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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여성 직원들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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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엄마와 초딩 아들이 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다. ‘성적(性的) 대화’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여자 엄마가 겪어온, 혹은 지금 겪는 일상이고, 다른 한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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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12명의 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에 올랐다. 호텔은 12월 10일까지 이들에게 사원증과 비품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그 12명이 선택한 것은 사원증 반납이 아니라, 호텔 로비 농성이었다.

 

그러자 세종호텔은 직장폐쇄로 답했다. 직장폐쇄란, 파업이나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에 맞서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다. 해고된 지 닷새째, 로비 농성 14일 차이자 직장폐쇄 7일차(12월 15일 기준). 이토록 갈등이 치닫고 있는 시점에, 세종호텔의 정리해고가 ‘여성 노동’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직장폐쇄 첫날.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해고노동자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세종호텔 객실 창문을 이용하여 퍼포먼스를 벌였다.  ©정택용 작가

 

정리해고된 직원들의 자리는 누구로 채워질까

 

정리해고 대상자가 모두 여성이냐고? 아니다. 여성은 단 3명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정리해고가 기업이 여성 노동자를 소모해 온 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야기에 앞서, 이들이 해고된 과정부터 짚어보자.

 

“코로나 터지고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거예요. 2020년 12월엔 50명 정도가 나갔어요. 회사도 그 정도 나가면 만족하겠지. 저희는 그냥 이 인원으로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2021년 8월쯤인가 정리해고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더라고요.”

 

올 하반기 들어서는 매달 희망퇴직 공고가 붙었다. 그렇게 8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호텔을 떠났다. 사람들이 밀물 빠지듯 나간 자리를 30여 명의 정규직원이 유지해왔다. 와중에 12명이 정리해고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직원은 스무 명 남짓이다. 아무리 코로나 타격을 입었다지만, 세종호텔은 333개의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텔이다. 이 규모의 호텔을 어떻게 스무 명 남짓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가능할 리가 없다. 세종호텔이 믿는 것은 용역(외주)업체다. 코로나19가 발발하자 호텔은 룸 어텐던트(룸메이드)라 불리는 업무부터 용역업체에 맡겼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객실관리팀은 아예 폐지됐다.

 

팀이 폐지되자 다수는 희망퇴직서에 서명을 했다. 때론 정부 고용지원금에 기대어 몇 개월 순환 휴직으로 버텼다. 일부는 남아 환경관리팀으로 부서를 옮겼다. 그곳에서 로비 청소라는 환경관리와 기존 업무인 객실 관리를 함께한다. 그나마 이들이 팀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용역업체 덕분이다. 환경관리팀 업무인 로비 청소는 원래 용역업체가 담당하고 있었는데, 용역업체와의 계약해지는 손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 이는 말했다.

“어차피 저희 같은 사람은 없는 게 맞으니까요. 회사 입장에서 코로나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계약이 만기됐습니다’ 하면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게 회사는 이익이니까.”

 

해외 관광객이 주 고객층인 호텔이기에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스도, 메르스도 겪었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은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었다. 회사가 어떤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직원들 눈에 보였다.

 

“오늘은 70객실 정도가 찼어요. 요즘은 할인이다 뭐다 해서 예전에 15만 원 받던 객실이 7만 원으로 떨어졌어요. 70객실이면 500만 원쯤. 이걸로는 안 되죠. 지금 호텔 안의 연회장도, 식당도 다 닫았잖아요. 누가 조식도 안 하는 호텔에 옵니까. 연회장 저 공간도 한 번 대여하는 데만 금액이 백만 원대예요. 그걸 닫아두고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호텔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직원들은 판단했다. 경영 위기는 정리해고의 필요조건이다. 법은 정리해고 성립 요건 중 하나를 ‘경영상의 위기’로 정하고 있다. 호텔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 사람들은 하나둘 떠났다. 그래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회사는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 해고 당일. 호텔에서 일할 때 착용하는 유니폼을 갖춰 입고 해고노동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스튜디오 알 제공)

 

