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석 글, 그림 (창비) 만화가 최규석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블로그와 게시판에 절찬리 스크랩되었던 패러디 만화 때문이었다. 라는 제목을 보고 아기공룡 둘리를 기대하고 클릭했다가, 임노동자가 되어버린 둘리아저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둘리, 박카스아줌마 또치와 해부용으로 팔려가는 도우너 등등 더 이상 명랑만화의 주인공이 아닌 그들이 몸으로 겪는 세상의 황량함과 폭력성이 슬펐다. 그 다음으로 접한 만화는 현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6월 민주화 항쟁을 다룬 이다. 매일같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 시점에서, 이 만화가 지난 역사의 뒷페이지가 아니라 현재형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위의 두 작품을 읽고서 내가 느꼈던 것은 1980년대적인 감수성..
FTA 협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농업 분야가 많은 타격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 자주 나왔다. 그런데 이 분석들은 대체로 농업 자체에 대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즉 산업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전근대적인 분야인 농업은 어쩔 수 없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녹색평론)의 지은이 쓰노 유킨도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령 전 세계가 공업사회로 이행하여 농업인구가 1할이 되었다고 하자. 그때 전 인류 중 9할의 노동인구를 받아들일 2차, 3차 산업의 구도는 준비되어 있는가.” 자연과 접촉하며 땅을 지킨 ‘소농’ 쓰노 유킨도는 전세계적으로 아직도 많은 농민들이 소농으로, 즉 좁은 땅에서 자급자족의 규모로 농경을 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소농은 전근대적이고 생산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