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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벌어 등록금 모으는 휴학생의 연애와 일상

<생계형 알바를 하는 청년여성들>③ 고1때부터 알바 5년차 미나 



※ 직업이라고 하기엔 불안정하고 열악하며, 아르바이트라고 하기엔 장시간 일하고 급여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른바 ‘생계형 알바’를 하는 10대, 2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이 기획은 빈곤-비진학 청년들의 진로 탐색과 자립을 돕는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와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 <신나는애프터센터>와 함께하며,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재됩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었던 미나와 우연한 만남

 

지난 달 현진(가명)과 ‘인터뷰’를 매개로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 것은 9년차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나에게 매우 색다른 경험이자 큰 배움이었다. 프로그램도, 교육도, 상담도, 사례 관리도 아닌 인터뷰라는 새로운 관계맺기. 늘 현장에서 삶으로 부대끼며 만나다가 인터뷰라는 객관적인 형식으로 만나니까 조금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은 만남들이 더욱 기대되었다.

 

현진과 인터뷰를 마치고 두 번째 인터뷰 상대를 찾던 중, 우연히 지하철에서 미나(가명)를 만났다. 서울 은평구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북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던 미나.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히 소식은 들었지만, 실제 얼굴을 본 것은 2년여 만이었다.

 

미나는 2014년, 은평 지역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청소년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그램”의 참여자였다. 10회 수업을 듣고,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주제로 짧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미나.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청소년문화의집에서 다양한 청소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촉을 세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내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소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미나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 중이라며 특유의 환한 기운으로 인사했다. 인터뷰 제안에도 흔쾌히 응했다. 이렇게 미나와의 우연한 만남은 두 번째 인터뷰로 이어졌다. 21세 대학 휴학생 미나와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 신나는애프터센터 실무자 오매와 비버, 그리고 은평에서 일하는 청년활동가인 나, 미리. 이렇게 세 사람이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서울 합정동 어느 카페에서 미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미리

 

근로계약서는 써도 근로기준법은 안 지키는 ‘청소년 알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미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바를 해 왔다. 미나의 청소년 시절 알바 경험담은 “청소년의 (생계형) 알바”에 대한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례 모음집이었다.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긴 하는데 못 주시는 달도 있었어요. 밥은 주로 집에서 먹고, 평소에는 학교까지 걸어 다녔죠. 돈이 필요할 때는 주로 친구들하고 노는 때였는데, 그게 한 달 용돈 중에 90%, 3~5만원 정도였어요. 부모님이나 친구 생일선물, 빼빼로데이 같은 때는 별도의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때는 전단지 알바를 했어요. 맨날 가정통신문 뒷장 같은 데에 오늘 쓸 돈, 다음 주 필요한 돈, 다음 달 필요한 돈을 계산하면서 가계부도 쓰고, 미리 얼마 모아야겠다, 계획하곤 했어요.”

 

고등학교 때 미나의 부모님은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지 못 했고, 미나는 용돈이 필요할 때마다 전단지 알바를 했다.

 

“고 1때 전단지 알바를 처음 했어요. 알바 사이트 보면 전단지 알바가 많이 올라와요. 가까이에서 하면 아는 사람 만나니까 서울 곳곳으로 갔어요. 보통은 두 시간 정도 시키는데, 시급이 5,580원이었으니까 두 시간에 만원 정도 벌었어요. 강남까지 가서 두 시간 일하고 만원 번 적도 있어요. 한 달에 적으면 한 번, 많으면 1~2주에 한 번씩 필요할 때 찾아서 했어요.”

 

두 번째 알바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했던 ‘현장 티켓판매 알바’였다. 돈이 필요할 때 바로 달려가서 하던 전단지 알바와는 다르게, 3개월간 일하기로 근로계약서까지 쓰고 시작한 알바였다. 그런데 실상은 전단지 알바보다 못했다.

