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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의 성추행…기억의 번외 편

<29살, 섹슈얼리티 중간정산>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⑨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치료실에서 나눈 대화

 

나: (눈을 감고 있다) 네, 제가 방금 경비실 앞으로 갔어요. 그리고 그 징그러운 경비아저씨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막 고함치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저씨 같은 사람 진짜 역겨워요. 당신은 쓰레기야. 어린 여자애들한테 사탕 주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이거 성폭력인 거 아세요? 제가 지금 당장 애 엄마 불러올 거고,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치료사: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람 반응은 어땠어요?

 

나: (방금 머릿속에 지나간 영상을 떠올려 말하느라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그 사람은 그냥 거기 경비실 의자에 앉아있고요, 사실 얼굴이 잘 안보여요. 뭉개져서 보이는데, 어 그러고 보니 되게 이상하네. 그 아저씨 얼굴은 지금 기억나는 게 사탕 주면서 꼬드길 때 금이빨 보이면서 웃는 거, 그것밖에 없어요. 다른 표정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아무튼 그 사람이 거기 앉아있고, 제가 삿대질하면서 소리 질러도 그냥 인형처럼 앉아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좀 쩔쩔매는 것 같기도 하고. 무기력했어요, 방금 제 상상에서는. 도망갈 거란 걱정은 안 들었어요.

 

▶ 진동 자극 장치. 몇 번 시험 끝에 내가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강도와 길이로 진동을 조절하고 시작했다. 스위치가 있는 컨트롤러는 치료사가 쥐고, 나는 전선 양끝에 바둑알 크기의 타원형 패널을 양손에 쥔다. 눈알로 손가락을 따라가는 일반적인 방식은 내게는 안 맞는 것 같아 자극기를 택했다. ⓒ하리타

 

치료사: 자, 이제 또 한 번 갈게요. 준비됐어요? (내가 양손에 쥐고 있는 양측자극 전동기를 켜고 2분 정도 지나 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됐어요?

 

나: 전 일단 아이를 달래주려고 아파트 경사로 쪽으로 갔어요. 그니까 그 아이가 어렸을 때의 저죠. 지금의 제가 어린 저를 구해주러 간 상황이에요. 애가 경사로 턱에 앉아있는데, 겁먹어서 고개 숙이고 웅크리고 있어요. 제가 가서 아이의 머리를 가슴에 앉고 쓰다듬어줬어요. 괜찮다고 했는지,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했는지, 그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요.

 

(다음 자극이 또 지나갔다)

 

이번에는 우리 엄마 불러오려고 우리 집 문을 막 두드렸어요. 세게. 그 때 우리 집이 경비실 바로 옆이거든요. 5, 4, 3, 2, 1호 이렇게 복도식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5호였어요. 엄마가 문 닫고 밖으로 나왔길래 저는 최대한 침착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것 같아요. 엄마는 제가 저인 줄 모르죠. 성인이 된 내 모습이니까. 저도 티를 안내고 아줌마라고 불렀어요. 근데 이 ‘아줌마’가 별 반응이 없었어요. 충격은 받은 것 같은데 무슨 행동을 안 취하고 거기 멍하니 서있어요. 답답해서 “아니, 어떻게 하실 거예요. 엄마니까 뭔가 하셔야죠.” 라고 나무랐어요. 제 말 듣고 울상이 됐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어요. 제가 다그쳤어요. “경찰에 신고하든가, 가서 저 사람한테 따지든가 하세요.”

 

(다음 자극이 지나가고)

 

결국엔 설득해도 안될 것 같아서 제가 직접 끌고 가다시피 아줌마 팔을 붙잡고 경비한테 갔어요. “이 분이 저 애 엄마거든요. 어쩌실 거예요. 이제 다 들통났어요. 아파트를 지키려고 온 사람이 애들을 해치고. 휴, 이게 말이 되요?” 저는 또 흥분해서 화내기 시작하는데 옆에 우리 엄마, 그러니까 아줌마는 소극적이에요.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붙어있어요. 경비는 그냥 거기 앉아있고, 여전히 얼굴표정이나 모습이 뭉개져서 잘 안보여요.

