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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차별에 대한 저항
일본 여자유도선수들이 권력형 폭력을 고발한 배경
지난 6월 13일, 전 유도선수 야마구치 가오리 씨(츠쿠바대학 대학원 교수)의 강연회가 일본여성법률가협회 주최로 도쿄에서 열렸다. 야마구치 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메달리스트이며 일본올림픽위원회 이사이다. 전일본유도연맹 감사이기도 한 야마구치 씨는 2013년 여자유도 대표선수가 대표팀 감독의 권력형 폭력, 신체적 폭력을 고발했을 때, 일관되게 여자선수를 지원한 바 있다.
“스포츠 계에 있어 양성평등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야카구치 씨는 스포츠계 여성의 지위와 이번 사건의 배경을 이야기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야마자키 히로미 정리]
여성스포츠, 편견에 대한 투쟁의 역사
▲ 일본 전 유도선수 야마구치 가오리 씨 강연 모습. © 페민
여성의 사회진출과 함께 여성의 스포츠 참여의 길도 열렸다. 근대올림픽 제창자인 쿠베르탱은 여성의 땀은 스포츠를 더럽힌다고 생각했다. 1896년 열린 첫 올림픽에서 여성이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성 참여가 시작된 것은 2회 대회부터다.
1994년 영국 브라이튼에서 제1회 세계여성스포츠회의가 개최되었고 스포츠의 모든 분야에 여성의 참가를 요구하는 ‘브라이튼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힘입어 2년 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세계여성스포츠회의를 열고, 스포츠 조직 내 의사결정자의 20%를 여성으로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이 브라이튼 선언에 날인한 것은 2001년이다.
올림픽 경기 종목 중에서는 여자마라톤이 1984년, 여자유도가 1988년, 여자축구가 2004년부터 시작되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26개 전 종목에 여성이 참가했다. 지금은 여성들만 하는 경기였던 싱크로나이즈, 리듬체조에 남자 경기가 생길 정도가 되었다.
대표팀 감독의 폭력을 고발한 유도선수들
일본에서는 여자유도가 ‘취미활동’으로 여겨져 여자선수들의 경기는 인정되지 않았다. 서구권에서 유도 여자경기를 시작하자, 외압에 의해 1980년 제3회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일본도 선수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열다섯 살이었던 내가 제3회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유도의 전통을 잇는 ‘강도관’이 아니라 동네 유도장에서 남자들과의 시합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합 경험이 없는 일본여자선수는 당연히 취약했고,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 해도 ‘실적이 없는 여자선수에게 강화 예산을 쓰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러한 취급을 받으면서, 여자선수들은 스스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대표팀 감독에 의한 권력형 폭력, 신체적 폭력 문제로 여자선수들이 상담을 요청했을 때, 나는 여자스포츠 지도자가 ‘때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일어선 여자선수들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국가대표선수는 외교관 같은 존재이다. 선수들은 대표팀이 되면 훨씬 좋은 지도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텐데, 짐승 취급을 당한 것이다.
▲ 전일본유도연맹이 2015년 5월 발행한 <폭력, 체벌, 성희롱 문제를 배우기 위한 가이드북>
스포츠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전하는 자기표현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을 때에만 스포츠의 가치가 있다. 나는 처음엔 ‘왜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그녀들은 ‘대표선수를 고르는 힘을 가진 감독, 코치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했다. ‘아래 세대에게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일어선 그녀들을 내가 지원한 것은 당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일본유도연맹의 여성임원은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그녀들의 노력으로 인해 스포츠계 전체의 의식이 변하고, 스포츠계의 폭력 근절 움직임이 생겨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여성선수에 대한 폭력, 권력형 폭력을 계기로 전일본유도연맹은 폭력 근절 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유도 지도자 대상으로 <폭력, 체벌, 성희롱 문제를 배우기 위한 가이드북>을 발행했다.)
무월경, 골다공증, 출산 육아라는 과제
일본에서 여성스포츠선수를 육성하고 지원을 하기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축구 등의 종목에서 여자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시지만, 남자선수에 비해 좋은 환경이 아닌 만큼 헝그리정신이 강하다. 여자축구팀이 없는 나라가 많아 경쟁 상대가 적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선수 강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여성선수만의 과제에 대한 지원은 특히 뒤쳐져 있다. 미국스포츠의학회는 여성선수들이 겪는 세 가지 특징으로 에너지 부족, 무월경, 골다공증을 들고 있다. 여성들은 2차 성징기에 체형이 변해 지방이 늘어난다. 이 시기에 성적을 신경 쓰다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에너지 부족으로 무월경이 되기 쉽다. 그러면 이른 나이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고, 골다공증이 되어, 피로 골절로 인해 경기에 지장이 생긴다.
그 결과, 선수의 무월경이나 은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임신, 산전 산후, 육아기의 훈련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월경 주기를 늦추거나 생리통을 가볍게 보기 때문에 호르몬제(저용량 알약)을 사용하는 정상급 선수가 적지 않은 것도 일본 사회의 특징이다. 알약은 피임약이라는 인식이 강해 산부인과에 가서 상담 받기를 주저하는 선수도 많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컨트롤 하려는 의식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 “여성 스포츠 선수의 경기별 무월경 비율” 그래프. 노세 사야카 외 <정상급 여성 선수의 무월경 및 피로골절 검토> 일본임상스포츠의학회지, 2014. © 페민
스포츠에서도 ‘차이’는 가치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여성선수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는 전체 여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선수 폭력 사건의 배경에는 여성을 자립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 지도자들의 존재와 이들의 다양한 수법이 있다. 여자가 대학을 다니면 코치에 대한 반항심만 키운다며 고졸 선수만을 뽑는 실업팀도 있고, 연애를 금지시키고 연습에만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잘 생긴 남자코치를 고용하기도 한다.
언론에서 여성선수는 성적으로 대상화되거나 아이처럼 취급되기 십상이다. 또, 정상급 여자선수에 대한 수식어는 ‘집에 돌아가면 좋은 엄마’, ‘좋은 주부’라는 말이다.
스포츠계의 성차별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의견이 반영되는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도장에 가서 후배들을 지도를 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남성코치도 아이를 데리고 도장에 나온다. 여성의 제안을 수용하면 남성에게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차이는 가치 있는 것이다. 이 명제를 스포츠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장애인, 고령자, 외국인 등 ‘차이를 가진’ 누구나가 빛나는 사회를 만드는 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민> 제공 기사. 야마자키 히로미 정리, 고주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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