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 고양이 똥의 경계 무기질과 유기질 사이 가을이 깊다고 해야 할지 겨울이 왔다고 해야 할지. 화려하던 낙엽이 땅에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이어진 늦가을 비에 푹 젖었다. 이제 흙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늦가을엔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무는가 하여 뭔가 뭉클하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올해는 추위가 늦어 더 그런 것 같다. (남반구에 살면 연말이 가까울 때에 여름휴가를 준비하니까 이런 종말론적 느낌은 안들 텐데.) 삼 년 전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길고양이 새끼 세 마리를 떠안았다. 어미는 간 데 없고 날마다 삐약거리는 것들이 안쓰러워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 잘못이면 잘못이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이란다. 그 긴 세월 밥 줄 생각에 아찔하여 어미를 여러 날 더 기다려봤다..
마음의 평화를 안겨준 고양이들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화작가 길지연 “잘 먹고 잘 사는 게 선진국이 아니에요. 약자들 그리고 약한 동물들이 잘 사는 나라가 선진국이지요. 중요한 건 내가 한 끼 먹을 때 그들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거예요. 고양이 밥 줄 돈으로 사람이나 도와주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누굴 돕고 있느냐고요. 동물을 돕는 사람들은 사람도 돌볼 줄 알아요.” 이웃한 동물들과 나누며 살기, 결코 무난하지 않은 ▲ 동화작가 길지연 그녀의 하루 일과는 모닝커피 한잔 후 길고양이 밥 주는 걸로 시작하여, 저녁 무렵 다시 밥 주는 일로 끝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일을 해온 지 벌써 3년. 남들은 쓸데없는 데 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