 

“고 2 겨울방학 때, 혜화역에서 연극 티켓판매 알바를 했어요. 길에서 ‘예매하셨어요?’하고 표를 파는 건데, 판매한 만큼 건당 돈을 받아요. 한 건당 싼 건 만원, 비싼 건 2만원까지 팔아요. 말 잘하는 사람은 하루에 40~50만원 벌었다고 했어요. 아침 10시부터 밤 8시까지 하는데, 저는 맨날 판매를 못 해서 돈을 못 벌었어요. 겨울방학이니까 3개월 하기로 했었는데, 돈을 정말 하나도 못 벌어서 2주 지나고는 전화로 그만뒀어요. 근로계약서는 있었는데 내용은 잘 기억 안 나고, 언제까지 일해야 한다고는 써 있었어요. 근로시간은 선택인 것 같아요. 출근만 정해져있고, 퇴근은 너네가 가고 싶으면 가고,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어요. 밥은 각자 돈 내고 사먹었죠.”

 

근로계약서는 쓰지만, 근로기준법은 지키지 않는 청소년 알바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래도 미나는 돈은 못 벌었지만, 사람들하고 노는 게 좋았다고 했다.

 

세 번째 알바는 패스트푸드점이었다.

“친구가 패스트푸드점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해서 같이 면접보고 3~4개월 일했어요. 제 일은 주방에서 햄버거 만드는 거였어요. 사람이 부족할 때는 주문도 받고요. 주방에는 세 명, 홀은 두 명, 나머지 잡일은 2명 정도 했어요. 청소는 모두 돌아가면서 했어요. 매니저 언니가 다 배분해줘요. 너 아까 청소 안 했지? 청소해! 너는 아까 청소했지? 쉬어! 이렇게요.”

 

그동안 해왔던 알바들하고는 다르게 근로시간에 따라 시급을 딱딱 챙겨주는 일자리였다.

“거긴 대기업이다 보니까 시급 이런 게 철저하고, 1분 차이 나도 1분 시급도 주고 했어요. 1분도 계산한다고 매니저 언니가 말했었어요. 원래 사람이 없으면 지각한 만큼 더 일하게 해주는데, 사람이 많아지니까 정시 퇴근을 했어요. 고딩이니까 평일에 4시간씩, 방학에는 8시간씩 일했어요.”

 

휴학생 미나의 고군분투 알바기

 

이후 미나는 엄마의 추천으로, ‘신입생 전원 한 학기 기숙사 무료!’인 충북의 한 대학교 한국학과에 입학했다. 가고 싶었던 과는 아니었지만, 학교생활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기숙사에서 살았어요. 원래 6인실인데, 우리 방은 3인실이어서 옆방 친구, 윗방 선배들이랑 맨날 놀고, 야식 사먹고, 밤새 수다 떨고 되게 재미있게 보냈어요. 주변에 암 것도 없이 우리 학교만 있고, 학교에 과는 30개 정도, 인기 많은 과는 100명이 넘는데 우리 과는 15명이 정원이라 선후배가 다같이 친하게 지내요. 종강파티하면 벌써 종강이야? 할만큼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웠어요.”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무료였다. 첫 학기만. 그 후로는 알바를 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고, 소득분위 장학금을 다 동원해야 했다. 미나도 알바로 부족한 생활비며 여러 비용을 벌었다.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지 않는 한, 다들 알바해요. 저는 용돈은 받았는데, 과비도 있고, 책 사는 것도 있어서 모자라는 건 알바로 메꿔갔어요. 선배들 대타로 골프장 알바, 유명한 명승지 앞에 있는 전-술집, 국수집 알바를 하루에 5~7시간씩 했어요. 비용은 일급으로 받는데, 센 곳은 시급 6,500원, 어떤 데는 최저로 주는 곳도 있어요. 친구들은 금요일에는 공강해서 다들 집에 가서 금토일에 알바하고 다시 학교에 와요. 저는 은평에 한 번 갔다 오면 거의 2만 5천원 정도 차비가 들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갔어요.”

 

미나의 친구들도 대부분 알바를 한다고 했다. 알바는 대학생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생활이 되었다.


▶ 어느새 어두워진 밤.  미나와 우리는 한강의 야경을 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 미리

 

‘외국인 언니’들과 일한 단추공장서 몸까지 축나

 

MT, 축제, 기숙사 생활, 같은 과 동기와의 연애 등으로 대학생활은 즐거웠지만, 미나는 돈도 모으고 진로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고 싶어서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휴학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휴학생이라 조금 더 수월할 거란 생각과 다르게, 알바를 구하는 건 어려웠다. 두 번의 짧은 알바를 거치고 나서야 지금 하는 알바를 구할 수 있었다.

