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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의 특별한 만남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어른’의 선물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19) 평일 아침,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휴직 후 한 달여 만에 ‘약속’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는 아침 시간에 신랑을 만나러 지하철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에 가는 이 상황이 매우 좋고 신났다.

 

우린 대구에 계신 ‘어른’을 만나 뵈러 갔다.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유명한 박 선생님이다. 도자기 카페를 준비하고 있는 어설픈 젊은 부부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이셨는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곳을 직접 소개시켜 주시겠다며 안내해주셨다.

 

직원들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커피 창고, 커피나무를 키우는 온실, 커피콩 설명이 있는 조그만 뮤지엄. 그리고 커피콩이 들어있는 큰 서랍들 중 빈칸은 박 선생님께서 책을 넣어두는 사물함이기도 했다. 커피가게의 인테리어가 아닌, 선생님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주문대에 가시더니 “전에 내가 먹던 커피로 주세요.” 라고 말씀하시곤 직접 그린 인테리어 설계도를 보여주셨다. 일흔이 훨씬 넘은 박 선생님은 이젠 일을 하기 싫다고 하신다. 전화기도 안 가지고 계셔서 우린 다른 지인을 통해서 장소를 정해 만나야 했다. 그러니까, 그 설계도는 정말 특별하다는 얘기다. 올곧은 예술가 부부로 살라고 하는 ‘어른’의 선물인 것이다.  이두나 글 그림/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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