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에서 만나] 윤가은 , 김현정 어린 시절 나는 말 잘 듣는 아이였다. 떼 한 번 쓴 적 없었고 학습지 한 번 밀린 적 없었다. 조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으며 공부도 제법 잘했다. 하지만 내가 과연 우리 가족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했는지 반추해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난 그냥 귀염둥이 막내였지 집안일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가족 내 의사결정에서는 항상 빠져있었고 그게 자연스러웠다. 어린이니까. ▲ 윤가은 감독 영화 (2019) 중에서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어린이 윤가은 감독님의 (2019) 속 주인공 하나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계속 문을 두드린다. 반찬을 만들고 식사를 차리는 가사노동에 참여를 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해내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하나의 노력을 쓸..
모빌: 연결의 감각으로 잡는 균형 그동안 사물/객체/대상으로 인식되어온 여성과 오브젝트의 만남은 우연하고 필연적이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여성과 오브젝트가 연결되고 욕망하고 합일하고 분열되어 결국 각각 아름답게 존재하게 되는, 세계가 잠시 오작동하는 순간들의 재구성이 될 것이다. 둘 사이에는 뚜렷하게 실감되는 슬픈 힘이 있다. ▲ 모빌: 연결의 감각으로 잡는 균형 (출처: 플리커) 여성과 오브젝트: 모빌(mobile) 친구가 아이를 낳았다. 한 몸이었다가 둘이 된 각각이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에 나는 막 창문을 열던 참이었다. “딸이야.”라는 말과 함께 순한 바람이 불었다. 딸이구나. 창밖 멀리 시선을 두는데 목이 잠겨왔다. 하늘이 맑았다. 한 생명의 세계가 시작되는 초침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