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예멘 난민 549명(남성 504명, 여성 45명)이 제주를 찾아왔다. 낯선 존재들의 방문이 제주 사회를 두드린 거다. 그러자 이들을 경계하고 차별하며 구분 지으려는 이들이 목소리를 냈다. 예멘 난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도 금세 퍼져나갔다. 하지만 모두가 낯선 존재를 꺼렸던 건 아니다. 환대의 마음으로 손을 내민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나섰다. 야스민은 예멘 난민들 중 한 명이었다. 얼마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남성들의 수가 많았던 탓에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여성을 위협하는 예멘 남성’이라는 난민 혐오 프레임에서도 예멘 여성들의 존재는 지워져 있었다. 이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한국 ..
다큐멘터리 영화 올 봄,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봄바람 순례단)이 서울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불평등한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개정 운동,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 용산 참사 규명 운동,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등을 함께해 온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와 평화바람 활동가들, 그리고 길동무들로 구성된 봄바람 순례단은 40일 동안 38개 지역과 95곳의 투쟁 현장을 찾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노동자들이 노동의 권리를 외치며 싸우는 곳,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드높이는 곳, 동물들이 자신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투쟁하는 이들이 있는 곳,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과 만났다. 이 만남과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