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조이랜드의 세계로”③ 미술 연극 영화 추리게임이 페미니즘을 만날 때 가을을 알리는 단풍이 자연스럽게 눈에 담긴 지난 10월 21일,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뒤섞여 있는 인사동을 지나, 외부인의 출입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살기 좋은 나라, 조이랜드’로 입국했다. 입국 심사장에서는 조이랜드 입국을 환영하는 안내원들이 나의 신원을 확인한 후, 어떤 기호가 그려진 노란색의 종이띠를 손목에 채워주고 안전통행증을 건넸다. 이름과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말이 적힌 안전통행증을 펼쳐보며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던 그 때부터 나의 조이랜드 여행은 시작되었다. ▶ 조이랜드로의 입국을 허가하는 안전통행증 ⓒ박주연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 안국역 근처에 위치한 아라리오..
내가 불쌍해보이나요? 글을 쓰는 이유 나의 경험이 ‘자극적인 사연’으로 이야기될 때 글을 쓰는 게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나둘 기억을 꺼내다보면, 29년 동안 내가 가해온 폭력과 당했던 폭력이 빈 종이에 가득 찬다. 겪었던 일을 조각조각 모아놓으면 내가 봐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정말 내가 다 겪었던 일인가? 다 공개해도 되는 걸까? 내가 너무 우울한 사람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말하고 싶은 나와 망설이는 나 사이에서 타협해가며 간신히 글을 추리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염려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일을 겪다니…불쌍하다”, “막장이네”, “글로 쓰는 용기가 대단하다.” 언뜻 달라 보이는 반응 속에는 내가 ‘유별나게 불쌍한 여성’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그런 다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