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철학하는일상] 행복한 공간에 대한 소망 한기는 집안으로 더욱 웅크려 들게 한다.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온갖 물건들이 흩어져 무질서가 극에 이른다. 추위를 핑계로 창문도 잘 열지 않아 먼지가 쌓여가는 데다, 여기저기 물건까지 쏟아져 나와 있으니 제대로 청소하기도 힘들다. 더 이상 참지 못해, 복잡한 공간 속에서 질서 찾기를 시작했다.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작은 가구들을 요리조리 옮기고 쌓고, 물건을 재배치하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그래도 선비장과 밥상은 둘 곳을 찾지 못해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집의 필요 지금의 집에 산 지도 벌써 8년째다. 성인이 된 후, 같은 집에서 이렇게 오래 지내는 것도 처음이다. 대개는 한두 해마다 이곳 저곳을 옮..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키우는, 희망의 공간 아이들과 공부하는 방 한 켠에는 작은 베란다가 있다. ‘꿰맨 창’도 바로 그 베란다의 창문이다. 이사를 올 때부터 그곳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 있었다. 처음 베란다 문을 열었을 때, 환하고 하얀 쪽방이 마음에 쏙 들어 이 방은 내가 쓰겠노라고 선뜻 나섰다. 그저 마루가 깔려 있는 베란다일 뿐인 이 공간이 마음에 든 것은, 옛날 자주 들어가 놀았던 아버지 책상 밑이나 다락방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 몸집에 비해 참으로 컸던, 그래서 집안에 하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책상을 우리 남매들은 ‘큰 책상’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밑에 들어가 노는 걸 누구보다 좋아했다. 그때, 휑하니 뚫린 책상 다리들 사이에는 꼭 보자기를 쳤다. 빨강, 보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