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여섯째 이야기 두유에 잼 바른 식빵, 과일 몇 조각, 그리고 텃밭에서 뽑은 푸성귀를 툭툭 잘라 간장과 식초와 올리브유를 몇 방울 뿌린 샐러드로 아침상을 차리던 시절은 갔다. 요즘 함양의 아침 기온은 5도에서 6도 사이. 잠옷으로 입는 바지 위에 치마를 두르고 두툼한 등산양말과 수면양말을 겹쳐 신고도, 온기가 전혀 없는 마룻바닥을 디딜 때는 나도 모르게 깨금발을 들고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코를 훌쩍이며 뜨거운 미역국이나 김칫국을 후루룩 들이마셔야, 세포들이 비로소 지난밤의 여운을 털어버리고 깨어나는 계절. 바람도 흙도, 심지어는 햇살마저 푸르고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가운데 식물들은 이미 제 몸에 붙어 있던 살들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수확되지 않은 채 하나둘 ..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몸과 소통하기①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대기가 불안정하단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하루에도 12번쯤 날씨가 변하는 것 같다. 오늘은 정도가 더 심하다. 거칠고 둔탁한 빗소리에 깨어난 게 분명한데 화장실에 갔다 오니 창밖으로 말간 햇살이 비추고, 그 틈에 마당에 나가 깻잎이며 고추며 방울토마토를 따서 아침상을 차리는데 다시 빗방울이 듣는 식이다. 오락가락 하던 비가 마침내 물러난 건 정오 무렵. 나는 챙 넓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몇 뼘은 높아진 하늘 아래 환한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언제 또 날씨가 변할지 몰라 조급한 나의 마음과는 달리, 길 위에 있는 모든 것들, 나무와 풀과 돌담 사이 핀 꽃과 심지어는 슬레이트 지붕 위에 누워 있는 고양이들조차도 얄미울 만큼 느긋하고 여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