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보내는 겨울밤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2) 우리 엄마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가족을 그리는 건 아직까지 나에겐 쑥스러운 일이다. 아주 좋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쑥스럽다. 내 피부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신랑과는 달리 엄마는 밤낮으로 내 환부를 살피며 약을 발라주시는데, 그래서 엄마다. 시집가서도 이렇게 엄마랑 살고 있는 걸 보면, 예전에 본 어느 사주풀이에서 나는 엄마 덕에 사는 팔자라고 하던데 그 사람이 잘 보긴 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십여 년 전 아빠와 이혼을 하고 난 후, ..
김영옥의 폐경(閉境)의례 갱년기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인식, 혹은 담론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게 가능해진 이후에 나타난다. ‘개인’으로서의 여성, 즉 여성들의 ‘개별성’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몸이 보여주는 증상을 토대로 생애의 특정 시점을 인지하지 않았다. “갱년기? 난 갱년기가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라. 둘째가 화상을 입어서 내가 매일 병원 드나들 때, 그때가 갱년기였나?”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세대들은 생애의 특정 시기들을 그때그때 발생한 ‘사건별’로 인지하곤 했다. 쓰시마 유코의 뛰어난 단편「나」에 나오는 어머니는 일기인지 일지인지 확실치 않은 삶의 기록을 남기는데, 평범하고 순탄한 나날에는 단 한두 문장으로 그리고 애간장이 끊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