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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6)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인신매매 반대 캠페인 ©출처- gabnet.org

부산의 여중생이 성폭행당한 후 살해당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하원의원이 25년 전 십대 소녀와 나체로 목욕하고 나서 입막음을 위해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사실이 피해자에 의해 밝혀져서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외신도 들려왔습니다.

 
문득 코스타리카에서 본 게 떠오릅니다. 코스타리카의 시내버스에 붙어 있던 문구, 정확한 어구가 다 기억나지 않지만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렇게 공개적으로 경고 문구를 붙여 놓아야 할 정도로 이 사회에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가  심각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반사적으로 스쳐 지나갔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아동성매매와 섹스관광
 
그 당시엔 의문만 품고 그냥 지나쳐 버리고 지금에 와서야 코스타리카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해 정보와 자료를 찾아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코스타리카는 아동매춘과 섹스관광으로 악명이 높은 나라였던 것입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착취, 특히 아동성매매가 코스타리카의 관광 부흥과 더불어 지난 20년간 계속 팽창해왔다.”2007년 7월 19일에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2004년 6월 20일의 BBC 뉴스는 오랜 기간 동안 혐의자들을 추적하면서 코스타리카의 아동성매매근절운동을 해 온 영국인 활동가에 관해 보도했습니다. 이 뉴스에 따르면“오랫동안 코스타리카의 아동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온 소아성애자들이 검거되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미국 FBI가 코스타리카로 아동섹스관광을 가는 자국민들을 검거했다는 것, 코스타리카 최대의 아동성매매 포주가 체포되었는데 유명인사와 정치인이 포함된 고객명단을 갖고 있더라는 것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코스타리카 소녀들의 나체사진을 찍고 성행위를 했다는 것 같은 충격적인 기사들이 줄줄이 발견됩니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코스타리카가 바로 이러한 추악한 거래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좀 기막히지 않습니까.
 
코스타리카의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
 

"아동매춘"의 현장 ©출처- scrapetv.com

작년인 2009년 6월에 나온 미국 국무성 인신매매 보고서 중 코스타리카 편을 보면 이 나라는 상업적인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하여 여성과 아이들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인신매매는 국제적인 거래와 국내적인 거래 및 자국민을 해외로 보내는 것과 외국인을 국내로 유입하는 것, 세계적인 인신매매의 중간거점으로 활용되는 것 등 온갖 종류의 거래를 다 포함하고 하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여자들과 아이들은 멕시코 같은 이웃 나라나 멀리 일본까지 팔려가서 성적으로 착취됩니다. 반대로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 과테말라, 콜롬비아 같은 이웃 중남미국가 뿐만 아니라 멀리 러시아와 동유럽으로부터 여자들과 소녀들이 코스타리카까지 와서 성매매를 강요당합니다. 섹스관광객들은 주로 미국, 독일, 스웨덴, 이태리 등지로부터 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정부는 2007년(관련 법률이 강화된 해입니다)에 아동매춘사건 99건을 수사하여 3건을 기소했으며, 2008년 말까지 약 240개의 코스타리카 여행사가 아동성매매 및 성적 착취에 반대하는 행동강령에 서명했습니다.
 
코스타리카 정부의 입장과 유엔의 권고
 
한편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에 제출된 코스타리카 정부보고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유엔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은 정기적으로 자국의 여성차별실태 및 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여성차별철폐위에 제출할 의무가 있고, 코스타리카도 이 협약에 가입해 있습니다.)
 
2003년 3월에 제출된 보고서(이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근의 보고서입니다)를 통해 코스타리카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문제를 인식하여 (비록 여전히 사회 일각에서는 인식을 거부하거나 규모를 경시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정의하고 범죄의 원인과 책임을 올바로 규명하며 아동 성착취를 조장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활동 방식에 대한 알고 있다는 점에서 진전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저 괄호 안을 주목하게 됩니다. 도대체 어떤 “사회 일각”에서 이 문제의 인식을 거부하고 경시하고 있을까요? 코스타리카 정부의 설명을 좀 더 옮겨 보겠습니다.
 
“이 문제와 싸우고 예방하기 위해 코스타리카 정부는 여러 가지 중요한 조처를 취해 왔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자료에서 드러나듯이 국가의 개입은 미약했습니다. 공공정책이 결여되어 있고 국가기구와 민간기구의 활동 사이의 조율 또한 계속 결여되었습니다. 예방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대책이란 대개 피해자 지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뿌리 깊은 편견이 이 문제를 공적으로 다루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마지막 문장에 언급된 “뿌리 깊은 편견”이란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제대로 보기를 거부하는 저 “사회 일각”이란 곳의 존재 때문에 계속 조장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에 대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권고의견을 통해 “코스타리카 전 사회의 모든 분야 특히 사법부와 치안당국, 교육자와 부모들이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일깨우길 바란다”고 코스타리카 정부에 요청하였습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국내의 인식 제고 노력의 탓인지, 2007년에 코스타리카는 아동포르노물 소지를 금지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 관련 법률을 강화했습니다. 개정 법률은 13세 이하의 아동과 성행위를 하는 행위는 징역 16년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코스타리카의 시내버스에서 본 것은 아마도 강화된 개정 법률의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캠페인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코스타리카의 롤리타

 
코스타리카에서 본 한 소녀가 생각납니다. 과 친구가 살던 집의 딸, 이름은 잊어 버렸지만 참 예뻤습니다. 금빛이 도는 갈색의 밝은 빛깔의 머리카락에 새하얀 살결, 빛나는 눈동자, 귀엽고 수줍은 미소, 십대 초반 쯤 되었을까, 아직 어리지만 여성으로 성숙하고 있는 과도기의 모습은 특유의 아름다움이 이미 넘쳐나서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집에 갈 때 가끔 마주치던 그 소녀는 자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눈길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그 모습은 시선을 거두기 어려울 만큼 화사해 보였지만, 나보코프의 문제적 소설 <롤리타>의 주인공이 꼭 저렇게 생겼을 것 같다고, 이상하고 얄궂게도 다소 불길한 연상이 엄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을 떠나 이제야 초록빛 코스타리카의 암울한 이면에 대한 자료를 읽고 있자니 그 소녀가 다시 떠오릅니다. 코스타리카가 그런 나라였다는 것을 전혀 몰랐지만, 제 상상이 도가 지나쳤는지 롤리타를 떠올리게 했던 그 예쁜 아이가 부디 자유의지와 자기애를 갖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하게 잘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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