 

(다섯 번째 진동 자극이 지나가고)

 

엄마랑 경비아저씨 둘 다 너무 한심해서 답답하다 못해 저는 짜증과 분노가 극에 달하기 시작해요. 전 엄마한테 애나 돌봐주라고 하면서 경사로 쪽으로 보냈어요. 그리고 아저씨를 협박했어요. 저도 사실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는데, 그걸 아저씨한테 들킬까봐 초조했어요.

 

치료사: 아이한테 뭐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나: 일단 그 경비가 눈앞에서 안 보여야죠. 경비가 사라져야 애가 안심을 해요.

치료사: 그럼 그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가 보세요.

(진동 자극을 또 준다. 2분 후)

 

나: 경찰에 신고해야지, 당연히 해야지 싶었는데 막상 망설여졌어요. 경찰이 와 봤자 이걸 범죄로 보고 잡아갈지… 게다가 이건 한 25년 전이잖아요. 그 때는 한국에 성폭력에 대한 개념이 진짜 빈약했고. 경찰이 와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핸드폰 쥐고 할까 말까 하고 있고. 근데 제가 주춤하는 걸 이 아저씨가 볼까봐 계속 화난 얼굴하고 있어야 겠다 생각했어요. 팔짱 딱 끼고 경비실 문 앞에 버티고 서서. 그러다가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에 대고 언성 높이면서 상황 설명을 다 해서, 이 사람 당장 해고시켜야 된다고 했어요. 그쪽에서 알겠다고 했어요. 이제 사라지겠죠.

 

치료사: (나에게 진동자극기를 받아서 선을 정리해 탁자 밑에 두며) 오늘은 이 정도면 된 거 같네요. (1분 정도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왜 본인이 그 기억에 등장했다고 생각해요?

 

나: (감정이 복받쳐서 목멘 소리로) 저도 솔직히 정말 떨리고 무서웠죠, 상상 속에서도 그런 게 좀 느껴졌어요.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싫은데, 직접 가서 말했다는 게 저도 의외예요. 왜 내가 나왔는지. 저도 싫은데, 저밖에 나설 사람이 없는 거 같아서 할 수 없이… 슬퍼요. 제가 가야했다는 게.

 

치료사: 그러네요. 슬퍼요.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럼 끝내기 전에 기억을 봉인합시다. 방법은 알죠? 닫는 이미지 떠올리면서 눈감고 하세요.

 

이상은 EMDR 기억재처리 운동요법을 했던 날, 치료실에서 나눈 대화다. (EMDR요법의 원리와 진행 과정은 기사 연재분 참조.)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나도 믿기 어려울만큼 신기했다. 양 손에 쥔 진동이 시작되니 치료사의 별다른 예고나 지시 없이도 물 흐르듯, 아니 영상이 재생되듯 상상이 진행되었다. 부연하자면 기존에 있던 트라우마 기억 속에 내가 등장해 상황을 바꿔 또 다른 기억을 만든 것이다. 운동요법의 명칭은 ‘재처리’지만, 있던 기억이 새로운 상상에 의해 대체된 것이 아니고 현재로서는 여전히 선명히 남아있기 때문에 기억의 번외 편, 혹은 리메이크 버전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나는 꿈을 꾼 건가, 아닌가?

 

EMDR요법은 REM 수면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비슷한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그럼 나는 꿈꾸는 상태, 더 구체적으로는 자각몽과 비슷한 상태에서 상상을 한 걸까. 자각몽(Lucid dream)은 꿈속에서도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꾸는 꿈인데, 평소에도 자주 꾸기 때문에 그 느낌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 때처럼 내 의지대로 상상 속의 상황을 움직인 것 같다. 또 마지막에 끝나고 눈을 뜨자, 자다가 갑자기 깼을 때처럼 머리가 무겁고 꿈꾼 듯 몽롱하고 몸도 축 늘어져 추스르기 어려웠다.


▶ 꿈꾸는 사람이 꿈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자각몽’을 묘사한 그림. 서구의학이 자각몽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몇 십 년밖에 안되지만, 불교에선 수천 년간 수련법으로 활용해왔다. ⓒillustrated by Robert Frank Hunter

 

자각몽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깨어 있는 상태에서 바로 자각몽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와일드(WILD: wake-initiated lucid dream)라고 하는데 인간의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어 정신과적 치료 요법으로도 사용된다고 했다. 와일드 상태를 만들기 위해 몸이 이완할 수 있게 하고 꿈꾸는 상태로 진입하면, 소리가 들려오는 거나 눈앞에 이미지가 펼쳐진다고 했다. 의식적으로 너무 집중하거나 신경 쓸 필요 없이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지켜보는 게 수순이란다. 하지만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로는 자각몽을 꿀 때의 뇌의 상태는 REM수면 때와는 매우 흡사하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고도 한다.

