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화여대 환경미화 노동자들을 만나다②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이마에 차가운 것이 떨어진다. 올려다본 하늘이 뿌옇다. 가랑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주변 공터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나온다. “진짜 눈이 오네요.” 하필 오늘따라 맞아 떨어진 일기예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눈이 거세진다. 사람들은 서둘러 앰프를 설치한다. 떨어진 눈이 녹아 앰프를 적신다. 돌돌 말린 현수막을 펼치자, 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공공노조 서울 경인 공공서비스 지부 이화여대 분회 출범식.’ 4시가 되자 일을 마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하나 둘 모인다. 눈은 이제 비로 바뀌었다. 학생문화관 건물 안에는 스무 명 남짓한 총무과 교직원들과 업체 소장, 반장이 나와 있다. 비를 피해 로비..
“박봉에 죽어라 일해도, 한 마디 못했어” 2010년 1월 26일, 이화여대 환경미화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출범식이 열렸다. 반장 말이 하늘이고 소장 말은 우주였던 그녀들. ‘교직원은 학교 높으신 분들이고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래서 자신들은 밑바닥인 줄 알았다. 이 글은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든 그녀들의 가슴 졸이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아줌마는 돈이 최고야. 돈으로 이야기해야 해.” 세상에서 ‘아줌마’라 불리는 그녀가 말한다. 동료들에게 노동조합을 하자는 이유로 ‘돈’을 앞세우다니. 그녀를 향해 마지못해 웃음을 지으며 노동조합이 필요한 다른 이유를 물어봤다. “아줌마들은 지인짜 돈이 필요해.” 순간 입가에 걸리던 웃음이 사라진다. 머리카락 빠진 휑한 정수리를 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