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도를래앙 글‧그림 『어떤 약속』 한참 자는데 엄마가 방문을 열고 말해요. “얘들아, 우린 약속이 있잖아?”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요. 그림책 『어떤 약속』(마리 도를래앙 글‧그림, 이경혜 옮김, 재능교육)의 시작 글이다. 상상해 보자. 그다음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 마리 도를래앙 글‧그림 『어떤 약속』 중에서. 책장을 넘기면, 두 아이가 주섬주섬 옷을 입는 장면이 나온다.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군말 않고’ 채비를 한다. 그다음 장은 막 집을 나선 가족의 모습이다. 맨 앞에 엄마, 그 뒤에 남자아이, 여자아이, 맨 뒤에 아빠가 일렬로 나아가고 있다. 귀뚜라미 노랫소리가 들리는 여름밤, 네 사람은 차고 시원한 밤 공기에 실려 오는 붓꽃과 인동덩굴 꽃향기를 맡으며 골목을 걷고 또 걷는..
걷기, 몸의 재발견 몸 탐구②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평생 제대로 걸을 줄도 몰랐다니… “상체는 거만하게, 하체는 힘차게!” “허벅지와 무릎, 발목이 다 함께 움직이게!”“발꿈치부터 땅에 닫게! 발꿈치, 중간, 발가락 순서로! 원, 투, 쓰리!” ‘불독’ 선생의 무뚝뚝한 구호에 맞춰 걷는다. 허리에 철갑처럼 된 기구를 차고, 런닝 머신에 올라서서 걷고 또 걷고, 육 개월을 걸었다. 재활치료에서 한 운동 중 걷기 운동이다. 삼 년간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허리가 몹시 아파졌다. 아프고 나서 비로소 젊은 시절부터 허리가 아팠다는 사실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