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에 관한 기억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0) 희수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진우형으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난 진우형을 잊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형이 생각나다니…….’ 씁쓸한 감정이 잠시 마음을 사로잡는다. 졸업 즈음, 노동현장에서 문학운동을 해보겠다고 모인 사람들은 대학생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모두 8명이었던 우리 모임에는 노동자 출신도 있었다. 그가 바로 진우형이다. 당시 그는 30대 초반으로 모임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우리는 모두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진우형은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이다. 그는 공장에서 잔뼈가 굵어, ‘아이롱 기술자’라 불리는 다림질의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첫 시집을 출간한 직후였다. 진우형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보편적..
경험으로 말하다
2011. 9. 11.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