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머리 짧은 여자, 조재] 관계를 달팽이처럼 지고 가야하는 삶 페미니스트 저널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엄마’. 옆에 아빠가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 버렸더니 바로 문자가 왔다. 엄마: 어딘데?나: 밥 먹는 중이었어요.엄마: 일해?나: 안 해요, 오늘은.엄마: 어디야?나: 집이요. 왜요?엄마: 엄마 할머니 집에 있어. 빨리 와. 순간 확 짜증이 나서 싫다고 문자를 했다. 대뜸 딸에게 전화해서 하려던 말이 ‘할머니 집이니까 빨리 오라’는 얘기라니. 그냥 쉬고 싶었다. 내가 엄마 전화 한 통화에 지금 하려던 거 다 때려치우고 달려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뒤로 엄마에게 따로 답장이 오진 않았다. 밤이 돼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같이 살던 아저씨한테 엄청 맞고 거..
비혼은 내게 실존적 문제이다 선천적 비혼주의자 외롭지 않겠어요? 나는 비혼(非婚)주의자다.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면 대번에 돌아오는 반응은 “외롭지 않아요?” 혹은 “나중에 외롭지 않겠어요?” 이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한 번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장연설이 늘어지기도 한다. 매번 같은 질문과 일방적 훈화를 당하고 나서 나름대로 맞받아치는 레퍼토리가 생겼다. 때로는 대답하는 척하면서 내 쪽에서 다다다 몰아붙이기도 한다. “왜 비혼은 꼭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기혼은 안 외로운가요.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예요. 노후가 문제라면 남편에게 노후 보살핌을 받는 여성이 얼마나 되나요? 혼자 사는 여성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어요. 저는 결혼을 거부할 뿐이지, 끌리는 상대가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