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24. 폭염보다 강렬했던 심연의 기억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을 웃돌긴 하지만 1994년 폭염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는 기사를 인터넷 상에서 보았다. 순간 나는 그럼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치고야 말았다. 불과 며칠 전, 1994년 여름이 얼마나 끔찍하게 더웠는지 K에게 들려준 나로서는, 뭔가 중요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 같아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서는 그래도 바람이 제일 잘 통하는 부엌 바닥에 누워 부채질을 하고 있는 K에게, 나는 낮에 본 기사 내용을 전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 해 여름을 통 기억하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그가 안타까워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얼마나 덥던지 그때는 밤마다 울었다니까." 빠르고 완벽하게 지쳐간 그 해 여름 내 말이 과장이라..
아, 새들이 가니 풀이 오는구나 [일다] www.ildaro.com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23) 새벽녘까지 내리긋던 빗줄기가 멈추고 잠시 하늘이 고요해진 시간. 물기 흥건한 길을 자박자박 걸어 산 아래 밭으로 향하자니, 세상 모든 것이 한층 선명하고 깊어진 걸 느끼겠다. 가까운 풍경은 물론이고, 멀리 너울대는 몇 겹의 산 능선들과 어디선가 깃을 치며 날아오르는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까지. 며칠 전 가뭄이 심했을 때와 지금이 다른 것처럼, 얼마 후 장마가 끝나고 나면 또 어딘가 달라져 있겠지. 더 무성해지고 짙어진 자연이, 8월의 햇볕 아래서는 어쩌면 숨 막히게 답답하고 조금은 잔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해서인가, 이미 반이나 흘러가 버린 7월이 아쉽기만 하다. 새와의 전쟁, 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