 

짧은 알바 첫 번째는 단추공장. “겨울방학 하고 뚝섬에 있는 단추공장에서 직원으로 일을 했는데, 2~3주만 하고 그만뒀어요. 나이, 성별 그런 거 다 제한 없이 알바사이트에 올라와 있어서 면접보고 일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힘들었어요.”

 

낯선 단추공장에서 미나는 ‘외국인 언니’들과 함께 정말 많은 일을 했다. “면접에서는 포장일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문서 작업, 단추 정리, 불량 확인까지. 전산 일도 하고, 포장 일도 하고. 제가 다했어요. 직원이 5~6명이었는데 한국인 직원은 저 혼자고 나머지는 다 베트남 언니들이었어요. 실장님, 과장님, 사장님이 저한테 설명하면 언니들한테 말로 전달하는 일도 했어요.”

 

근무 환경도 좋지 않았고 업무양도 많아서 몸까지 안 좋아진 미나는 2주만에 일을 그만뒀다. “8~9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하는데, 일이 많으면 7시 반에도 퇴근했어요. 일이 너무 힘들고, 몸 상태도 안 좋아서 한 달을 못 채웠어요. 겨울인데 히터도 잘 안되고, 물도 차가운 물만 나오고, 추우면 패딩입고 일하고. 월급은 수습 기간이 3개월 동안 100만원이었고, 수습이 끝나면 얼마나 잘 하는지에 따라서 봐서 주시겠다는데,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가서 말씀 드려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전화로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너에게 맞는 일을 찾으라고 하셨죠.”

 

짧은 알바 두 번째는 순대국밥집. 원래 ‘스무 살은 받지 않는다’ 했던 프랜차이즈 가게에 들어가 서빙을 했다. 여기선 이틀 정도 일했는데, 서로 잘 안 맞아서 그만뒀다. 그래도 두 곳 다 일한 만큼 돈은 받았다. 그렇게 두 번의 알바를 끝내고, 친구의 소개로 지금 하는 식당 알바를 시작하게 됐다.

 

“오므라이스, 파스타, 피자 등의 밥 종류와 맥주를 파는 저렴하고 양 많은 식당이에요. 시급은 홀은 6,200원, 주방은 6,500원인데, 주방은 뜨겁고 위험한 게 많아서 남자들이 하고, 저는 홀에서 일해요. 평일 10시에서 5시까지, 한 달 일하면 월급이 95만원이에요. 보통 7시간 일하는데, 지난달에는 1주일에 한두 번은 11시간씩 일했어요. 알바하는 사람도 없고, 휴학생도 잘 없다 보니까 웬만하면 제가 했어요. 스케줄이 나오는데 제가 괜찮다고 하면 그렇게 더 하게 돼요. 밥은 거기서 만들어 주거나 밖에서 사와서 데워주거나, 메뉴에 없는 다른 걸 만들어주기도 해요. 근로계약서는 보통 1주일 안에 써요. 일 시작하고 하루 만에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2~3일 지켜보다가 쓰는 거예요.”

 

또래와 대화할 수 있으면 덜 힘들고 일이 즐거워요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저런 알바를 계속해 온 미나는 또래들과 함께하는 알바가 즐겁다고 했다.

 

“저는 또래가 있어야 말이 잘 통하고, 공감하고 유머로 일하니까 재밌어요. 근데 다른 데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잘 못 알아들으니까 안 맞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친구들은 제가 재미있대요.”

 

미나는 “5만원 덜 받더라도 단추공장이나 순대국밥집보다 (또래들과 함께 일하는) 여기가 훨 좋아요” 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는 통금이 있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할 때는 언니들이랑 잘 못 놀았는데, 지금은 통금이 없어서 같이 일하는 오빠들이랑 많이 놀아요. 카페 가서 수다 떨거나 따로 날 잡고 홍대에서 놀아요. 다 재미있어요.”

 

미나는 앞으로도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일을 할 때도, 일이 좋더라도 사람이 싫으면 싫을 것 같아요. 일이 나빠도 사람이 좋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그게 더 좋아요.”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즐거운 것은 알바를 통해 관계 맺는 또래 친구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이다.

 

생활비와 데이트 비용, 엄마 용돈에 학비까지

 

▶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우린 맥주 한 잔을 나누었다.  ⓒ 미리


미나는 같은 과 남자 동기와 연애를 했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등록금을 모으는 대학 휴학생에게 데이트 비용은 부담되진 않았을까?