호텔과 여성 이미지, 그리고 ‘룸메이드’라는 직종

 

기사 서두에서 해고자 중 여성은 3명이라고 했는데 호텔 총무팀, 전화교환원, 웨이트리스(연회 운영). 각기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 ‘잘렸다’. 그런데 남은 직원을 보아도 여성은 4명뿐이다. 이상한 일이다. 호텔은 여성이 많은 사업장이다. 프런트 데스크부터 객실 관리까지, 사업주들은 의도적으로 호텔이라는 공간에 여성을 배치한다. 여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친절, 보살핌, 청결(의 이미지)을 담당해왔다. 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호텔에서 여성 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객실관리팀(하우스키핑). 객실을 청소하는 룸 어텐던트가 여기에 속한다. 룸 어텐던트는 호텔이 비용 절감을 모색할 때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이었다. 가장 늦게 ‘정규직’이 된 업종이기도 했다.

 

이들이 정직원이 된 2012년, 노동조합은 파업을 하면서까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그런 노동조합이었으나, 내부에서조차 ‘청소 아줌마들이 왜 정규직 전환 대상에 들어가냐’는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그 목소리를 노조 내부에서 때론 무시하고 때론 설득을 거듭해, 10년 뒤에는 세종호텔에 룸 어텐던트 소속 노조 위원장이 나온다.)

 

마지못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었으나, 호텔은 임금을 동결하고 룸 어텐던트는 신규채용도 하지 않았다. 객실이 300개가 넘도록 증축을 거듭하는 동안, 룸 어텐던트 수는 줄어만 갔다. 빈 자리가 생기면 그곳에 용역업체 파견인력을 들였다. 그러다보니 같은 호텔, 같은 객실인데 7층을 기준으로 아랫층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위층은 정직원들이 청소하는 모습이 됐다. 그나마 노동조합에서 ‘외주화 반대’를 외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조차 몇 년 지속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닥치자, 호텔은 룸 어텐던트 업무를 가장 먼저 외부업체 맡긴다.

 

▲ 세종호텔 입구에 해고 노동자들이 붙인 글귀.   ©희정

 

젊지 않은 여성을 나가게 하는 법

 

다시 시계를 6년 전쯤으로 돌려, 7층보다 높은 층을 청소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들 중에는 근속년수가 10년, 20년 된 ‘초짜’들이 있었다. 이상한 신입들이었다. 룸 어텐던트로 오기까지 전화교환원, 웨이트리스(성별 구분 없는 표현으론 ‘서버’), 프런트 안내데스크, 총무팀 회계 담당 등 하던 일도 다양했다.

 

2014년부터 세종호텔은 ‘전환배치’를 즐겨 사용했다. 홍보팀 직원을 연회장 웨이터로 발령내고, 20년차 베테랑 연회장 조리사는 연회 보조를 담당하는 조리지원팀으로 배치했다. 누군가는 버텼고, 누군가는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나갔다. 호텔이 원한 것도 이것이었을까. 이런 식의 인사발령은 2012년 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 소속 노조 조합원들에게 주로 통보됐다.

 

그런데 노조 조합원이 아니어도, 전환배치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로 ‘나이 든’ 여성이었다. 이들은 객실관리팀, 그러니까 룸 어텐던트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여기만 보내 놓으면 그만두는 거예요.”

 

버티질 못했다. 낯선 업무를, 낯선 유니폼을, 낯선 대우를. 특히 비혼 여성을 룸 어텐던트로 보내면 100명이면 100명 다 그만둔다고 했다.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일 하니?’ 물으면 호텔 청소한다고 답할 수가 없잖아요.”

 

세종호텔이 1966년에 세워졌고, 1990년대 이전까지 여자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나 1990년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며 여성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자 호텔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해고 통보’를 개발했다.

 

호텔에서는 나이가 드는 것만이 ‘죄’가 아니었다. 임신도 불상사였다. 객실 어텐던트로 온 한 젊은 여성의 사유는, 공식적으로 말해지진 않아도, 임신이었다.

