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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기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④ 연금개혁, 평등하게
한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비교 수준으로 보면, 한국은 65세 이상의 사람 중 ‘빈곤’ 상황에 놓여있는 비율이 45%, 48%에 육박하다. 즉 지나가는 노인 2명 중 1명은 생계적인 곤란에 처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간 OECD 노인빈곤율 1위 자리를 독점해오고 있다.
한국의 노인 통계에선 빈곤율만 높은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래서인지, 한국에는 ‘일하는 노인’도 굉장히 많다. 뿐만 아니라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산재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최근 10년 동안 고령층의 산재 사고가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사실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한국의 많은 노인들은 가난을 버티기 위해, 은퇴 후에 재취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다가, 일터에서 다치고, 다시 가난해지거나 또는 집에서, 직장에서 홀로 사망하는 인생을 산다. 게다가 여성일 경우, 사회적 안전망은 더 후줄근하다.
▲ 복지 현장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복지 운동을 정리하는 <복지국가촛불>이 매달 열리고 있다. 사진은 2019년 연말에 “복지국가와 연대”라는 주제로 열린 <복지국가촛불>에서 필자가 발언하는 모습. (출처: 복지국가촛불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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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노후 소득보장정책, ‘국민연금’
한국의 대표적 노후 소득보장정책은 바로 국민연금이다. 가입 기간과 납부금액에 따라 은퇴 이후 국가에서 공적으로 지급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매우 상식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연금은 큰 구멍이 있다.
1988년에 시작된 제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제도 운영 기간이 짧고, 그렇기에 ‘가입 기간’ 역시 충분하게 보장될 수 없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경험을 가지게 되면 여기서 벌어지는 격차도 상당하다. 특히 과거에 여성들이 유급 노동, 정규직 노동에서 배제되면서 국민연금 가입과 납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노후를 지탱할 만큼의 국민연금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기초연금’이다.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소득에 따라 최대 30만 원을 지급한다. 이 금액과 지급대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확대하는 추세이다. 노인빈곤율이 나아지지 않고, 동시에 고독사까지 급증하며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므로 제도의 변화는 진행 중이다.
나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
그런데 이러한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둘러싼 여러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방식이나,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기초수급 노인’ 문제나, 인구 구조의 변화로 연금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존재한다. 물론, 낮은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연금 소득대체율(연금액이 생애 평균소득과 비례하여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 우선 인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정말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좋은 것일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검토는 얼마나 제대로 되고 있을까. 현재까지 발표된 국민연금 추계 결과에 따르면, 35년 뒤인 2057년 ‘기금소진’이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은 ‘적립방식’이라고 해서, 가입자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미리 보험료로 적립하는 재정구조다. 한편, 미래에 받을 연금액 전부를 적립하는 것도 아니다. 급여 대비 절반만 보험료로 지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미래 세대’에게 의지하여 부양받는 구조다.
다른 나라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금을 운용할까? 외국의 경우 대부분 ‘부과방식’을 선택한다. 부과방식은 그 해에 필요한 금액만큼 가입자 또는 시민에게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적립형과 달리 모아놓은 기금이 소진될 가능성은 없다. 어쩌면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이 속엔 다른 사정이 있다. 현재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하면, 나중에 내게 될 보험료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출생률이 감소하여 인구구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국민연금 보험료 9%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후과를 ‘나중에’로 미루기 시작하면 세대별로 공적 연금의 부담하는 수준과 제도의 경험 자체가 크게 상이해질 것이다.
▲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해서 국회 앞에서 1인시위 하는 필자의 모습. (출처: 김혜미) |
딴 나라도 이런가
늘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딴 나라에서 답을 찾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북유럽 나라들도 초기에 적립방식으로 운영하다 부과방식으로 변경하는 과정을 겪기도 했고, 차츰차츰 보험료율과 지급 연령을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연금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 모두를 개선시키기 위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 모수개혁이란, 기본구조는 유지하되 기여와 급여의 수지 불균형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득대체율을 인하해가고, 수급개시 연령(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나이)을 차츰 올리고, 동시에 보험료율을 인상하며 수지가 맞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식이다.
구조개혁의 경우 연금구조 자체를 이전 것과 새롭게 변경하는 것으로, 주로 재정구조를 전환하거나 급여구조를 전환한다. 이렇게 연금개혁에 성공한 국가들은 핀란드, 스웨덴, 일본 등이 있다. 연금제도에 ‘자동 조정장치’를 두고 수급개시 연령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국가는 36개 OECD 회원국 중 이미 19개 국가다. 이 국가들 모두 한국과 비슷한 미래를 전망하고 시민들과 합의를 통해 정치권이 개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라는 목소리만 주로 대표된다. 소득대체율 40~45%에 맞는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20% 보험률(현재 9%)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을 걱정하여 정치권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은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 결과, 여전히 9% 보험료율을 두 자리수로 만들지도 못하며 끌어오고 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그에 맞는 지출을 하는 것이 필요하나, 당연한 일을 위해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 결과를 떠안게 되는 것이 누구인지 너무 쉽게 예측이 된다. 바로 ‘미래 세대’다.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말고 ‘지금 당장’ 개혁해야
한편,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곤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생계급여를 수급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기초연금조차 ‘소득’으로 계산하여 생계급여액에서 기초연금 수급액을 전부 삭감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기초연금은 노인들과 시민들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발신하지만, 결국 여전히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기초수급자들이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상태까지 가게 되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50만 명 가운데 12% 정도가 신청 자체를 포기한다.
▲ ‘줬다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출처: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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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서 손 놓고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는 기시감이 든다. 기후 문제, 평등의 문제, 안전의 문제 등 모든 상황에서 현 정부는 늘 ‘나중에’가 답변이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서 울리는 경보 소리조차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이거나 고탄소배출 기업들로, 기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과 청소년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들이 살고 있는, 살아갈 사회에 대해 예상하고, 알아갈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또한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연금 문제를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국민연금은 정의와 평등의 관점에서 새로이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5년에 한 번씩 발표되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는 기금고갈 우려 등으로 계획보다 빨리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안전망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과정이 당장 필요하다. 그 길을 열어내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필자 소개] 김혜미: 마지막 20대를 시작한 2022년, 함께 잘 살기 위한 사회를 꿈꾼다.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라는 시민단체에서 사회복지사와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끌어안고 살고 있다. 늘 연결하고 연결되는 삶을 고민하며, 생명 우습게 아는 사회를 바꾸는 꿈을 꾸며 일한다.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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