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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책임 있는 노동자’가 표준인 사회를 만들자

코로나 시대 돌봄노동 가중된 여성들의 노동위기



‘돌밥돌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가사노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라는 뜻이다. 이 돌밥돌밥은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에겐 늘 큰 숙제 같은 일이지만 코로나 이후엔 그 비중이 더 늘어났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직장인 등 모두가 집에 머물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위기 속에서 가족 모두가 집에 있으니 ‘건강을 생각한 식단’을 짜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삼시세끼 밥을 차리는 일이 너무 고되다.”


▲10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 주최 토론회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89명의 여성 인터뷰와 1,253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위기>에서 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의 발표자료 중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민우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여성 89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가 늘어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부담을 호소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10월 28일에 열린 토론회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에서 공유된 여성들의 사례는 코로나 이후 ‘돌봄 중심 사회’로 가는 길의 초석을 다지는 자리였다.


어린이집, 학교…공공돌봄의 공백을 채운 건 여성 몫


“여성의 돌봄 부담률이 코로나 이전에 40%였다면 지금은 70%가 되었다. 이에 반해 남성의 돌봄 부담률은 평균 15%로 코로나 확산 전후 변화가 없어, 남성의 돌봄 참여는 위기 상황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업주부와 유급노동을 하는 여성 양육자 모두 마찬가지였다.


“소득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 24시간 아이돌봄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어도 보내지 못하고, 주변에 힘듦을 토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돌봄노동을 전담해야 하다 보니 “아파선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학교와 어린이집 등 공공돌봄의 공백을 채우는 건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되어버렸다. “둘 다 일하는 상황임에도 여성인 나만 전전긍긍”해야 했다. “아이를 위해 휴가를 내야 하면 90% 여성이 내야 하고, 재택근무 중에도 남편은 업무 공간과 시간을 지키지만 여성은 아이돌봄을 병행해야 해서 ‘일과 엄마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 놓였다.


▲ 10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토론회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현장  ©한국여성민우회


또한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어린이집, 학교 스케줄에 따라서 늘어가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여성의 몫”이었다. “남편은 셋팅된 상태에서 지령을 내려주길 바라는 상황, 스케줄을 관리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임에도 그 일을 분담하는 이는 없었다.


돌봄노동 가중으로 여성의 노동위기 가속화


코로나로 인한 돌봄노동 가중은 곧 여성들의 노동위기로 이어졌다. 아이돌봄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 속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해도 되는지’에 대한 불안을 겪었다.


한편으로 “돌봄이나 방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업무는 폭증”했다. 하지만 “사명감 때문에 일들 그만두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의 돌봄노동과 집 밖에서의 돌봄노동을 모두 전담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울감, 압박감, 고립감, 불안감, 공허함 등의 정서적 어려움”도 많은 여성들이 토로했다. “전업주부였던 여성들은 사회적 교류 없이 집에서 아이들만 돌봐야하는 상황 때문에 극심한 우울감을,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학업을 하던 중에 돌봄으로 인해 중단해야 했던 여성들 또한 고립감을 느끼고 도태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일과 아이 돌봄을 동시에 부담하고 있는 여성들도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 한국여성민우회 “코로나19이후의 세계 #독박가사/독박돌봄편” 카드뉴스 중   ©한국여성민우회


장시간 노동은 안돼…돌봄 중심 사회로 전환해야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류형림 활동가는 여성들이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하며 “일상이 가능하고, 상호 돌보며, 삶의 회복이 가능한 표준노동시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노동은 부모의 돌봄 책임과 권리를 방해하고, 퇴근 후 노동력 회복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채울 수 없게 한다. 여성들의 일과 돌봄 사이의 갈등을 외면한 결과가 ‘저출산’이기도 하다. 여성의 가사/돌봄노동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는 남성중심의 표준노동시간을 해체하여 누구나 노동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정형옥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오랫동안 ‘돌봄 책임이 없는 근로자’를 전제로 한 장시간 노동이 한국 사회에서 ‘규범적인 노동시간’으로 작동하면서 여성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별 분업에 근거해 ‘돌봄 책임이 있는 노동자’를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예외적인 존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표준노동시간 자체를 ‘돌봄 책임이 있는 노동자’를 전제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돌봄은 ‘필수노동’,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돌봄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슴’에 기대고 있다고 주장했던 낸시 플브레의 책 <보이지 않는 가슴>(The invisible Heart)가 떠올랐다.” 정형옥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하며 “여전히 이 사회가 ‘돌봄위기’에 대해서는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돌봄은 위기의 시대에도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임이 드러났는데도 왜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이후 취업자가 증가한 산업 중에서 여성이 다수인 일자리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주로 대면 일자리임에도 취업자가 증가하는 건, 코로나19 국면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자리는 사실 언제나 필수적인 일자리였다. 하지만 그 가치는 왜 저평가되는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편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코로나로 인해 전사회적 돌봄의 한계가 드러났지만, 이로 인해 교육과 돌봄, 학교와 지역공동체 내 돌봄의 공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진단하며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 기사는 일부 요약문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돌봄 책임 있는 노동자’가 표준인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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