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 (33) 책 읽기의 놀라운 경험 이경신 ▲ 알베르토 망구엘의 (세종서적, 2000) 표지. 지금 나는 부엌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의 를 읽고 있다. 가까스로 실내로 비집고 드는 햇살에 의지해 책의 활자를 천천히 눈으로 더듬어간다. 우리 집에서 책 읽기 가장 좋은 공간은 부엌이다. 온갖 자료와 책들, 컴퓨터, 프린터,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책상 위보다는 식탁 위가 한가롭기 때문이다. 적어도 독서대를 펼칠 정도의 여유 공간은 언제나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식탁은 빈 공간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답답하지 않아 좋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식탁을 책상 대신으로 사용해 온 까닭도 도서관의 열람실이나 독서실의 칸막이 책상보다는 그냥 앞이 탁 터여 있는, 넓지막한 탁자가 책 읽기에 이상..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3) “세상에는 그대 이외에 아무도 걸을 수 없는 유일한 길이 있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지? 라고 묻지 말라. 그 길을 그냥 따라가라.” (프리드리히 니체 3부 ‘교육자 쇼펜하우어’> 도서관의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중독이라도 된 듯 반납과 대출의 끝없는 순환 속에 갇힐 때가 있다. 서가 곳곳에 숨어 있던 흥미로운 책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해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처 읽을 짬을 찾지 못한 집안의 책은 한동안 방치된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집안의 책장부터 둘러본다. 이번에 내 눈길을 붙잡은 책은 친구가 청소년에게 소개해주라며 건넨 것인데,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김영사,1993)이다. 이 책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