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쾌락’을 실험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다스페인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파올라 칼보 인터뷰 [하리타의 월경越境 만남] 독일에 거주하며 기록하는 하리타님이 젠더와 섹슈얼리티, 출신 국가와 인종, 종교와 계층 등 사회의 경계를 넘고 해체하는 여성들과 만나 묻고 답한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BDSM 공동체의 일상을 다룬 다큐, Violently Happy 오후의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어느 스튜디오. 흰색 매트리스를 넓게 깐 마룻바닥에 나체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래된 흉터, 부드럽게 빛나는 금발, 홍조와 반점이 자리 잡은 피부 위로 하얀 촛농이 떨어진다. 뚝, 뚝, 뚝 간헐적으로 살결에 미세한 파문을 일으킨다. 어떤 이들은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양초를 휘두른다. 누워있는 이들은 ..
할머니들의 언어로 만들어진 한 편의 시 일상의 호흡으로 사드 반대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 다큐멘터리 영화 (박배일 감독, 2018) 포스터 ⓒ시네마달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시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땐 교내 동시 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고, 중학교 때 좋아했던 사람에게 -물론 매우 유치한- 시를 쓴 쪽지를 떨리는 마음으로 전하는 일이 하루의 행복한 일과였다. 국어 시간에 시를 배우며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나에게 시는 미사여구로 꾸며진 아름다운 글귀 같은 거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런 미사여구를 즐길 여유를 잃어버렸을 때, 시도 나의 세계에서 사라졌다. 시 대신 ‘성공한 30대가 되기 위해 그 전에 해야 하는 것’ 같은 자기계발서나 ‘영어 이메일 쓰는 기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