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향해 걷기에 나서다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하천 길을 따라 걸을 때면 거의 언제나 ‘한강까지 23.5km’라는 작은 표지판 곁을 지나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언젠가부터 그렇게 계속 걸어 한강까지 꼭 가봐야겠다는 소망이 생겨났다. 하지만 매번 마음만 있을 뿐 ‘날씨가 너무 추워’, ‘비가 오는 날은 곤란하지’ 하며 날씨 핑계를 대거나, ‘시간이 안 나서…’ ‘도시락도 준비해야 하는데’ 하며 일상의 리듬 탓으로 돌렸다. 또 몸 상태를 이유로 장거리 걷기에 대한 자신감을 미리 상실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더 더워지기 전에 한강에 가자’며 결심을 굳히고,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낮에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쉴 생각으로. 계획대로라면 7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하천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게 된..
우리 아파트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 새 노선이 생겼다는 공지가 붙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버스는 평소 내가 큰 불편 없이 걸어 다니는 곳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지금껏 우리 동네사람들은 그곳을 지나가는 버스가 없어 불편했었나 보다. 특히 노인이나 거동이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버스노선이 증설되어 다행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도시에 살며 놓치기 쉬운 자연의 느린 리듬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도시이긴 하지만, 걸어서 모든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의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시청, 구청, 동사무소, 학교, 도서관, 마트, 은행, 우체국, 병원, 운동센터, 여성회관, 쇼핑센터, 영화관 등과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 굳이 대중교통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자전거조차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