    © 아맙 
 

우리 그룹의 농민들은 아직 기계화되지 않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간단한 농기구와 손으로 커피를 수확하고 있어요. 특히 아라비카 커피는 커피콩 한 알 한 알에 정성을 들이고 있지요. 우리 꺼우덧 커피는 첨가물이 전혀 없는 순수한 커피, 소비자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커피라고 자부합니다.

 

수정: 인근의 럼하 현에는 베트남 북부에서 이주해온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꺼우덧에는 중부 꽝아이 성 출신 분들이 많더군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건가요?

 

칸: 저의 아버지도 꽝아이 성 사람이에요.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 아버지는 12살의 나이에 고향을 떠나 플랜테이션 노동자가 되어 이곳 럼동 성의 꺼우덧에 왔어요. 당시 이곳에는 대규모 프랑스 플랜테이션 농장이 있었는데,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가장 적절한 기후와 지형을 가진 이곳에 차와 커피를 섞어 심었죠. 베트남 중부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하던 꽝아이 성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이주해 이곳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지금도 꺼우덧 주민의 약 50% 이상이 꽝아이 성 출신 사람들이에요.

 

이 부근에는 아직도 그때 지어진 프랑스식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프랑스인들은 베트남 노동자들을 집단수용소 같은 곳에서 살게 하면서 일을 시켰다고 해요. 또한 기차 길을 내기 위해 1킬로미터가 넘는 굴을 파게 했는데, 가혹한 강제 노역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등 악명이 높았죠. 이처럼 이곳은 100년의 아픈 커피 역사를 품고 있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꺼우덧 커피의 역사는 베트남 커피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식민지 시대에는 아이들에게까지 노예노동을 시키던 유럽인들이 이제 와서 공정무역을 하자며 우리에게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요. (웃음) 꺼우덧에서 최초로 베트남 공정무역 커피가 시작된 것도 이곳의 커피 역사와의 인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30년 경력 커피농사꾼, 공정무역을 전파하다

 

수정: 처음에 공정무역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칸: 저는 열 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커피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제가 커피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네요. 저는 커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곤 했는데요, 특히 럼동 성 인근에서 커피 관련 세미나나 포럼이 열리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어요. 생업을 작파하고 2년 동안 커피학교에 다니기도 했죠.
 

▲  손으로 일일이 결점두를 골라내고 있는 모습(위), 조합장 칸과 조합원들과의 만남(아래)   © 아맙 
 

그런 과정에서 하노이의 사회적 기업 <그린페어 트레이드>를 통해 인근의 닥농 성에서 공정무역을 하고 있는 <투언안 커피 합작사>를 만나게 되면서 공정무역을 알게 되었어요.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해주는 공정무역의 취지에 마음이 움직였죠. 그 길로 마을에 돌아와 공정무역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어떤 유기비료를 써야 하는지, 어떻게 토양을 보호하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등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커피 재배부터 수확까지 그리고 워싱, 펄핑, 건조, 탈각 등 커피 공정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커피 공부를 멈추지 않았지요. 이웃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공정무역을 알리고 항상 “환경, 환경”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큰 딸이 대학에 진학을 했는데요, ‘대체 그 놈의 환경이 뭐길래’ 싶어 환경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하하.

 

수정: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는 문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칸 씨를 공정무역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칸: 보통 농민들은 중간 상인을 통해 커피 생두를 판매해요. 아시겠지만 커피는 가격 변동이 정말 극심한 작물 중 하나예요. 오늘 1킬로그램 당 가격이 70센트였는데 내일은 60센트, 모레는 또 50센트로 급락하는 경우도 다반사지요. 농민들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중간 상인이 쳐주는 값대로 생두를 넘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간 상인들이 품질을 이유로 터무니없이 가격을 후려치기도 해요. 그동안 농민들은 이래저래 불리한 입장을 감수해야 했어요. 중간 상인의 보이지 않는 농간과 극심한 가격 변동에 시달리며 늘 마음을 졸이며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공정무역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커피 가격 때문이에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 최저 가격제가 있어서 일반 시장보다 훨씬 안정적인 조건 속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죠. 커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는 시장 가격이 공정무역 가격보다 더 높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지속 가능한 생산과 판매를 약속하는 공정무역을 선택했습니다.

