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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찰의 홍보 영상에 항의한 페미니스트의원연맹이 겪은 사이버폭력

 

일본 치바현 경찰이 작년 여름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 컴퓨터 그래픽, 모션 캡쳐 등의 기술을 통해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를 통해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칭하는 용어. 일본에서 시작됐으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모습을 한 경우가 많았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가 등장하는 교통안전 홍보 영상을 트위터 등에 올렸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 삭제한 사건이 있다.

 

그런데 치바현 경찰 측에 항의를 한 시민단체 중 하나인 페미니스트의원연맹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단체와 멤버들에 대한 공격과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온라인 상의 집단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이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다. 이 사건의 경위와 일본 사회의 반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경찰서가 제작한 교통안전 홍보영상의 캐릭터가…

 

2021년 7월 16일, 도쿄와 동쪽으로 접해있는 치바현의 마츠도경찰서는 마츠도시(松戸市)의 지역 버추얼 유튜버인 ‘도조 린카’가 자전거 교통법규를 설명하는 영상을 제작해 홍보 활동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영상은 치바현 경찰의 트위터 및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 일본 치바현 경찰이 공개한 자전거 교통법규에 관한 교통안전 홍보 영상 캡쳐 이미지.     

 

영상이 공개된 후, 8월 26일 전국페미니스트의원연맹은 다음과 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버추얼 유튜버는 세일러복 같은 디자인에 기장이 매우 짧은 상의를 입어 배와 배꼽이 노출되어 있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큰 가슴이 흔들린다. 하의는 초미니스커트 차림이다. 여자 중고생인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성적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인 경찰서가 여성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 같은 캐릭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페미니스트의원연맹 측은 치바현 경찰과 마츠도 경찰서, 마츠도 히가시 경찰서, 치바현, 마츠도시, 마츠도시 교육위원회에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9월 9일, 치바현 경찰서와 마츠도경찰서, 마츠도 히가시 경찰서는 “보내주신 의견은 향후 홍보 활동에 참고하겠습니다”라는 답신을 보냈고 영상은 다음날 삭제되었다.

 

일본 주류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 비화

 

그런데, 영상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상 제작사 측의 대표는 “나 역시 여성이지만, 해당 캐릭터의 외모가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폈다. 도쿄도 오타구 구의회 의원 등도 나서서 치바현 경찰이 아닌 페미니스트의원연맹에 항의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의원연맹에 대한 항의가 줄을 잇고 서명 참여자도 많아지자, NHK와 니혼테레비, 도쿄신문 등 일본의 중앙언론을 비롯해 잡지, 인터넷 뉴스가 이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은 “영상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지 모르겠다”는 의견 등을 소개하며, 치바현 경찰에 압력을 넣은 의원연맹이 페미니스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대립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언론 보도는 마치 페미니스트들이 ‘모에화’(萌え絵, 아니메, 게임 등에서 보이는 특유의 그림체)에 과잉반응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준다.

 

페미니스트의원연맹 측에는 “의원직을 사퇴하라” 등의 비방 메일이 쇄도했다. ‘쓰레기들’ 같은 말로 특정 의원들을 향해 혐오 선동을 하거나, “오늘 난도질을 해주겠다”며 살해를 예고하는 내용의 협박 메일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공적 홍보에서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만들어선 안돼

 

결국 페미니스트의원연맹은 10월 8일에 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연맹이 공개 질의서를 제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라는 공공기관의 홍보에 해당 캐릭터를 채택한 점과, 그 표현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정도가 무슨 문제냐는 분들이 많은데, 초중학생 대상의 교통법규 홍보 영상에서 여성 청소년 캐릭터의 신체를 노출하고 흔들리는 가슴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 전국페미니스트의원연맹이 2021년 10월 8일 주최한 기자회견 모습. (단체 제공사진)     

 

페미니스트의원연맹 측은 “문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배포하는 영상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내각부 산하 남녀공동참획국에서 배포한 <공적 홍보 가이드>에는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 등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이 있다. 의원연맹은 이 가이드 내용을 주지시키며 “공공기관이야말로 이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평등 관점에서의 표현 가이드라인>은 제 5항에서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여성을 장식품으로 쓰고 있지 않습니까? 내용과 관련 없는 방식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모호한 홍보가 됩니다. 또한, 억지스러운 표현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상에 남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효과적인 홍보표현을 생각합시다.“

 

‘여적여’ 왜곡된 구도, 문제는 젠더 평등 의식

 

또한, 페미니스트의원연맹은 자신들이 비판하고 책임을 물은 것은 영상을 만든 제작자가 아니라 경찰과 지자체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을 영상 제작사 대표와 의원연맹 간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구도로 몰고 가지 말라는 것이다. 의원연맹에서 활동하는 오타 케이코 변호사 역시 “이 사건을 ‘버츄얼 유튜버 제작자 VS. 페미니스트의원연맹‘이라는 식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대립구조를 적용한다면 ‘경찰(공공기관) VS. 페미니스트의원연맹’이며, 우리는 공공기관의 홍보 방식에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또한 경찰이 버추얼 유튜버를 활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표상을 문제시한 것입니다.”

 

오타 씨는 “여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여론은 핵심을 벗어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표현의 자유’와 ‘규제’의 대결이 아님에도, 많은 언론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우리가 던진 질문은 공공기관의 홍보에 있어서의 젠더 평등 의식”이라고 말했다.

 

사이버불링 피해 심각…공공기관과 언론이 여성혐오 부추겨

 

항의할 수 있는 권리는 시민에게도 있지만, 의원에게도 엄연히 부여된 권리이다. 또한 영상을 제작한 것도, 삭제한 것도 경찰이다. 그럼에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언론의 태도가 페미니스트의원연맹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망할 페미”라는 말이 오가고, 페미니스트의원연맹 멤버 개개인에 대한 공격도 엄청난 수준으로 가해졌다.

 

“얼굴, 이름, 주소까지 공표하고 활동하는 의원에게 익명의 다수가 집단 공격을 가할 때, 그 공격의 영향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의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페미니스트의원연맹의 공동대표이자 마츠도시 의원인 마스다 카오루 씨는 “내 개인 메일과 트위터 등에도 비방이 이어지는데, 마치 집단린치 같다. 부정적인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정신도 무너질 것 같다. 이름을 거명한 살해 협박으로 의원 활동에도 지장이 생겨, 예정되었던 스터디 모임의 온라인 홍보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여성의원에게까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어, 여성들의 발언과 활동이 위축될까봐 가장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젠더 평등 의식이 낮은 공공기관과 언론이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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