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연습] 외로운 노년, 진정한 자아와 만나는 시간 의 저자 이경신님은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 일다 www.ildaro.com 20세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살았던가. 50대를 바라보는 지금, 한 곳에 진득하니 머물면서 이웃들과 안부 인사도 나누는 ‘정착의 삶을 살고 싶다’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가끔씩 며칠간 훌쩍 여행을 떠날 수는 있겠지만 더는 떠돌며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정착의 유혹은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표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생활 리듬을 타면서 반복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살고 싶어질 것 같다. 지금도 낯선 곳으로 이사..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이경신의 [죽음연습] 6. 서양 철학자와 동양 승려가 전하는 지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문학사상사, 1996)를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찬장 속에는 과연 질레트 레몬 라임 향 면도용 크림과 쉬크 면도기가 들어있었다. 면도용 크림은 절반 정도 남아 있었고, 뚜껑 부근에 하얀 거품이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죽음이란 그렇게 면도용 크림 절반 정도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 이 소설 속의 도서관 직원 남편처럼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물건을 쓰다 말고 남겨둔 채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우리가 맞게 될 죽음이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나는 생전에 어머니가 듣던 가요 카세트테이프들이 떠올랐다. 상자에서 오래된 가요테이프를 하나 꺼내서 틀어보았다. ..