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어떻게 ‘마녀사냥’을 이용했는가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8) 실비아 페데리치 - 캘리번과 마녀 얼마 전 우리나라 연간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읽었다. 무역 변방국에서 중심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감격에 겨운 자화자찬들에 이어 무역이 곧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먹거리와 일자리의 원천이라는 대통령의 연설까지 어우러져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무역 2조 달러 시대로 도약하자거나, 그 주역은 ‘우리 젊은이들’이라는 그분의 확신에 찬 어투가 왜 그렇게도 공허하게 들렸는지. 적어도 내가 아는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 무역 1조 달러라는 화려한 기록이 무색하게도, 대학 졸업을 연기해가며 취업에 전전긍긍해야하고,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에 졸업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18) 그해 여름, 취업일기② 컴퓨터 프린터의 메인보드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첫날, 난 납땜을 마치고 잘라낸 철사조각들 중, 긴 것을 골라 펜치로 구부리는 일을 했다. 그 일을 며칠 간 한 뒤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조립라인에 앉아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칩들을 보드에 꽂는 일을 했다. 빈 보드가 자동으로 앞에 도착하면 같은 자리에 똑같은 칩을 반복적으로 꽂는 것인데, 어찌나 단순하고 지루한지 이 일을 하면서는 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깜빡깜빡 조는 사이, 조금씩 내 곁에서 멀어지는 보드를 쫓아 처음에는 몸을 일으켜 꽂다가 나중에는 아예 뛰어다니며 칩을 꽂으면, 어느새 벌떡 잠이 깨곤 했다. 경력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은 납땜 기계를 통과한 보드의 납땜을 손질하는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