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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에 가면 빵 굽는 냄새가…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가마를 만들다①


※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 일본 나스에 있는 비전화공방 내 가마 ⓒ촬영: 이민영 


우리가 그린 카페 전경에는 가마가 있다


카페 근처에선 언제나 타닥타닥 커피 볶는 소리며 노릇노릇 빵 굽는 냄새가 나면 좋겠어. 가끔 정식 영업 말고 파티를 해도 좋겠지. 그런 날엔 피자를 구워 내면 근사하지 않겠어?


비전화(非電化, 전기와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카페 부지가 확정도 되기 전, 이미 목공 중 틈틈이 해보겠노라 구상한 시설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가마.


카페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카페가 완공된 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카페 측면에 돌과 흙을 쌓아올린 가마의 심상이 자주 등장했다. 굴뚝으로는 나무 타는 내가 몽개몽개 퍼져나가고 가마 문을 열면 틈새로 불길이 날름거리는, 멋들어진 자세로 화덕용 주걱을 넣어 재빠르게 빵이나 피자를 꺼내는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본 풍경 아닐까.


그래서 결국 카페 터를 다지기도 전 가마를 먼저 만들어보겠다고 두 팔 걷게 되었다.


▶ 선정한 부지의 흙을 곡괭이로 깨고 흙을 퍼 담아 바닥 콘크리트 공사 준비를 한다. ⓒ촬영: 김경미


어떤 시설을 짓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놓일 위치의 땅을 고르는 일이다. 대각선으로 성인의 키만 한 정사각형 넓이의 땅을 고르는 일이 뭐 그리 힘들겠나 싶었는데 만만치 않았다. 곡괭이로 단단해진 땅을 부수고 평을 맞춘 뒤 거푸집을 끼운 뒤, 그 안에 시멘트를 부어 콘크리트 기초공사를 마무리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하다 여겨질 수 있는 일이지만 악마는 정말이지 디테일에 숨어있다.


한 명 눕지도 못할 땅 고르기의 고단함


부지 인근에서 콘크리트를 만들기 적당한 크기의 자갈을 주워 양동이나 수레에 담아 옮기고, 파낸 흙을 삽으로 뜬 뒤 체로 모래를 곱게 친다. 반듯한 포장지 안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구매하고 뜯는 일에 익숙한 내게, 재료부터 주변에서 찾고 만드는 일은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이었다. 다들 하루의 체력을 120% 소진한다는 게 어떤 건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며 매일같이 근육통을 호소한다.


▶ 우물터에 빨래하러 모인 동네 아낙처럼, 자갈 고르기에는 끊이지 않는 수다가 기운의 원천이다. ⓒ촬영: 김경미


이런 일을 할 만 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만드는 건 역시 동료다. 콘크리트 정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뽀로로 주제곡을 목청높이 부르며 깔깔거리니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게 모래와 흙은 쌓이고 섞이며 일이 제법 진척되어 있다.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그제야 내가 한 일이 내 가까이에서 삶의 필요를 충족하는 자원을 발견하는 일이었구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게 만날 수 있는 거구나 퍼뜩 나름의 교훈을 깨닫곤 한다.


바닥 콘크리트를 양생한 후에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기단을 쌓았다. 가마의 구조는 주로 1층형이거나 2층형이다. 1층형은 연소 공간과 조리 공간이 동일해 내부온도가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점점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차례 조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층형은 1층형과 반대의 장단점이 있다. 우리는 1층형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수평 맞추며 콘크리트 블록 쌓기


일은 따로 또 같이 한다. 모둠을 둘로 나누어 한 모둠이 콘크리트 블록의 수평을 잡아가며 쌓으면, 다른 한 모둠은 콘크리트 블록 위에 돔을 얹을 판과 가마 내부에 바닥이 되어줄 판을 굳힐 거푸집을 나무로 제작한다. 그러면 각각의 모둠은 다시 둘로 나뉘어, 일례로 몇몇은 콘크리트 블록을 적치하고 다른 몇몇은 콘크리트 블록을 접착하는데 쓸 모르타르를 비율대로 섞어 제조한다.


대부분의 일은 특정한 부위의 근력을 반복해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오전오후 나눠 역할을 바꾼다. 일의 속도가 더뎌질 수는 있지만 오래 함께 배워가며 일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인 셈이다.


▶ 목재로 거푸집을 만들어 그 위에 비닐을 깔고 콘크리트를 부은 후 각목으로 얇게 펴가며 콘크리트 보드를 만든다. ⓒ촬영: 오수정


매번 일이 순탄지만은 않다. 수평을 맞춘다고 노력하긴 했지만 쌓아놓고 보니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게 한눈에 티가 난다. 모르타르의 높이로 수평을 잡으려다보니 어디는 모르타르가 손가락 마디만큼이나 쌓이고 어디는 콘크리트 블록과 블록 사이가 닿을 것만 같다. 여러 사람이 동참해한 일이니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그다지 중요치도 않다.


이럴 땐 구상도를 다시 한 번 뜯어보면서 어떻게 지금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상황을 개선할 것인지 집중해 의논한다. 그리고 각자의 경험치 만큼 익힌 요령들을 빠르게 서로에게 알려주고 익힌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고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스레 터득하고 있다.


하나의 실물을 보는 다양한 관점


벽돌을 쌓아올리는 데 열을 올리던 어느 날 벌어진 에피소드 하나. 제작자 중 한 명이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기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었더니, 경비원과 벌어진 사건을 들려주었다.


▶ 콘크리트 블록을 제대로 쌓으려면 수평자와 흙손을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촬영: 오수정


가마터는 서울혁신파크 정문 입구에 있는 경비초소 가까이에 있는데, 몇 경비원이 이곳에 가마를 만들면 경관을 해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어찌 했냐 했더니 함께 있던 제작자 중 한 명이 “아름답게 만들 거예요” 라고 대답했단다. 그래서 그 답변에 수긍하고 가셨느냐 물으니, 어린이들이 자주 오는데 다칠 수 있으니 관리가 필요하다며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이다.


질책에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로 응대한 제작자와, 그 답변에 자신의 시선으로 받아친 경비원이 함께 서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져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가마라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시설 하나를 두고 고려하는 점이 이토록 다르다는 게, 주어진 역할과 살아온 방식이 다르니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겪을 때마다 신기하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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