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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노래 이야기 (1) 마리나앤더다이아몬즈-MOWGLI'S ROAD 
 
<필자 차우진님은 대중음악비평웹진 '[weiv]'(웨이브)의 편집인이며, 음악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차우진의 노래이야기’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중심으로 한 칼럼으로, 격주로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랬다. 연애가 끝날 때마다 선배들은 “어르신들 기준에서, 넌 꼭 드센 여자들만 좋아하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니까 농담과 진담이 오묘하게 얽혀있는 이 말을 들으면서 진정 내가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연애에도 취향이 있다면, 내게 그것은 ‘외모’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성격과 정치성향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사적, 공적 욕망에 솔직하며 원하는 걸 정확히 요구할 줄 아는 사람에게 반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설령 그녀에게 고백했다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아도 말이다.
 
 


▲ 마리나 앤 더 다이아몬즈의 데뷔 앨범 <Family Jewels> 
 
마리나 앤 더 다이아몬즈는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다. 본명은 마리나 램브리니 다이아먼디스(Marina Lambrini Diamandis)로, 그리스 태생 아버지와 웨일즈 태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이름 뒤에 붙은 ‘다이아몬즈’는 그녀의 백밴드가 아니라 자신의 성을 영어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밴드가 없고, 마리나 앤 더 다이아몬즈 자체가 예명인 셈이다.
 
그녀의 데뷔앨범 <Family Jewels>(2010)에는 인상적인 곡들이 수두룩하다. 이 노래들이 인상적인 건 아무래도 보컬 때문인데,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일약 스타로 자리 잡은 플로렌스 앤 더 머신(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더 머신’이란 백밴드를 대동한다)과 종종 비교된다. 동물적인(요컨대 아프리카 대륙에 뿌리를 둔) 리듬에 공격적인 여성 보컬이라는 게 둘의 공통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마리나 앤 더 다이아몬즈가 더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Mowgli's Road’를 좋아한다. 동물적이고 제의적인 보컬이란 점에서 이 노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발성과 발음도 섹시하다. 그런데 이 섹시함은 사실 (남성들에게) 위협적이다. 즉흥적이고 관습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쁜 척 발성을 꾸미지 않는다. ‘Mowgli's Road’의 뮤직비디오를 보자.

[‘Mowgli's Road’의 뮤직비디오 보기(클릭)]
 
검은 머리(유럽 사회에서 검은 머리 여자는 언제나 마녀로, 공포와 판타지의 대상이었다)의 그녀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시선을 카메라에 고정시킨 채 춤을 춘다. 심지어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듯 손과 발과 허리를 괴상하게 움직인다. 그 동작은 예쁘게 보이려고 취하는 모델들의 관습적인 포즈가 아니다. 오히려 팔과 다리가 제 멋대로 움직이게 내버려두는 것 같다. 심지어 신체 일부분이 종이 주름으로 변해 한없이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공중을 휘젓기도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메타포란 점에서 이 영상을 젠더 정치의 맥락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드럼이 주도하는 비트와 그게 만드는 원초적인 공감각, 그리고 사운드를 배경음악으로 만들어버리는(보이지 않지만, 대부분의 악기 연주자는 남자들이다) 압도적인 목소리,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발성과 하이 톤의 스캣, 코러스로 등장하는 소녀들의(혹은 원숭이 떼처럼 꺅꺅거리는) 음성에 이어 불현듯 도약하는 교성이 만드는 아우라는 무엇보다 이 도도하고 교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목소리와 외모와 영상이 만드는 분위기는 일종의 성적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 같은 남자, 이 특별한 성적 분위기에 사로잡힌 남자들은 필연적으로 좌절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 여자가 통제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녀를 제도권으로, 남성적 질서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마침내 실패할 것이란 것도 안다. 그녀는 천상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가졌다. 이때 상처입지 않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것. 요구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 마리나 앤 더 다이아몬즈는 바로 그 점을 환기시킨다. 요컨대 나의 연애 편력에 대해서. 그런데 과연 그게 연애일까. 모르겠다. 그러니 선배들에게 (아직도) 흰소리나 듣고 있는 거겠지.  (일다/ 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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