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번의 죽음을 애도하며[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얼굴을 가진 존재 아빠와 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생활 패턴이 약간씩 어긋나는 까닭이다. 작년 부산에서 먹었던 빨간 고기 생선구이가 갑자기 생각나 며칠 아빠를 보챘고, 그날은 바로 그 빨간 고기를 먹는 날이었다. 내가 빨간 고기의 가시를 발라 열심히 먹는데 집중하는 동안, 아빠는 TV를 틀었다.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도전 끝에 억대 매출을 올리게 된 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토하라는 민물새우의 양식에 성공했고 그게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 나도 밥을 먹으며 아무 말 없이 관성처럼 TV를 시청했다. 양식에 성공한 토하를 잡아 다른 민물새우와 분류하고 그걸로 젓갈을 담그는 장면..
‘철들지 않은 남자들’이 나이듦을 논할 때 「화장」의 남자들② Feminist Journal ILDA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우리가 산다는 것, 삶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80세 먹은 노감독이니까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누적된 체험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체험이 내 안에서 발효가 되고 이제 그런 기초적인 것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고 있어요. 제가 삶에서 느끼는 것들을 영화에 담아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거지요.” 영화 을 만든 임권택 감독의 말이다. 어차피 지나가버릴 홍역 같은 짝사랑 때문에 긴 시간 함께 해온 부인의 병수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라고 감독은 말을 잇는다.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수발의 윤리가 인간의 기초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