 

한편, 꿈이 흔히 말도 안 되게 허술하거나 엉뚱하게 전개되듯이, 내 상상에도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특히 시간의 흐름에 있어서 동시다발적으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다. 마치 좁은 범위에 스포트라이트가 가고 제한된 등장인물이 순차적으로 연기를 펼쳐 보이는 소극장 연극처럼 말이다. 가령, 아파트 입구인데도 지나가는 주민 한 명 없이 나와 어린 시절의 나, 경비원, 엄마. 딱 네 명만 있었고, 내 주의집중이 미치지 않는 부분은 정지되어 있다가 다음 차례에나 등장했다.

 

하지만 불과 2분짜리 진동 자극에 의해 중간 중간 상상이 끊어졌고, 치료사에게 상상에서 본 것을 묘사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는 점에서는 꿈을 꿨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치료사 베아트리체가 나의 반응을 보면서 무척 기쁘고 만족스러워했던 걸로 봐서, 운동요법 세션이 잘 진행된 것 같기는 하다. 꿈인지 아닌지, 내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등등을 다음번에 꼭 상세히 물어봐야겠다. 수없이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치료요법’이라면 그에 맞는 과학적, 의학적 설명이 있을 테니까.

 

괴상한 등장인물들: 엄마와 경비아저씨

 

▶ SF로맨스 영화 <이터널 션샤인>(2004)에서 기억을 조작하는 시술을 받는 주인공의 머릿속을 묘사하는 장면. ‘뭉개진 얼굴’이다. 내 상상 속에서 경비원의 얼굴은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images.fanpop.com


풀고 싶은 의문점은 또 있다. 내 상상에서 경비원의 얼굴이 뭉개진 듯 잘 보이지 않고, 저항하거나 도주하지도 않았다는 게 납득이 잘 안 간다. 내게 그 사람이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는 뜻일까. 내가 추행을 당했던 때도 그 사람은 경비실 안에서만 날 유인하려고 했지 실제로 쫒아 오지는 않았다. 그 사람이 나중에 옆집에 침입해 그 집 딸을 강간했다는 걸 알지만, 상상 속에서는 그 생각이 안 났다. 아마도 미숙한 당시 어린아이의 인지력으로 그 기억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늘 치료실의 ‘각색된 기억’도 거기 제한된 건 아닐까 짐작해본다.

 

또, 상상 속의 엄마는 실제로 25년 전 내 ‘증언’을 듣고도 그냥 지나갔듯, 여전히 딸에게 도움이 안 되었다. 왜, 상상인데도 나는 엄마의 태도를 못 바꿨을까. 내가 기대하는 대로 나를 위해 나서주는 엄마를 왜 떠올리지 못 했을까. 그건 아직도 내가 엄마를 못 믿는다는 뜻일까.

 

(물론 설마 저 정도로 가만히 있진 않겠지만) 내가 아는 우리 엄마는 남들과 싸울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점잖게 예의차려 말로 해결하지, 머리채 같은 건 절대 못 잡을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서 좀 달라지셨는데, 엄마가 젊었을 때(내가 어릴 때)만 해도 부부싸움을 할 때 억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도 자기 입장을 내세우며 맞서기보다는 눈시울만 벌게져 말을 못 잇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던 게 기억난다. 그러니 나는 지금도 ‘젊은 버전의 엄마’는 설사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 그리 용감하게 싸워주진 못할 거라고 믿는 것도 같다.