 

“보통 웨이트리스가 임신을 하면, 홀에 내보내지 않거든요.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거예요. 임신한 사람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손님들이 편히 앉아 받을 수 없다고. 저 안쪽에서 숨겨요. 안쪽에서 커피만 만들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지배인 입장에서는 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한 명 빠진 거죠. 사람도 부족한데. 그런데 이 사람은 두 해를 연속으로 임신을 한 거예요. 미운털이 박히는 거죠.”

 

두 번째 출산을 하고 복귀하자, 객실 청소로 업무가 바뀌어 있었다. 특정 이미지를 얻길 바라며 여성을 전면에 세우던 호텔은 동시에 특정한 여성을 숨겼다. 임신한 여성은 연회장 홀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청소하는 여성은 로비에서 보이지 않게 했다.(이들이 로비에 나선 것은 2012년 로비농성 파업 때부터였다.)

 

숨기다 못해 내보내려 했고,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건 ‘내보내고 싶은’ 여성은 룸 어텐던트로 발령을 냈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자리를 지키는 여성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 복직을 위한 농성 파업 프로그램 중 하나로 남산을 찾은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허지희 제공 사진)

 

“50대 여성도 프런트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여자들은 나가지 않고 버텼고, 어느새 버티는 이들끼리 의지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의 둘째 자녀 출생년이 알고 보니 다 같더라고, 어떤 이가 신기하면서도 씁쓸하다는 듯 말했다. 둘째 자녀 나이가 다들 열 살 정도 되었다. 나이가 엇비슷한 기혼 여성들이 모인 것이다. 이 사회가 더는 ‘젊지 않다고’ 여기는, 육아를 병행하느라 ‘비효율’로 취급되는, 회사가 비용(정규직 월급과 복지)을 들이기 아까워하는 나이대였다.

 

전화교환원으로 입사해 룸 어텐던트로 일하다가, 코로나19 시기에는 조리지원팀으로 배치되었다가 정리해고 명단에 올라 지금은 해고가 된 이가 말했다.

“저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하고 싶어요.”

 

제 발로 회사를 나가지 않는 이유라 했다. 50대 초반 여성에게 ‘이름’ 불러주는 일터가 없다. 아줌마, 이모, 고모, 좋게 불러봤자 여사님이었다. 일반적인 전환배치 따르면 그는 자신의 소속 부서 안에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전화교환실은 프런트팀 소속이다. 안내데스크로 가야 한다. 그러나 호텔은 중년 여성을 로비 한가운데에 세울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프런트팀으로 입사한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냐고 물었더니, 그는 예상 가능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모두 그만두었어요.” 나이가 들기 전에 퇴사를 한다.

 

예전에 세종호텔 이야기를 책에 담은 적이 있다. 그때 글을 이리 맺음했다.

 

<나이 든 여자는 세워두지 않는다는 프런트다.

“들어와, 와서 멋지게 서. 이렇게 말해주는 동료들이 있어요. 스탠바이 한다고 하거든요. 와서 딱 스탠바이 해.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이 되겠지만, 좋아요. 잘 싸워 50대 여성도 프런트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죠.”

그이가 그곳에서 웃었으면 좋겠다.>

-『여기, 우리, 함께』 중 <세종호텔 : 모래알 요정들의 고군분투기>(갈마바람, 2020)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길 바란다. 돌아가 50대 여성이 호텔 로비 프런트에 설 수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내보내기 쉬운 여성이 없었다면,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감수하는 여성들로 채워진 용역업체가 없었다면,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야금야금 직원을 줄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세종호텔 12명의 정리해고가 너무도 ‘여성 노동’의 문제라 말한다. 이들의 싸움에 지지를 구한다. 세종호텔 정리해고자들은 ‘부당해고’를 가려달라고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복직을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  [일다]

 

[필자 소개] 희정. 기록노동자. 싸우고 견뎌내고 살아가는 일을 기록한다. 『두 번째 글쓰기』,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자 쓰러지다』, 『회사가 사라졌다』(공저), 『기록되지 않은 노동』(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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