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고통이 가져다 준 깨달음, 자아를 찾아서

<연탄과 함께하는 글쓰기 치료> 미소님의 사례③



연탄이 진행한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의 한 사례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는 글쓰기 치료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다양한 글쓰기 치료 중 하나임을 밝힙니다.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례는, 40대 여성으로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혼자 돌보면서 항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미소’(별칭)님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공개하는 내용은 실제 진행한 회기와는 다르며, 매회 글쓰기 과제와 미소님이 작성한 글, 연탄의 피드백 중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비슷한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사례를 공유하도록 허락해 주신 미소님께 감사 드립니다.

 

[연탄]

 

우리가 겪은 부정적 경험이나 문제가 항상 우리에게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면 우리 인생에 어떤 깨달음과 교훈을 주기도 하죠. 남편과의 사별이 미소님에게 가져다 준 부정적 변화와 영향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만약 나에게 준 깨달음이나 교훈이 있다면 글로 정리해 보세요. 남편과의 이별이 없었다면 몰랐던 것들, 나를 달라지게 한 점 등에 대해서요.


▲   우리가 겪은 부정적 경험이나 문제가 항상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연탄)

 

[미소]

 

그동안 머릿속에 있던 것을 구체화시키려니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복잡합니다. 남편이 먼저 간 이후 내 삶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이 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똑바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입니다. 다소 당황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 없이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자아를 돌이켜본 계기는 내게 왜 이런 고통이 왔을까를 생각하다가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를 자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 성격,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등. 돌이켜보니 나를 위해 살아온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초점을 맞추고 살았습니다. 결혼 후에는 모든 삶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맞췄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 생각보다 남의 생각과 판단에 따르고, 호불호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거절을 잘 못하고, 늘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길 원하나. 그리고 왜 늘 불안하고 잔 걱정이 많을까. 감정 조절도 서툴고 타인과의 관계도 어설픈 것 같고, 가식적으로 남을 대해온 것 같습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원인을 나름대로 파악했고, 늦었지만 이제서야 내 자아를 찾아 완성해가려 노력 중입니다. 이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원하지 않으면 ‘싫다’고 얘기도 합니다. 내게 좀더 솔직해지고 자신을 귀하게 바라보려 하는 자아를 찾은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자아를 찾아가는 노력을 시작한 것은, 고통이 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소)

 

[연탄]

 

미소님, 정말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시, 미소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소님께서 남편과 사별한 후 달라진 점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 거군요. 그리고 본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였고, 본인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미소님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의 평가나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본인의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못했고, 분명한 나의 생각과 주장을 피력해 보신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실한 인간 관계도 어려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다른 사람의 가치를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미소님께서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다니 정말 반갑고 감사한 일입니다. 사별이라는 큰 시련이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고, 미소님에게 의미 있는 성찰의 시간, 성장의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결코 문제적 이야기가 한 개인의 삶의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지는 못한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미소님은 이미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소중한 자아를 찾아가려는 노력,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하고 계시고, 앞으로도 잘해내실 겁니다.  연탄과 함께하는 글쓰기 치료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영문 사이트        |           일다 트위터     |           일다 페이스북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