 

물음표 백 개의 숲에서 길을 잃고

 

혼란스럽다. 첫 EMDR 운동요법 세션을 마치고 난 소감은 그저 머릿속에 물음표 백 개. 그 동안은 매 세션마다 통찰할 거리를 발견해 곱씹으며 어설프나마 ‘자기분석’을 하며 입체적인 지도를 그려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막다른 골목이다. 내가 머릿속 장면들을 꼬박꼬박 설명할 때, 나는 치료사에게 내심 기대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재현된 심리치료 장면에서처럼 “그건 ~을 의미하고, 환자분이 가지고 있는 ~가 ~하게 나타난 것으로…” 하며 풀이해주리라고. 흠,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치료사가 성령강림절 연휴를 맞아 2주간 휴가를 가고, 내 개인 사정도 있어 한 달 가까이 치료를 쉬고 있다. 그 동안 손 놓고 있자니 착잡한 심정만 더해가서 나름대로 공부를 해봤다.

 

먼저 잘 알려진 영문 의학논문 포털을 좀 뒤졌다. ‘EMDR 요법과 성폭력 트라우마’, ‘성기능장애 심리치료 요법’, ‘EMDR요법 효과’를 키워드로 검색해 걸려나오는 논문들을 초록 위주로 빠르게 훑어봤다. 자연과학 논문들이라 자세한 논의 없이 임상연구 결과를 간략히 보고하는 게 대부분, 게다가 보통 성공적인 사례를 정리한 논문들이 저널에 등재되기 마련이라 치료 과정에서 오는 혼란이나 어려움, 그것도 환자 입장에서 서술된 자료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 내가 궁금해 하는 부분, 어떤 뇌의 메커니즘에 의해 치료 효과가 나오는지는 의학이 아니라 심리학/신경학 연구에서 다룰 듯했다. 별 도움이 안 되니 이쯤에서 일단 패스.

 

다음으로는 주간 치료로 복귀하게 될 때 치료사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들을 정리해봤다. 과연 다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치료에 도움이 될지 오히려 해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심리치료 분야에서 수십 년 간 환자들을 상대해온 경험 많은 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실 텐데 내가 어쭙잖은 지식으로 설레발치는 건가 자괴감도 든다.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이고, 내 기억이고, 내 몸과 내 정신인데! 이번엔 그냥 질러보자 싶기도 하다. 나는 알고 너희는 모른다는 ‘전문가주의’, 특히 의사(그 중에서도 산부인과)들이 최소 10년짜리 가방끈과 자격증과 흰 가운의 권위로 내리는 무수한 진단과 처방에 그간 찍소리 못하고 조용히 의료보험증과 처방전을 맞바꿨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당돌한 질문 목록을 작성하다

 

-> 세션을 마치고 난 후 나의 의문점

․ 운동요법을 실시할 때, 내 머릿속은 대체 어떤 상태인가?

․ 왜 어른이 된 내가 나타나 당시 상황을 해결하는 것으로 상상이 전개되었을까?

․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엄마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원하는데, 왜 내 상상에서조차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 경비아저씨의 이미지는 왜 불명료하고 존재감이 없는가? 트라우마 기억의 중심인 줄 알았는데?

․ 기억이 재처리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원래 기억에서 가지를 쳐서 나와 다른 버전의 기억이 생기는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치료 시간에 처리한 기억이 원래 기억을 대체하는 건가?

 

->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질문들

․ 내 케이스에 EMDR요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를 다시 설명해주면 좋겠다.

․ 세션에 임하기 전,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내가 취해야 될 자세가 있는가.

․ EMDR요법을 마치고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야 보통 좋아졌다, 혹은 그대로다 하는 효과 여부를 판단하게 되나?

․ 내가 처음 들고 온 문제는 삽입섹스에 대한 거부감과 통증이었는데, 어릴 적 성폭력 피해 경험이 지배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나? 나는 그에 대한 확신이 없다.

․ 그 쪽으로 확정짓는 게 아니라면, 지금 하는 트라우마 치료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나. 너무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 실은 우리가 치료 대상으로 정한 네 가지 기억이 엄밀하게 ‘트라우마’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선생님이 트라우마라고 보는 근거가 궁금하다.

․ 혹 이것들은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냥 나쁜 기억들이고,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지만 오랜 시간 지나오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이미 여러 번 처리된 기억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치료방법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휴, 여기까지 쓰자 마음이 지쳤다고 신호를 보냈다. 지난 편에서 다룬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테크닉’을 써야할 차례다. 일단 향긋한 차부터 한 잔 마시자. 볕 좋은 베란다에 나가서 천천히, 오래, 홀짝홀짝.  하리타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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