 

“돈을 아끼려고 해서 학교 다닐 때는 학교 도서관에 있거나, 운동장을 돌면서 얘기했어요. 한 달에 한 번은 가까운 청주 같은 곳에 가서 놀고요. 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러는데, 말이 잘 통하니까 그냥 이야기해도 좋았어요. 주변에 놀 곳도 없어서 학교가 제일 편하고, 수업도 매일 같이 듣고 기숙사도 옆이니까 학교에서 데이트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수다만 떨어도 돈 없이 즐겁게 데이트할 수 있었다니,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미나다운 대답이다. 남자친구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데이트 비용에 대해서 제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굳이 돈 쓰면서 데이트하고 싶지 않다고요. 제가 먼저 ‘평범한 밥 먹고 살면 되는 거지 굳이 데이트에 돈을 써야 해?’ 라고 말을 꺼냈고, 남친은 쿨하게 ‘그래, 그러자’ 했었어요.”

 

둘은 휴학을 같이 했는데, 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고 한다.

 

“휴학한 후에는 각자가 돈을 벌었는데, 남친은 유독 자기가 내겠다고, 내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니가 휴학해서 버는 거니까 더 모았으면 좋겠다, 절대 내 걸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저는 그렇게 남친이 제 거까지 내주는 것도 다 빚이라고 생각해서 싫었어요.”

 

미나가 한 달에 버는 돈은 얼마이고, 어떻게 쓰고 있을까.

 

“한 달에 95만원 정도 벌어요. 엄마 20만원 정도 드리고, 나머지는 친구들하고 놀고, 교통비로도 써요. 저한테 돈 들어가는 건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제가 다 벌어요. 급한 건 등록금이에요. 매달 많이 쓰는 달이 있긴 한데 고정적으로 30~40만원은 등록금으로 모으려고 해요. 1년 일하면 1년 등록금 정도 모이는 것 같아요.”

 

생활비에 데이트 비용, 엄마에게 용돈 드리는 것만 해도 빠듯한데 버는 돈의 40% 이상이 대학교 등록금 저축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돈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거예요

 

미나는 엄마의 권유로 한국학과에 입학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장차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엄마는 반대했다. 돈을 많이 못 번다는 이유였다.

 

“엄마, 아빠 두 분 다 회사원이셨는데, 일반 회사원은 월급이 빡빡하니까. 엄마가 돈을 너무 적게 벌어서 딸이 돈에 얽매이고 사는 게 싫다고 하세요.”

 

딸이 돈에 얽매여 사는 것이 싫다고 하시는 엄마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겠다는 딸. 두 사람이 생각하는 여유로운 생활을 위한 급여는 어떻게 다를까.

 

“엄마는 월 500만원 이상 버는 걸 원하시는 것 같아요. 완전 검판사, 변호사, 공무원 같은 걸 원하세요. 그렇게 되면 좋지만, 저는 떼돈 버는 거 원하지 않아요. 150만원 이상 정도 벌면 좋겠어요.”

 

미나는 직업을 선택할 때는 급여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택하고 싶다고 말한다. 돈을 조금 벌어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미나는 주관이 매우 뚜렷하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할 전략을 구상 중이다.

 

“저는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해요. 광화문을 지나다가 세월호 서명운동 하는 곳을 봤다 그러면 친구들한테 다 말해서 ‘나 저기 갔다 올게’ 하면서 꼭 가요. 혹시 그 때 시간이 없어서 지나가야 했다면, 다음에 가서 꼭 서명해야 돼요.”

 

인터뷰의 말미에, 미나에게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알바하면서 진상도 많고 힘들 거 아는데, 그건 그냥 그런 사람이니까 신경을 안 썼으면 좋겠어. 어차피 너는 괜찮은 애인데,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말하고 싶어.”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바쁜데 진상이 오면 정말 짜증나거든요.”

 

돌고 돌아 결국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향하여 아주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미나. 세상엔 분노스러운 일도 많고, 곧 다가올 꽤 큰 도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무엇도 미나의 오늘의 신남과 호기심을 막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 길에서 흥미롭고 신기한 일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기에. 또, 세상에는 아직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흐뭇한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기에.

 

-인터뷰: 미리, 비버, 오매

-기사 정리: 미리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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