 

유기농사로 수확량 줄어도, 농민들은 공정무역을 원해

 

수정: 현재 <꺼우덧 그룹>에는 몇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고 있나요? 농장 면적과 생산량 등의 현황도 궁금합니다.

 

칸: 현재 그룹에는 총 14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체 면적은 16.7헥타르, 총 생산량은 62.8톤 정도 됩니다. 작년에 이중 약 10톤을 공정무역으로 수출했고, 나머지 50톤은 호치민시나 하노이 등의 일반 시장에 판매했습니다. 공정무역을 시작한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고 규모도 작아서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판로도 개척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공정무역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더불어 그룹 가입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어요.

 

화학비료 대신 유기농 비료를 쓰면서 커피 수확량은 줄었지만 조합원들은 여전히 공정무역을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30년간 커피 농사를 지어 보니 태풍 피해나 병충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일만 아니라면 커피 작황보다는 커피 가격이 농민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줘요. 과거에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농민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에 함께한 <꺼우덧 그룹> 조합원들.   © 아맙  
 

수정: 그룹은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커피 농사를 위해 어떠한 지원을 하고 있나요?

 

칸: <꺼우덧 그룹>은 조합원들이 등록한 커피농장에서 생산된 커피를 전량 구매하고 있고요. 시장 가격보다 최소 3천동(0.14센트) 이상 더 높은 가격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공정무역의 원칙에 준해 친환경 농법, 비료 및 농약 사용량, 농사일지 기록 등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해요. 또한 고품질 커피를 재배하기 위한 기술과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죠. 시장 가격 등의 정보도 공유하고요.

 

최근에는 호치민시 경제 대학교의 사이프(SIFE, Students in Free Enterprise)에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커피의 품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경작법, 가공법 등을 조합에 지원해주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커피의 품질이 중요합니다. 예전엔 농부들이 생산량에만 급급한 나머지 품질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죠. 커피 열매를 수확할 때도 익은 것 설익은 것 구분 없이 가지를 죽 훑어 내리곤 했는데, 지금은 잘 익은 놈만 고르기 위해 한 알 한 알 주의를 기울여 열매를 따지요.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이 날로 고급화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고품질의 생두를 생산하는 것이 결국 높은 판매 가격으로 이어져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커피 농사일도 고된데 품질까지 고민하려니 이래저래 농부들은 고달프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의 자녀들은 이 커피 덕에 맘껏 공부도 할 수 있는 거겠지요.

 

생산한 커피 전량이 공정무역 소비자 손에 전달되길

 

수정: 현재 조합의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장차 그룹을 어떻게 키워 나갈 계획인가요?

 

칸: 우리 그룹은 <투언안 공정무역 합작사>의 한 그룹으로 공정무역을 함께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규모를 더 키워 독립된 합작사가 될 목표를 갖고 있어요. 그땐 꺼우덧 합작사가 독자적으로 공정무역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고요. 아직까진 기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간단한 농기구와 손으로 땅을 개간하고 작물을 키우는데, 농민들이 힘을 모아 더욱 건실한 조합을 만들고 장기적으론 커피 재배만 아니라 가공, 수출까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년에는 생두를 크기 별로 분류하는 스크리닝 작업과 수출 대행을 다크만(Dakman)이라는 회사에 맡겨 진행했어요. 사실 그룹에서도 일일이 손으로 철저히 스크리닝 작업을 하지만,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 가공회사를 거쳐야만 하거든요. 조합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대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죠.

 

한때 꺼우덧은 세계 최상의 모카커피 산지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높은 생산량과 환경 적응도 때문에 대부분 카티모르 종으로 대체되었지만, 최근 과거의 명성을 되살려 다시 모카를 심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가격 면에서도 모카와 카티모르는 최대 3배까지 차이를 보이죠. 우리 조합에서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공정무역 모카커피 생산을 점점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공정무역 3년차에 접어드는 올해에는 무엇보다 우리 조합에서 생산한 커피 전량이 공정무역 소비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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